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역띠 Jul 22. 2020

아들아, 비밀이 알고 싶니?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고, 시간의 소중함에 대하여

영화 “어바웃 타임”을 봤다. 내 기억에 “어바웃 타임”은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로맨스 영화였다. 그러나 두 번째 보았을 때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담은 영화였다. 심지어 남주와 여주의 로맨스는 그저 이야기의 큰 줄기를 구성하는 부품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얼마나 대충 봤기에 그런 감상이 남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저 그런 삼류 로맨스 영화가 아니었다. 인생의 큰 진리를 담고 있는 걸작이었다.


몇 번을 멈추고 감상에 잠겼는지 모르겠다.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수도 없이 많아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중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팀이 아버지의 폐암 소식을 듣고 본가를 방문하여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거기서 아버지는 죽기 전 아들인 팀에게 이런 말을 남긴다.


“큰 비밀을 알고 싶니? 저번처럼 드라마틱한 것은 아니지만 훨씬 중요한 거지.”

    

그리고는 행복한 삶을 위한 두 가지 공식을 아들에게 알려준다. 첫 번째 단계는 일단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되돌려 거의 똑같은 하루를 다시 사는 것, 그것이 두 번째 단계이다.


첫 번째 하루와 두 번째 하루는 표면적으로 모든 것이 똑같다. 그러나 그 하루를 사는 팀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첫 번째 하루에서의 팀은 하루 종일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점원의 태도에, 업무로 인한 피로에, 옆자리 남성이 만든 소음에 팀은 하루 종일 시달린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운 팀은 아내인 메리에게 “오늘은 힘든 날이었어.”라고 투정을 부린다. 그러나 두 번째 하루에서의 팀은 첫날에는 긴장과 걱정으로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점원의 태도도, 업무로 인한 트러블도, 옆자리 남성의 소음까지 모든 것이 아름답고 즐겁다.


나는 이 장면에서 새삼 큰 깨달음을 얻었다. 작년에 나는 학원 강사 생활을 그만두면서 내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았는데 특히 책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 중 어떤 책에서 이런 내용을 봤다.


누군가는 인생을 두 번 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인생을 두 번 살고 싶니? 그 방법을 알려줄게.
지금이라도 인생이 한 번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거야.”     



실제로 아들 팀은 나중에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뛰어넘어 더 이상 시간 여행을 하지 않게 된다. 오늘 이 하루가 사실은 과거의 내가 몇 번이고 돌아온 그 하루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갈 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2018년은 작년 하반기에 이어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해였다. 마치 팀에게 사랑의 가치와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아버지처럼. 고마운 존재를 떠나보내는 일은 언제나 슬픈 일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만남은 헤어짐을 전제한다. 아직은 녀석을 보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지만 애초에 준비된 이별이란 것이 존재할까. 미련스레 붙잡지 말고 자연스레 나의 소중한 한 때를 보내줄 준비를 해야만 한다. 나는 팀처럼 시간을 여행하는 능력이 없으니까.


다만 건조한 내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하고, 든든한 근간(根幹)을 만들어준 일 년이 있었음을 잊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쩌면, 영원한 이별은 아닐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 번 2018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미처 전하지 못한 감사함이 있다면 남겨 다가올 내년의 동력으로 삼도록 하자. 그것이 내가, 다가올 미래에게도, 지나간 과거에게도 덜 미안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이경환'의 브런치 - brunch.co.kr/@puplegrapes

'아내'의 브런치 - brunch.co.kr/@jfasd2003

매거진의 이전글 농담으로 하는 말, 농담을 주고받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