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법 햇볕이 따갑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살갗은 따스함을 느꼈건만 오늘은 따가움을 느낀다. 피고 지는 일을 먼저 끝낸 봄꽃들은 신록을 즐기고 있다. 제 할 일을 마친 봄꽃의 여유가 느껴진다. 머지않아 신록은 또 한껏 초록을 뽐내다 붉은 계절에게 자리를 넘겨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또 제 일을 다 마치면 겉으로는 앙상해 보여도 신성스러운 본질을 향해 서서히 제 알몸을 드러낼 터이니 이 모든 것이 다 한 자리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늘은 늘 그렇듯이 대지 위에서 피고 지는 이 모든 일을 묵연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