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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사라 May 11. 2023

오늘의 유언 #3 [2023년 5월 8일]

매달 혹은 더 자주 유언장을 쓰기로 했지만, 3달만에 썼다.

*약 복용의 철회로 인한 아픈 상태이기 때문에 예의도, 정리정돈도 철회된 말투로 진행하고자 함.




오늘 주치의를 만나서 할말을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었는데

막상 진료에서는 그 메모가 생각나지 않아서

앵무새같이 짧게 떠들고 왔다


우선 내가 먹는 저녁약이 개짜증나는 게 

뒷맛으로 쓴 맛이 올라온다

더 개빡치는 건 그대로 잠이 들면 괜찮은데

깨어 있으면 몇시간이고 그 ㅈ같은 쓴맛을 느껴야 한다는 거다.


그래서 약 바꿔달라고 요청해야 했는데

그걸 ........하...... 매번 까먹는다

(이정도면 참을만한 거 아니냐? 나자신아?)



내가 메모한 내용을 간추려서 말하자면

요즘 불안에 잠식되는 느낌을 blah blah 해놨는데


뭐 나는 낮과 밤이 너무 다른 사람인데,

낮에는 존나 좋은 사람이고 존나 좋은 일들이 넘치고

밤에는 존나 아프고, 도파민 중독이고


뭐 그딴 블라블라인데.

답도 결론도 없다.


아무튼 핵심은 약을 조정하는 거였는데

나는 [약 복용 철회 현상]으로 아프고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튀어나오는 말만 하고 나왔다.


우선 내 주치의는 내가 대학원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나를 염려해서다.

나는 일하면서 대학원을 다닐 만큼 '에너지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일도 하고 학교도 다니고

이따금 봉사활동도 하고,

칼럼도 쓰고,

술도 처먹고,

이렇게 블로그에 글도 쓰고,

그렇다.


주치의의 말에 반박하려는 게 아니라,

그의 염려가 십분 맞다.

나는 반박이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오늘 주치의에게 하고 왔다.


"나는 평생 브라이트한 때는 오지 않을 거 같다. 이러다 죽을 수는 있을 거다."


이거다.


오늘 유언의 핵심 내용이다.


주치의 말대로 나는 지금 건강이 매우 안 좋다.

그리고 경제적인 안정도 이루지 못했다.

좋은 상황은 아니다.

안다.

그러나 나는 브라이트한 상황을 기다릴 수 없었다.

내 삶은 늘 이런식일거 같았으니까.


마치 한 번도 건강한 적 없는 사람처럼 매일 아프다.

여기가 안 아프면, 저기가 아프고, 저기가 안 아프면 저어~기가 아프다.

보통은 여기가 아프면 저기도 같이 아프다.


그리고 경제적 안정?

물론 나는 나이드는 과정에서 가장 좋은 점은 경제적 안정을 이뤄가는 거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한다.

십 년 뒤에는 지금보다 더 잘 벌고, 안정적인 상태가 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

이같은 낙관은 자기위로는 아니고,

이러한 상황을 만나기 위한 중단기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다.


아무튼 지금 나의 경제지표는 짙고 굵은 빨간 글씨다.

여유가 있어서 대학원을 간 게 아니고.

학자금대출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간 거다.


그런데 빠르면 십 여년 뒤에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는다한들,

그때는 또 그 상황에 맞게 돈이 나가지 않을까?

지금보다 상황이 낫더라도, 갑자기 갑부가 될 게 아닐텐데... 

현금수영장에서 헤엄칠 게 아니기에

아~주 여유로운 경제적 환경에서 대학원을 간다는 건 거의 불가하다.


그리고 건강은 아무리 좋게 전망해도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는 정도이지,

확률적으로 더 나빠지고, 지금 상태에 따른 합병증이 추가로 생길 거고

브라이트한 전망은 '꿈 꾸는 것'에 불과하다.


그냥 나는 이러다 죽을 거 같다.

그래도

내 인생의 그래프에서는 지금 굉장히 안정권에 속할 거 같다.


나는 어릴 때는

인생은 당연히 불행한 것.

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실제로 불행했으니까.


그러나 나이들수록

인생은 불행하지만은 않다~

인생은 행복하기도 하다~

~ 나의 인생은 점점 나아지고 행복해지고 있다

라는 상승곡선을 타고 가고 있다.


현재 내 인생은 더할나위 없다.

물론 더해도 되고, 더해져야 할 부분도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말하는 거다.

갑자기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거나 

갑자기 씻은 듯이 건강해지거나

그런 꿈같은 얘기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사는 건 좋은 거만 취하는 게 아니기에

이 정도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거 아닌가, 생각한다.

건강하지 않고, 매년 늘어나는 적자 그런건 어쩔 수 없는 고통이라고 치자.

사는 건 한점의 고통도 없이 지나갈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언론재단에서 일종의 장학금과 같은 지원금도 받게 됐고,

나는 존나 힘들게 살지만 나름대로 지역사회에서 작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어쨌든 대학원을 다니고, 어쨌든 사업체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학보사에서는 나라는 존재를 어찌 알고, 연재 의뢰도 해왔다.

이정도면 잘 사는 거 아닌가?


지금이 최상의 행복을 경험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평균값에서도, 살면서 겪는 카테고리 질적인 면에서도,

괜찮지 않냐는 거다.




그리고 나는 영정사진으로 쓸 프로필사진을 갱신했다.


이번에는 명함에 사진을 박제했다.










내 명함 뒷장!

이 사진 셀프컷인데,

넘나 잘 찍지 않았는가?...요?

ps.

지난 3, 4월의 유언장은 없습니다.

걍 못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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