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은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다만 며칠 동안 이어지던 무거움이 조금은 가벼워진 듯했고,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작은 안도처럼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빨리 익숙해진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습니다.
평소처럼 씻고, 옷을 입고, 문을 나섰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이웃과 인사를 나눴고, 출근길의 소음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 저도 섞여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적어도 오늘은,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업무를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였습니다. 미뤄둔 일을 정리하고, 필요한 전화를 걸고,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누군가 농담을 던졌고, 저는 어색하지 않게 웃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상실이라는 단어가 잠시 제 자리에서 물러난 듯했습니다.
문제는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점심시간에 무심코 들른 카페에서였습니다. 당신이 자주 마시던 메뉴가 눈에 들어왔고, 직원이 아무렇지 않게 그 이름을 불렀습니다. 별것 아닌 장면이었는데, 갑자기 숨이 막히는 것처럼 가슴이 조여 왔습니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몸을 통해 다시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당신은 이 공간에 없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없다는 것.
저는 괜찮은 척 계산을 마치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컵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입술은 쉽게 닿지 않았습니다. 괜찮을 줄 알았던 하루가, 그 한 장면으로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무너지는 데에는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익숙한 메뉴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오후가 되자 집중이 흐트러졌습니다. 모니터 속 글자가 자꾸만 흐릿해졌고, 생각은 다른 곳으로 흘러갔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견딜 수 있다고 믿었던 감정이,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괜찮아졌다고 생각한 것은 사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던 것뿐이었습니다. 상실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정확하게 제자리를 찾아옵니다.
퇴근길에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특별히 아름답지도, 특별히 우울하지도 않은 저녁이었습니다. 그 평범함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가는데, 저는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괜찮을 줄 알았던 하루는 결국 제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고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오늘은 울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조금 단단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눈물은 준비 없이 흘렀습니다. 억지로 참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괜찮아지는 과정에는 이런 날도 포함된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상실은 직선으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어느 날은 평온했다가, 어느 날은 갑자기 깊어집니다. 우리는 괜찮아졌다고 믿는 순간에도 여전히 그 안을 지나고 있습니다. 괜찮을 줄 알았던 하루는 그래서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그만큼 또렷하기 때문입니다.
밤이 깊어지자 하루가 끝났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달력은 다음 날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을 실패한 날로 부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너졌지만, 여전히 하루를 살아냈기 때문입니다.
괜찮을 줄 알았던 하루는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완벽하지 않았고, 단단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흘러갔습니다. 어쩌면 괜찮아진다는 것은 울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울면서도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상태인지도 모릅니다.
내일은 또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다름을, 저는 다시 한 번 조용히 맞이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