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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Oct 11. 2020

손정의와 소프트뱅크의 전략

ARM 매각의 진정한 의미

[이 글은 IT산업과 경영 뉴스레터, 위클리 호박너구리에 먼저 작성한 글입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받아보고 싶다면 구독을 신청해 주세요.]


아마 최근 IT 산업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소프트뱅크가 매각한 ARM을 엔비디아가 인수한 사건일 것이다.


이번 인수는 거대한 두 기업의 합병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ARM은 영국에서 설립된 반도체 칩리스 회사로서 저전력 칩 설계가 강점인데, 이들의 설계는 90% 이상의 스마트폰에서 사용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카드 & GPU의 절대 강자로서 GPU는 빅데이터 처리에 필수적인 파트로 추후 인공지능 시장에서 더욱 기대되는 산업이다.


이 두 회사가 합병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많은 사람들과 기사는 엔비디아와 ARM의 미래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그러나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회사는 또 있다. 바로 ARM의 이전 주인이던 소프트뱅크이다.


그렇다면 평소에 AI를 강조한 손정의와 소프트뱅크는 어떤 생각으로 ARM을 매각한 것일까?


#소프트뱅크의 사업

ARM 매각 전까지의 소프트뱅크 그룹의 주요 자회사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소프트뱅크 주식회사 : 일본 3위 통신업체

2. T모바일 : 미국 3위 통신업체

3. 야후 재팬 : 일본 최대 포털업체

4. ARM : 반도체 설계 업체

5. (자회사는 아니지만 지분 약 30% 소유) 알리바바


소프트뱅크는 이외에도 비전펀드 등으로 세계 각국에서 투자를 이어나갔었다.


그러나 우한폐렴(코로나19)이 발생하고,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던 소프트뱅크의 부채는 1,400억 달러(약 175조 원)가 되어 사업에 큰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ARM의 매각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프트뱅크 그룹은 T모바일, 소프트뱅크 주식회사, 알리바바 지분 등을 일부 매각하였다. ARM 매각 역시 이러한 위기 극복을 위한 수단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우선 소프트뱅크 그룹은 ARM 매각 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받은 것이 아니다. 워낙 ARM의 규모가 컸기에, 엔비디아로부터 일부는 현금으로 받고 일부는 주식을 받았던 것이다. 그렇게 손정의와 소프트뱅크는 ARM매각을 통해 현금과 7%의 엔비디아 주식을 갖게 되었다.



#ARM과 엔비디아의 미래


그러나 필자는 ARM 매각을 단순한 위기 극복 수단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보고 있다.


ARM매각이 AI산업의 포기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 주식취득을 통해 ARM을 품은 엔비디아에게 미래를 거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왜 ARM을 가진 엔비디아에 더 큰 미래를 걸 수 있는 것일까?


우선 엔비디아는 GPU를 비롯하여 대용량 정보 처리를 필요로 하는 데이터센터 산업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와 서버시장을 잡고, ARM이 저전력 설계역량을 바탕으로 IOT, 모바일 시장을 잡는다면 모든 반도체 관련 시장은 이 두 회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시장은 단순히 기존 각 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차세대 반도체 산업의 핵심으로 '자율주행차' 시장을 보고있다. 자율주행차는 엄청난 데이터를 처리하게 될 것이고 이 때 대용량 정보처리에 강점이 있는 엔비디아와 저전력을 가능케하는 ARM은 더욱 큰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엔비디아의 설계 능력과 ARM 설계 능력이 더해지면, 각자의 분야에서도 더 대단한 성과가 나올 지도 모른다.


(아직 기업 결합에 대해 여러 국가의 심사가 남았지만) 

이렇듯 두 회사는 합병을 통해 꿈꾸는 미래가 명확하다.



#손정의와 AI


손정의가 ARM을 인수할 2016년 당시, 그는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본 인수라면서 AI와 ARM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발언했었다.


그런 손정의가 ARM을 매각하는 것을 보고, 혹자는 이제 손정의의 생각이 바뀐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손정의는 AI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정의의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를 통해 AI시대에 대한 투자를 이어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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