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역띠 May 24. 2021

죄송합니다

_'큰 소리 내지 말고 우아하게 삽시다'로 상처 입으신 모든 분들께

'아내가 브런치에 합격했다', '나는 오늘 작가가 됐다'에서 이미 밝혔듯 나는 7번의 낙방과 8번의 도전 끝에 브런치의 작가 타이틀을 얻었다. 타이틀을 얻자 자만하는 마음이 생겼고, 활동도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간간이 올리는 글 중 '창작'이라기보다는 '배설'에 가까운 글들도 있었다. 작가 타이틀을 얻는 순간부턴 좋든 싫든 공인이 되는 것인데, 그 무게를 알지 못하고 스스로를 가벼이 여겨 쓴 글들이 결국은 탈이 났다.


한동안 공사장 소음으로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 조용히 자습을 하고 있는데 무자비하게 두드려대는 공사 소음에 학생들 보기도 민망하고, 화도 난 상태에서 두서없이 감정을 따라 적은 글을 브런치에 올렸다. 공사장 소음으로 시작한 글이, 점차 격앙되는가 싶더니, 최근 마음을 무겁게 하던 일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던 일들을 인과관계없이 나열하기에 이르렀고,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에게 돌팔매질을 한 격이 되고 말았다.


생각 없이 뱉은 말이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 누군가 상처 입힐 수 있다는 걸 뼈 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기억을 되짚어 보고 사정을 살피는 동안에 내 잘못을 알게 되면서, 나의 경솔함에 견딜 수 없이 낯이 뜨겁다. 사실 무슨 말로도 속죄가 될 수 없겠지만, 자숙의 의미로 한동안 브런치 활동은 중단할까 한다. 성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가지지 않고서는 스스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더 큰 실망만 안겨드릴 것 같아 그렇게 결정하였다. 또한 스스로를 돌아보고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가진 뒤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한 발판으로 삼자는 뜻이기도 하다.


사과는 늘 어려운 일이다. 죄송하고, 미안하고, 또 안타까운 마음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엔 배움이 짧고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하지만 서툴게나마 내 경솔함이 당신에게 상처가 되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그간 당신과 나누었던 대화들에 진심 아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음을 꼭 전하고 싶어 이렇게 부랴부랴 거친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



 

학생들도, 학부모님들도, 심지어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도 마음대로 들어와 제 글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란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생각이 짧아 죄송합니다. 브런치 작가가 된 순간부터 저만의 작업 공간이 생겼다고 기뻐하며, 어느 순간부터 교사라는 본분을 망각한 채, 배설에 가까운 글들을 써서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좋은 글은 늘 독자들의 감정과 입장을 두루 헤아리는 것이어야 함을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번 절절하게 느끼고 또 배웠습니다. 저의 경솔함과 거친 글들이 상처가 되었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욱 신중한 마음가짐으로 언행을 삼가고, 제가 선 위치의 무게감에 어울리는 근력을 키우겠습니다. 한 번의 말과 글로 넘어가기보다는 실천하는 모습으로 증명하는 교사가 되겠습니다.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채찍질로 알고, 한동안 자숙하는 의미로 글은 쓰지 않겠습니다. 제 경솔한 감정 표현에 크고 작은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제가 되겠습니다.

 

_2021년 5월 24일 월요일. 현직 고등학교 국어 교사 이경환 올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