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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Nov 17. 2020

호칭에 따른 기업문화

직급, 존대말, 반말에 따라 문화는 어떻게 달라지는가

저는 경력이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짧게나마 다양한 분위기의 회사를 경험해봤습니다.


각 회사들마다는 기업문화가 매우 달랐는데, 그 차이가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이 바로 '호칭'이었습니다.

조직 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호칭'은 기업문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호칭의 차이에 대한 경험


제가 처음 인턴을 경험했던 회사는 천 명 이상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대기업으로, 직급에 따른 호칭이 매우 명확한 곳이었습니다. 사원부터 대리, 과장, 차장 등 흔히 들어본 직급이 있었고, 호칭도 그에 따라서 대리님, 과장님이라고 불렀었죠.


일했던 또 다른 곳은 약 6,70명 정도가 근무하는 스타트업이었는데요, 여기서는 영어이름을 쓰고 존대말을 붙였습니다. 예를 들어 그곳에서 제 영어이름이 'Jay'였는데 'Jay, 이것 좀 도와주실 수 있어요?'와 같은 방식으로 대화하는 것이죠.


그리고 현재 일하고 있는 곳은 20~50명 규모의 스타트업입니다. (입사할 때에는 약 20명인데, 현재는 약 4,50명이라 인원을 그렇게 명시했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는 형, 누나, 혹은 영어이름을 부르고 반말을 하는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각 호칭 방식의 장단점


저는 이렇게 서로 다른 호칭에 따른 문화를 경험해보며 각각의 장단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저의 첫 사례와 같이 직급에 따른 호칭은 '수직적'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장단점을 모두 갖고 있는데요, 우선 '수직적'인 호칭은 상명하복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냅니다. 호칭에서부터 직급이 드러나고 직급의 높낮이가 판단되면 윗사람의 지시를 받아들이고 아랫사람에게 지시를 내리기 수월해지죠.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의견을 개진하기가 불편하고 어렵다는 큰 단점도 존재합니다. 이런 호칭 문화는 창의성과 변화를 필요로하는 회사보다는 책임소재가 명확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되야하는 조직에 적합해 보입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두 번째 사례처럼 영어이름이나 '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며 존대말을 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방식이 업무에 있어서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영어이름, 혹은 '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니까 나이를 알 필요가 없고 위계관계도 없으니 보다 '수평적'인 의견 공유에 용이한 것이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존대말만 사용하다보니 동료들과 친밀감을 느끼는 데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이러한 호칭 문화는 창의성과 수평적 문화를 추구하고 다양한 의견을 필요로하는 조직에 적합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형, 누나, 혹은 영어이름과 반말을 하는 방식은 흔하지 않은 방식입니다. 저도 제 회사말고 다른 사례는 거의 보지 못했는데요, 이 방법은 장단점이 뚜렷하게 느껴졌습니다. 우선 동료들과 빨리 친해지고 의견 공유 및 커뮤니케이션에 용이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의견을 편하게 말하게 되고 빨리 친밀감을 느껴서 그런지, 동료와 회사에 애정이 더욱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에는 한계점도 느껴졌는데요, 바로 '지속의 어려움'입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동양문화권이라 그런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존대말을 하지 않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조직의 인원이 많아진다면 모든 사람들과 반말을 통해 친밀감을 유지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호칭 문화는 현재 제가 다니는 회사와 같이 많지 않은 인원들이 있으며, 자유로운 의견 공유와 친밀감, 창의성, 빠른 성장을 필요로 하는 회사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방식이 문화를 만든다


회사의 '올바른 호칭'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리고 위의 예시들과 같이 호칭에 따라 조직문화가 매우 다르기도 합니다.


아마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수직적인 회사니까 직급에 따라 부르겠지', '수평적인 회사이기에 서로 모두 존대말을 쓰거나 영어이름을 붙이겠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저는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급에 따라 서로를 부르다보니 수직적인 회사가 되고, 모두가 서로 반말을 하거나 영어이름으로 부르니 수평적인 회사가 되는 상황인 것이죠.


이렇듯 기업문화는 '문화'를 정의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은 방식과 프로세스 들이 이어져서 생겨나게 됩니다.


자신이 기업의 C레벨이 아니라면 회사의 호칭 방식을 정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이 하는 업무 방식 하나하나도 잘 신경쓴다면, 원하는 방향으로 조직문화를 자연스럽게 바꾸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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