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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Jun 23. 2023

재하 창업기 1. 창업의 계기 - 배움의 즐거움

재하 창업기

안녕하세요, 초기창업가 이재하입니다!


저는 약 4년간 개발자로 일하다가 지난 5월에 B2B SaaS 스타트업 '프릭스'를 공동창업했는데요, 5주 동안 MVP를 완성하여 현재는 CBT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쩌다 제가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개발자를 거쳐 창업을 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창업의 계기: 고등학교 축제 운영

저는 개발자로 일해왔지만 대학교는 경영학과로 진학했습니다. 창업에 대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사실 그 계기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제 창업의 계기는 약 10년 전인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매년 축제 시즌에 모든 반이 각자만의 가게를 운영합니다. 사진관, 카페, 귀신의 집, 식당, 카지노(?) 등 매번 다양한 가게가 운영되는 재미있는 기간입니다. 저는 당시 반장이었기에 회의를 주도하고 반 친구들이랑 같이 가게를 기획하고 운영했습니다. 저희 반은 샌드위치랑 음료를 파는 카페를 운영했는데, 학교 공부와 카페 준비를 병행하기는 힘들었지만 다행히 가게는 성행하며 무사히 축제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이 경험 덕분에 저는 창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떤 가게를 운영할지 결정하고, 메뉴를 개발하고, 가격을 정하고, 인력을 배분하고, 다 함께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이 매우 즐거웠고, 해당 과정을 함께하며 반이 끈끈해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수익을 직접 창출할 수 있다는 매력도 덤으로 느껴졌습니다.



창업에 대한 확신: 가설 검증을 통한 배움의 즐거움

그렇다고 제가 입학하자마자 창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호기심 정도였을 뿐, 창업에 대한 확신까지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20살의 저는 여타 평범한 신입생처럼 친구랑 놀고, 여행을 다니고, 연애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습니다. (첫 학기에 만난 여자친구가 지금의 아내가 되었으니, 20살에 창업이 아닌 연애로 시간을 보낸 것은 제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2016-2017년 즈음 한강에서 꽃 팔던 날


그리고 다음 해에 조금 정신을 차리고 창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고 경험을 쌓기 위해 창업동아리 인사이더스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인사이더스 활동 경험은 창업에 대한 제 호기심을 확신으로 바꿔주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꼽으라고 하면 '10만원 프로젝트' 경험이 생각나는데요, 팀별로 10만원씩 주고 1주일 동안 가장 많은 돈을 벌어 온 팀이 우승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저희는 먼저 한강 공원에서 꽃을 팔아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여러분은 한강에서 꽃을 팔면 누가 살 것 같으신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커플 중에서 남성 분들이 많이 구입할 것 같다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커플처럼 보이는 남성 분들에게 찾아가서 호객도 해봤는데, 막상 남성분들은 거의 안 사고 여성분들이 더 많이 구입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남성분들은 같이 있을 때 꽃을 사주는 게 '엎드려 절 받기'인 것 같고, 민망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여성분들은 친구들끼리 놀러 왔는데, 돗자리 위에 꽃 한 송이 있으면 사진 찍기 이쁠 것 같아서 구입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직접 실행해 보며 깨닫게 되는 과정은 저에게 큰 희열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논산훈련소에 가서 폴라로이드 사진 촬영한 날. 맨 왼쪽이 저입니다!


한 가지 사례를 더 소개드리자면, 저희는 다음으로 논산훈련소에 가서 입대하는 분들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서 판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저를 제외한 팀원들이 다 군필자였는데, 모두들 훈련소에서 가족이나 애인의 사진이 보고 싶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군필자가 입을 모아 그렇게 말했으니 당연히 잘 팔리겠지!'라고 생각하며 논산훈련소에 내려간 저희는 다시 한번 예상치 못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여자친구가 찍자고 하는 사람만 가끔 찍고, 많은 입대하는 장병들이 거의 본 체도 안 하고 지나갔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팀원들은 사진의 소중함을 입소한 이후에 깨달았던 것이고, 입대하는 분들은 대체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직 가족이 그립지도 않고 기분도 좋지 않으니, 부모님이 찍을까 물어봐도 '에이 됐어 뭘 이런 걸 해'라고 하며 지나가는 분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이후에도 저희는 광화문에서 한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폴라로이드 사진을 팔아서 재고를 전부 소진했으며, 마지막으로 연고대 대학탐방을 주최하여 1주일 동안 총 2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경험은 고작 1주일에 불과했지만, 저는 해당 경험 덕분에 가설을 설정하고 직접 검증하며 배움을 얻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창업에 대한 저의 호기심은 점차 확신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다음 시리즈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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