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을 넘기다 울다

by 풍운

사진첩을 여는 일은 생각보다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휴대전화 화면을 몇 번이나 켰다 끄고 나서야, 저는 천천히 갤러리를 열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냥 그날따라 당신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고,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아직도 그렇게 웃고 있는지, 제 기억이 과장된 것은 아닌지.

사진은 시간을 정직하게 붙잡고 있습니다. 그 안의 당신은 여전히 살아 있고, 여전히 웃고 있고, 여전히 말을 걸 것처럼 보입니다. 해가 좋은 날 찍은 사진에서는 눈이 가늘게 접혀 있었고, 실내에서 찍은 사진에서는 괜히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저는 잠시 숨을 고르며 화면을 넘겼습니다.

처음에는 담담했습니다. “이때는 이런 일이 있었지.”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사진을 하나씩 넘겼습니다. 배경에 찍힌 카페의 간판, 식탁 위에 놓인 그릇,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길거리 풍경까지도 천천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문제는 예고 없이 찾아왔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넘긴 한 장의 사진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는 당신의 얼굴이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사진이었는데, 그 웃음이 유난히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 표정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갑자기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먼저 흘렀습니다.

울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렇게 갑자기 무너질 줄은 몰랐습니다. 화면은 그대로인데, 제 안의 무언가가 내려앉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진 속 당신은 변하지 않았는데, 저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차이가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사진은 현재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늘 과거만을 반복합니다. 그래서 더 잔인합니다. 그 안의 당신은 계속 웃고 있는데, 저는 그 웃음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습니다. 함께 찍었던 장면 속에서 저는 여전히 곁에 서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그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그 간극이 눈물의 이유였습니다.

사진을 덮으려고 했지만, 쉽게 닫히지 않았습니다. 한 장을 넘기면 또 다른 장면이 나타났고, 그 속에는 또 다른 기억이 있었습니다. 여행지에서 길을 잃고 웃던 날, 별것 아닌 일로 다투고도 금세 화해했던 저녁, 아무 의미 없이 찍었던 셀카까지. 그 모든 장면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기억은 순서 없이 쏟아졌습니다.

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잠시 고개를 숙였습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울고 나면 조금은 가벼워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선명해졌습니다. 그 선명함이 저를 더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상한 안도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 장면들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흐려져도, 사진은 그 순간을 붙잡고 있습니다.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라는 작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닿을 수는 없어도, 바라볼 수는 있다는 것.

사진첩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눈가가 젖은 채로, 저는 생각했습니다. 울었다는 것은 아직 잊지 않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고. 아프다는 것은 여전히 그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고.

사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함께 있었던 순간, 그때의 표정과 공기, 빛의 온도까지도. 그 모든 것이 지금의 저를 다시 흔들어 놓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시간을 다시 한 번 살아낸 것 같은 기분도 남깁니다.

사진첩을 넘기다 울었습니다. 그 울음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서라기보다,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화면 속 당신은 여전히 웃고 있고, 저는 그 웃음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사진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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