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豪氣

by 풍경

겨울 들녘을

휘감아 도는

굵고 거친 바람이


가느다란

나뭇가지 사이를

홀가분하게 지나가니


어디에도

거리낌이 없는

대인大人의 풍모를 닮았다


바람은

머무르지 않아

자유롭고


자유로워

어디든 머무르니


호기豪氣로운 몸짓으로

겨울 들녘을

의의猗猗히 달리고 있다


/


바람은 사계절 다 불지만 매섭기로는 겨울바람을 따라잡지 못한다. 특히 제주는 바람의 땅이 아니던가. 잠시 육지에 나가 살았던 몇 년을 제외하면 바람 속에서 산 세월이 50년 가까이 된다. 몸집이 작았던 어린 시절에는 바람에 불려 날 정도로 바람의 서슬 퍼런 기개가 무서웠다. 또한 사면이 바다인지라 거침없는 바람이 한바탕 지나간 자리는 쑥대밭이 되거나 심하면 사람이 죽어나가거나 하여 제주 사람의 가슴에 깊은 시름과 원망의 상흔을 남기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런 바람에 굴복하여 한탄만 한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며 삶을 즐겼으니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생활 속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것이 제주만의 강인한 문화를 만들었다. 그 강인함은 사람살이에도 영향을 주어 바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일찌감치 터득하였다. 바람과 함께 한 세월 속에서 이제는 이런 호기로운 겨울바람이 음흉하지 않아 좋고 어디에도 걸리지 않는 의연함이 있어 좋다. 구름처럼 의연하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삶, 그리 살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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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pixabay ]
# 호기豪氣 / 2021. 12. 24.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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