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경제부터 공유와 구독경제까지
세상에는 수많은 기업이 있고, 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모델의 큰 흐름은 시대별로 변화해 왔는데요, 오늘은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와 흐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많은 기업의 수익 모델은 서비스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었습니다. 각각의 서비스와 제품이 하나의 상품이었고, 그것을 구입한 고객은 서비스나 제품을 소유하게 되는 방식이죠.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과 과소비의 시대에서 상품경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자 자본주의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경기침체와 저성장 등의 경제 불황이 나타나면서 소유 경제의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과 같이 원하는 상품을 소유하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지만, 여전히 동일한 만족감을 추구하게 된 것이죠. 그렇게 사람들은 물건을 구입하고 소유하는 것에 가치를 두기보다 '경험'에 가치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사람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비용보다, 저렴하거나 기억에 남는 '경험'에 돈을 지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경험의 가치가 각광받으며 '공유 경제'가 성장했죠. '공유경제'는 개인이나 단체가 소유하고 있으나 활용하고 있지 않은 자원을 대여 및 공유하는 활동을 뜻하는데요. 상품, 서비스, 혹은 공간을 소유하지 못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하여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던 젊은 세대에게 특히 매력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환경의 중요성과 기술의 발전도 공유경제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우선 공유경제는 제품을 공유함으로써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자원을 절약하게 만들었고, 이는 환경보호의 트렌드와도 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발전된 인프라와 기술은 플랫폼 기업들로 하여금 더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이어주도록 만들었죠.
그렇게 승승장구할 것으로만 예상되던 공유경제에도 복병이 있었습니다. 바로 코로나19 사태인데요. 코로나로 인해서 사람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오프라인 공간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에 방문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만지며 경험한 제품과 공간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게 되었죠. 실제로 대표적인 공유경제 기업 우버의 매출은 코로나 이후 80% 이상 폭락했고, 20% 규모의 인력을 감축했습니다. 에어비앤비 역시 전체 인력의 25%를 감축했으며, 글로벌 렌터카 시장을 대표하는 허츠(Hertz)는 파산 신청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공유경제 기업이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사실 코로나로 공유경제가 어려워지기 이전부터, '구독 경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구독 경제는 소비자가 구독을 하면, 정기적으로 물건을 배송받거나 언제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인데요. 현재 구독 경제는 미디어나 쇼핑은 물론, 가구, 자동차, 공간 등의 분야에서 우리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글로벌 투자기관 크레딧 스위스에 따르면 2020년 구독 서비스 시장 규모는 무려 53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네요.
사실 구독 모델은 예전부터 존재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 그리고 매일 아침 문 앞으로 배달 오던 우유도 엄연히 구독 경제의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왜 최근 들어 구독 경제가 성장하게 되었을까요?
우선 구독 경제를 향한 소비자의 니즈가 있었습니다. 개별적으로 상품을 구매하기보다, 구독을 통해 원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필요할 때마다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기술의 발달로 클라우드, 스트리밍, 사물인터넷 등을 통해 장비와 서비스 사용량을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구독경제는 더욱 힘을 얻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구독 모델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입니다. 장기적인 매출 계획을 세우고 관리하기에 훨씬 용이해진 것이죠.
실제로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대기업까지 많은 회사들이 구독 경제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구독형 피트니스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펠로톤' 등의 스타트업들은 빠르게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상장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전통적인 대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도 기존에 제품 단위로 비싸게 판매되던 MS 오피스나 포토샵 등을 구독형 제품으로 바꿔서 매출 상승을 이끌어냈죠.
그리고 이제는 구독 모델도 새롭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청구하는 방식을 두고 정액제 대신 종량제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종량제는 매달 고정 비용을 청구하는 '정액제'와 달리 사용한 만큼 비용을 받는 사용량 기반의 방식으로, 수도요금과 유사한 모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종량제 방식이 나타나게 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기존에 MS, 어도비, 세일즈포스, 넷플릭스 등 많은 기업들이 구독 경제를 통해 성장해왔는데요. 이제는 구독 서비스가 너무 많아지면서 구독을 '피곤'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실제로 딜로이트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의 43%가 구독 서비스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불한 비용보다 서비스를 덜 이용한 고객들은 다른 유저들과 동일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에 대해서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객들은 자신이 얻는 가치에 비례해서 비용을 지불하기를 원하는 것이죠.
또한, 종량제 구독 방식은 정액제보다 문턱이 낮고 데이터 확보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조금씩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사용량에 따라 지불하는 비용이 달라지면, 기업은 어떤 서비스나 기능이 많이 사용되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현재 많은 기업들이 종량제 구독 방식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아마존 AWS나 MS의 Azure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기존부터 종량제 구독 방식을 사용하던 기업도 있고, 마케팅 소프트웨어 기업 허브스팟처럼 종량제 방식으로 전환하여 큰 성장을 만들어낸 기업도 있는데요. 수익 예측 기업 클래리는 2020년 상장 기업 중에서 종량제를 택한 회사가 38% 높은 매출 성장과 50% 높은 기업 가치를 보여줬다고 분석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주는 방향으로 진화해왔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종량제 구독 모델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도 있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수도 있을 텐데요.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보다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그들에게 더 큰 가치를 주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