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23일 화요일

by 백현진

오랜만에 청명했던 어제 내내 침대에서 나오지 못한 게 억울해, 미세먼지 낀 하늘을 보면서도 도서관으로 향했다.
가벼운 여름 원피스 한 장에 커다란 재킷을 걸치고 맨다리에 하이넥 컨버스.
겨우 운동화의 형태만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정도로 너줄너줄하다.
그런 신발을 꿰신고 커다란 에코백을 둘러메고 맨얼굴로 집을 나서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깜짝 놀랄 정도로 길어버린 머리카락이 마치 멈춰있던 시간들을 상징하는 듯 느껴진다.
별로 그 무엇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고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는, 지금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모르는 사이 언제 새 책을 낸 거지, 엇 하고 놀라며 김연수 작가님과 김중혁 작가님의 신간(이랄까)을 살펴보고 돌아오는 길.
두 팩에 6,000원인 딸기와 5개에 2,000원인 가지를 산다.
계산하는 내 다리 옆으로 얼마 전 과일 가게 못난이가 낳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통통통 뛰어간다.
다음에 만나면 이름을 물어봐야겠다.

*사진은 오늘 일기 쓰는 풍경, 그림은 오늘 도서관 식물이 있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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