스타트업 창업기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존재할 수 있는데, 저는 리더의 가장 큰 역할은 팀이 조직의 목표에 부합하는, 혹은 그 이상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의 목표는 단기적인 측면과 중장기적인 측면을 모두 포함합니다. 단기적으로는 해당 분기 혹은 연도의 팀 KPI를 달성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리더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팀에 주어진 목표를 구성원들에게 잘 전달하고 적절한 동기부여를 주면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항상 모든 것이 기대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많은 리더들이 간과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성과가 아쉬운 구성원들에게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물론 팀원 개인의 성과 향상도 필요하지만, 잘하는 구성원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팀 전체적인 성과를 올리기 위해 팀 내 병목을 인식하고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저 역시 부족함이 많은 사람으로서 이러한 사실을 하나씩 배워가며 리더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저와 저희 래티스가 어떻게 이러한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한번 작성해 보았습니다.
<지난 타임라인>
- 25. 4. 4. 프릭스 2.0 UI/UX 업데이트 프로젝트 완료
- 25. 4. 11. 전략회의 시작
- 25. 4. 25. 누적 계약서 5만 개 돌파
- 25. 4. 24 ~ 4. 26. 2025 WIS 참가
- 25. 5. 22. 솔루션팀 2차 프로젝트 중간보고
저희의 병목 중 하나는 ‘불명확한 제품 목표’ 였습니다. 래티스 차원에서는 B2B 사업 지주회사라는 명확한 비전이 존재하고, 계약관리 솔루션 프릭스도 CLM(계약 생애주기 관리) 소프트웨어로서 장기적으로 ‘사업이 성장하는 시기에 필수적으로 도입할 SaaS’라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다만 저희는 프릭스가 어떻게 그 과정까지 가야 하는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방향이 필요했습니다. 예전에는 당장 개발해야 할 고객사 요청 작업들이 명확했는데, 점차 팀이 커지고 제품이 고도화됨에 따라 장기적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통일된 기준으로 삼을 북극성 지표가 필요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그로스팀에서 북극성 지표를 설정하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게 되었고, 마침내 저희는 '관리되는 계약서 개수'라는 북극성 지표를 도출하게 되었습니다. 관리되는 계약서란, 단순히 전자서명 외에 계약서 관리를 위해 필요한 값이 설정된 계약서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프릭스 내에서는 계약금액, 계약 시작일과 종료일, 법무검토 및 내부결재 여부, 계약과 연결된 고객 및 프로젝트, 태그 및 권한 등 계약을 편리하게 관리하기 위한 여러 값을 설정하고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프릭스는 일반적인 전자서명 서비스가 아닌 계약을 관리하는 서비스이기에 단순히 '생성되는 계약서 개수'를 지표로 삼기에는 프릭스가 제공하는 계약관리의 가치를 모두 담을 수 없었습니다.
북극성 지표를 설정한 이후에는 보다 많은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판단하고 제품 로드맵을 설정하는 과정이 더 수월해졌으며, 북극성 지표를 기준으로 기획 및 개발을 담당하는 SaaS팀과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그로스팀이 공통된 목표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생각한 또 다른 병목은 팀 내부적으로 존재했습니다. 팀 내부적이라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그중에 가장 뚜렷한 병목은 바로 저를 포함한 창업자들이었습니다. 우선 대표이신 상원님은 프릭스의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동시에 래티스가 지주회사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많은 고민과 실행을 하고 있었고, 부대표인 저는 프릭스의 기획/개발을 주도하는 동시에 대기업향으로 솔루션을 구축하는 솔루션팀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점차 프릭스에 대해 많은 논의가 필요해지는 단계에서 의사결정권자인 창업자들의 분산된 시간은 의사결정을 늦추게 되었고, 저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멤버 분들이 보다 큰 역할과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팀 구조를 개편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희는 기존에 SaaS팀과 그로스팀으로 나뉘어있던 두 팀을 하나의 프릭스팀으로 통합했습니다. 그리고 프릭스팀 내부에 프로덕트 챕터, 테크 챕터, 비즈니스 챕터를 두어 서로 다른 직무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이 하나의 팀으로서 협업할 수 있도록 하고, 각 챕터에서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다 높은 자율성을 부여했습니다. 동시에 챕터 간 현황을 공유하고 상위 단계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경우 논의할 수 있도록 챕터 리드와 창업자들이 함께하는 주 단위 전략회의를 도입하였습니다.
큰 역할에는 항상 큰 책임이 따릅니다. 저희는 창업자들의 세부적인 실무를 줄이고 자율성이 높은 구조를 만드는 대신, 그만큼 높은 인재밀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먼저 팀 내의 뛰어난 구성원들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직무를 일부 조정하였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입사한 Y님은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동시에 백엔드 개발에도 흥미를 갖고 계셔서 풀스택 엔지니어로 직무를 변경하였고, 개발 역량이 뛰어난 기존 SaaS팀 리드인 L님은 테크 챕터 리드를 맡아주셨습니다. 또한 CEO Staff로서 비즈니스 및 제품 전반에 많은 기여를 해주신 S님은 본격적인 제품 고도화를 위해 PM 직무를 맡아주셨고, 기존에 PM으로서 프릭스를 잘 성장시킨 K님은 보다 넓은 범위에서 제품을 이끌어나가기 위해 PO 직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기존 멤버 분들의 직무를 조정하는 동시에 저희는 인재에 대한 기준도 높였습니다. 높은 인재밀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기존 구성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드리고, 신규 채용하는 경우에는 주기적인 팀 리드 평가 및 경영진 피드백을 진행하는 등 수습제도를 보다 잘 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25년 6월 ~ 8월 타임라인>
- 25. 6. 13. COO 조인희님 합류
- 25. 6. 26. 프릭스 AI 요약 기능 출시
- 25. 6.26. ~ 6. 27. 넥스트라이즈 참가
- 25. 7. 1. 유료 고객사 100개사 돌파
- 25. 7. 12. 프릭스 AI 필드추출 기능 출시
- 25. 7. 22. 그로스 워크숍 진행 : 북극성지표 설정
- 25. 7. 25. 제품 워크숍 진행
- 25. 8. 7. 팀 구조 및 프로세스 개편
- 25. 8. 17. 디캠프 졸업 & 첫 자체 사무실로 이사
저희는 병목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점차 더욱 생산적으로 많은 일을 해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팀 멤버 분들은 보다 높은 자율성과 큰 책임감을 갖고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저와 상원님은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더 많은 고민과 실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항상 쉬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각 병목을 인지하기까지 많은 논의와 시행착오가 있었고, 변화의 과정에서 생각하는 방향이나 가치관이 서로 달라서 헤어지게 된 팀원도 있었습니다. 아마 저희는 앞으로도 많은 병목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저는 고통 없는 쾌락이나 고생 없는 성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창업을 할 때 각오했던 것이고, 병목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도 사업의 큰 즐거움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사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저희 래티스 멤버들과 함께 또 어떤 난관을 마주하고 극복하게 될지 기대가 되는데요, 래티스가 B2B 사업 지주회사로서 다양한 비즈니스의 어려움을 해결하게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