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31일 수요일

by 백현진

침대에 누워 경복궁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오래 살았으면서도 한 번도 가본 적도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일본에 갔을 때 숙소에서 10분 정도만 걸으면 공원이 있다고 해서 별 기대 없이 산책 삼아 간 적이 있다.
3,000원 정도 하는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 보니 예상과는 달리 아주 넓고 아름다운 '본격적인' 공원이었다.
신주쿠 한복판에 이런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니 감탄하고 또 감탄하며 공원을 걸으면서,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좋을 텐데 생각하다 문득.
공원은 아니지만 나는 집 근처에 궁이 있잖아 그것도 여러 개.
그렇게 서울로 돌아와 비 내리던 날 원피스를 입고 분홍색 장화를 신고 처음으로 경복궁에 갔다.
3,000원만 내고 보아도 되는 걸까 싶은 정도로 넓고 면면이 무척 아름다왔다.
이 아름다움을 알았으니 이제 자주 와야지 생각해놓고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방문이었다.
거대한 아름다움이 그 속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선뜻 다시 발길이 가지 않은 건, 들어가지 않고 그 주변만 걷고 있어도 무척 아름답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신주쿠 공원은 입장료가 조금 오른 모양이지만 경복궁은 여전히 3,000원으로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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