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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사라 Feb 22. 2024

오늘의 유언 #7 [2024년 2월 22일]

올해도 유언을 씁니다. 계속 씁니다.

돈에 대하여



대개 인류가 재산과 권력을 갖게 된 건, 그만한 식량의 확보.

즉, 농업혁명 이후라고 보고 있다.

재산을 갖으면 이득 보려고 많은 사람이 따를 수 있다.

그러니 재산은 곧 권력이 된다.


현대에 돈 많은 사람들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상속부자와 자수성자로 말이다.

유튜브에서 미국 뉴욕의 상속부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수백년 간 재벌인 가문들.



요즘 경제에 대해 말하다보면, 주식이나 부동산 이야기가 많다.

그러니까 투자에 대한 이야기가 주다.


상속부자나 투자부자를 보면 돈은 돈을 부른다는 말이 딱이다.

돈이 엄청 많다면 대대손손 부유하게 살 확률이 높다.


근대 이전보다 현대는 부를 저장하고 보호하기 훨씬 편하다.

옛날에는 나라가 망하거나 전쟁이 나면 많은 재산을 손실하는 상황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권력이나 물리적인 힘에 의해 재산을 뺏기지 않는다.

국가는 거의 망하지 않고 국가의 법에 의해 혹은 세계적인 규범에 의해 보호된다.


그러니까 현대의 모습을 얼추 갖춘 때부터의 부자는 지금까지도 부자다.


어릴 때 우리는 상속재산이 없는가에 대해 궁금했었다.

나의 증조할아버지는 도자기 공장을 운영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꽤 많은 돈을 만졌던 거 같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전국을 도는 한량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재산을 탕진했다고 한다.

전해들은 이야기라 사실인지는 모른다.

아무튼 친가는 집성촌에서 대대손손 살고 있고, 옛날 사람들이다보니 적지만 남은 재산을 법적으로 균등하게 나눠서 사용한 거 같진 않다.

장남이 그 집을 이어받아 살고, 마찬가지로 땅도 이어받아 농사를 지었다.

그 정도 수준인 거 같고, 재산이라 해야 선산 정도가 남았는데 그또한 나와 관련되기 힘들거 같다.

(법적으로 불가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신경쓰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부모때부터 맨손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고생하며 노동한 대가로 사는 층이란 말이다.

어릴 때는 충족하지 않지만, 현대 대개의 사람들처럼 먹고 입고 자는 데 문제 없이 살았다.

그러다 부모님 이혼 후 진정 가난해졌는데, 그 또한 어떤 스트레스로 오지 않았다.

아무리 가난해도 살다보면 필요한 것은 다 채워지는 게 이치인 거 같다.



아무튼 이 긴 서론을 펼치고서 내가 하고자 하는 본론은 녹록치 않은 내 경제 사정 이야기다.

십대부터 가난해졌기에 증여 재산 혹은 그에 준하는 게 없다.

19살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나의 경제적 비용을 하나하나씩 엄마에게서 양도받고 경제적 독립을 이뤘다. 보험, 통신비 그런 고정지출 말이다.


2016년 4월 29일자로 적금(보험)을 든 게 있다.

10만원 조금 넘는 금액을 매달 부었다.


당시 신문사에 입사한, 그러니까 첫 취업을 하고나서 정기적인 월급이 들어오니 무리해서 든 거였다.

10년 뒤에 원금을 찾아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말이다.

일부러 중도해지를 안하려고 은행이 아닌 보험사에서 들었다.

중간해지는 손해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2026년에 목돈을 거머질 기대를 하며 백수인 시기에도, 돈 한푼이 부럽던 힘든 모~든 시기에도 견디고 견뎌 붓고 붓었던 적금.


결국

2024년 2월에 해지했다.

94회나 납입했더라.

중도 해지라서 손해보고 해약금을 받았다.


