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25일 일요일

by 백현진

뜨겁고 맑은 날이었다.
편의점에 잠깐 다녀올까 휴대폰을 집는데 옆 커다란 창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까워 산책을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볕은 뜨겁고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시원하고.
절로 신이 나 보폭이 넓어진다.
산책로에는 꽃은 다 떨어졌지만, 온통 초록이고 초록에 파묻혀 사람들이 걷고 있다.
맞은편에서 보면 나 역시 초록에 파묻혀 걷고 있겠지,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자 눈 앞에 무언가가 떠다닌다.
개와 아이들과 산책을 나온 엄마가 만들어내 비눗방울이었다.
주말이라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들, 산책 나온 강아지들의 즐거운 얼굴이 가득.
누군가 서서 하천을 바라보고 있길래 다가가 보니 어미 오리가 주둥이로 물살을 갈라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떠다니는 아기 오리들이 보인다.
서로 깃털을 정리해주는 비둘기도 보았다.
한 시간 산책에 옅게 어두워진 다리로 돌아오는 길,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샀다.
얼음과 레몬을 띄운 맥주를 마시며, 유한한 인생에 오늘 같은 하루가 이어진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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