신문사를 그만두고나서는 일년가량 일을 못했고,

신문사 창간 후에는 3년가량 거의 수입이 없었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도 지키고 지켰던, 10년만의 목돈 마련... 그 꿈.


고지를 앞두고, 손해를 보면서 지금 해약한 걸 보니,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가장 힘든가보다.

(물론 지출의 크기가 몇배로 달라졌다.)


해약금이 들어왔지만, 그래도 이번달 홍수를 전부 막을 수도 없다는 게 참... 

허탈하다.


최근들어 경제적 위기감이 강하게 들었다.

평소에도 위태위태하게 이방법 저방법을 동원해서 한달을 겨우 견뎌내며 지냈지만,

최근에 온 '촉'은 더 강렬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생각만 종합해봐도 위기상황이 맞았다.


평소에 합산은 안 하고, 기록만 하는 가계부도 나름 쓴다.

그래서 대강 지출 상황을 알고는 있다.

그래도 위기가 왔으니, 평균을 내어 지출 내역을 적어봤다.

매달 위험하게 아슬아슬하게 보낸 이유가 있었다.

아니, 이걸 여태 어떻게 막았는지 신통할 정도였다.

그만큼 지출이 너무 컸다.


경조사, 이벤트, 필수목록이 아닌 지출을 모두 제외해도 숨 막힐 정도로 많았다.

그나마 조절 가능한 구간이 식비와 패션뷰티 관련이다.

화장품은 안 바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살 수 밖에 없지만, 옷은 안 살 수 있다.

식비는 배달을 현저하게 줄여서 반토막 낼 생각이다.

최근 거의 직접 해먹고 있다. 그러나 물가가 너무 비싸서 반토박 내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열심히 알뜰하게 조절해봐야 한다.

밥과 계란만 있으면 끼니는 떼운다는 생각으로... 케찹이나 간장에 비벼 먹으면 되니까 말이다.

그밖에 필수영양분은 영양제로 채우고 있으니 괜찮다.

말만큼 계란밥만 먹고 살진 않지만...


아무튼 현실 타격감이 크다는 게 결론이다.



그러나 


나는 생겨먹은 게 돈에 대한 욕심이 별로 크지 않은거 같다.

불편함 없는 정도까지만 바랄 뿐, 잉여의 부를 바란 적이 없다.


물론 경제적인 성공이나 경제적 해방 등이 이뤄진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당연히 그러길 바라지만, 

대대손손 풍요롭게 살 만큼 큰 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죽어서 장례식 정도 치를 돈 말고는 남길만큼 갖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싱글이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맞지만 다 맞는 말도 아니다.

어차피 수명은 길다. 자식이 있더라도 살아서 필요한 정도의 지원은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것을 욕심내서 줄 필요도 없다.


감당하는 걸 넘어서는 부가 생긴다 해도 죽기 전에는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돈은 돌고 도는 거다.

어디선가 와서 내 손에 쥐어 준 거 뿐이다. 

그래서 나를 살아 있게 하는 거고, 그 이상의 것은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게 맞다.

나 말고 또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돈을 상속하는 거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상속하고 싶다.


지금 나는 경제적으로 부족하고 스트레스 받는 게 맞지만, 삶의 규모가 커진 만큼 돈도 더 필요한 상황이 되서 그런 거 뿐이다.

언제든 처지는 변할 수 있고, 그래서 이러한 가치관은 유지하고 있다. 


다만 바라는 것은, 죽기 전에까지 이 삶 속에서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그 중 좋은 것을 더 즐기기를 바랄 뿐.

돈이 없어 사는 것에 장애가 오지 않고, 그런 경제적 스트레스가 아닌 다른 가치 있는 것에 더 신경쓸 수 있는 처지이기를 바랄 뿐.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좋은 상황이 올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삶의 존폐의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선하게 노력할 것이고, 세상은 필요한 것은 채워지는 게 이치라고 믿기 때문이다.



자연의 수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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