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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Sep 08. 2024

스스로 개척하는 삶, 나를 외치다.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결혼이란 인생의 거의 모든 부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자로 태어난 이상 그저 곱게 현모양처가 될 신부 수업을 하다가, 가장 적절하고 잘 팔릴 것 같은 절정의 시기에 적당한 조건의 남자를 만나, 평생을 집안일을 돌보며 교양 있게 문화센터나 다니며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이런 신데렐라의 로망이 남 얘기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최근에도 대학 졸업 후 취업 길이 막연해 '취집'을 선택하는 똑똑(?)한 처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우리 집안만 봐도, 나름 빼어난 외모에 무난하고 순한 성격을 지닌 언니가 가장 시집을 잘 갔고, 현재까지도 현모양처로 아이들 교육에 열중하며 잘 살고 있는 걸 보면, 여자로서 최고의 미덕은 여성스러운 외모에 적당히 세지 않은 무난한 성격, 너무 출중하지 않은 적절한 능력인 것 같다. 솔직히 부럽다. 좋은 와이프가 되는 것도 정말이지 타고난 재능이자 뛰어난 능력이다.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여성일 확률이 높을 거라 생각한다. 남자들이 말은 안 해서 그렇지, 자기보다 탁월한 배우자를 원하는 남자는 많지 않다. 물론 최근 MZ세대들의 경우야, 아예 결혼(초혼)을 안 하는 비율도 급격히 상승 중이니, 여자에게 기대길 원하는 남자들도 꽤나 있긴 있을 게다.


자꾸 '기댄다', '덕 본다'는 표현을 하게 돼서 유감이지만, 오늘 이야기는 '남자 덕'에 대한 이야기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남편 덕'을 보고자 결혼하고 버티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혼하면 그 모든 '혜택'이 사라진다. 남편 덕, 시댁 덕..
누구 덕을 보고, 비빌 언덕을 갖고 사는 나름의 안락한 삶은 사라져 버린다.
자유로운 하루하루를 얻고, 내 마음대로 살아갈 기회를 얻는 대신에
누군가에게 의지하여 기대고 사는 삶은 반납해야 한다.



결국 이혼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스스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 덕보고 살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 오롯이 인생의 고난을 극복해 낼 만한 자신감을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만약 재혼을 다시 한다 해도,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목적으로 시작한다면 그 결혼 생활은 힘들 것 같다.


내가 이혼할 당시, 상대측(?) 어르신이 문득 내 나이를 물으셨다. 당시에 내 나이는 서른 넷이었는데, 문득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난다.


"서른 넷이면 애 키울 수 있겠네."


당시는 그 말도 뭔가 짜증이 났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인생을 살아본 어른으로서 '독립성'에 대해 걱정을 했다가 안심을 하셨던 게 아닌가 싶다.


내 경우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나름의 대안이 됐지만, 이혼하자고 공무원을 시작한 건 아니었기에.

게다가 공무원이 아니라고 해도, 혼자 자립할 능력이 된다면야 뭐. 이혼이 대수겠는가.

오히려 배우자의 성장을 가로막는 결혼생활이라면 청산하는 서로에게 좋지 않나 싶기도 하다.


열심히 가정생활을 하는 분들께는 다소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의도치 않은 인생의 새로운 길이기에, '이러한 삶도 있구나'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결국 나는 이혼이라는 겪지 않아도 될 과정을 거치면서 그제야 비로소 '스스로 개척하는 삶'을 살게 됐다.



아마 그런 고난이 없었더라면 그저 남들 사는 대로, 평범한 주부이자 직장인으로서 그런대로 하루하루 만족하며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대로의 내 모습도 매우 자랑스럽다.


혼자 아이를 십 년이나 키워냈다니!

그것도 아주 씩씩하고, 당차게, 내 할 일 잘 해내면서.


게다가 문득 돌이켜보니,

아이와 함께 사는 하루하루의 일상에서
'관계로 인한 갈등'이 없다는 점이 매우 홀가분하다.


그저 우리는 하루하루 성장하는 일에 집중하며,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를 찾기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다.


올 가을에는 문화센터에 새롭게 '타로 자격증반'을 등록했다. 수업 첫 시간에 강사님께서 내게 물으셨다.


"타로를 왜 배우고 싶으세요?"


10초쯤 생각에 잠기자, 강사님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대신 대답해 주셨다.


"자신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가요?"

".... 맞아요. 늘 궁금했어요. 앞으로의 제 인생이요. "


이혼 후에야 비로소 내가 나를 더 사랑하게 되었고,
매일의 일상을 감사하며
'내게 좋은 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의 가치'에 대해 궁금해졌다.
물론 결혼 생활 중에도 가능한 일이지만,
이혼이라는 고비가 더욱 담금질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혼한 지금. 나의 보호자는 나 자신이다.
누구의 덕도 볼 수는 없고, 기댈 언덕도 없지만,
그런 콩고물에 익숙해지는 것보다는
스스로 얻어낸 '자유'와 그로 인해 독립적으로 개척해야 할 내 인생이
너무나 사랑스럽고, 소중해졌다.



부모님 눈치도, 사회의 굴레도, 배우자의 동의도 필요 없이 원하는 대로

주체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지금 상태가 참 편안하다.     

홀로라서 외롭고 고달프지만 자유가 주는 광활함에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 울타리 안에 갇히기 싫어진달까.


이런 마음이 언제까지 갈지는 장담치 못하겠다.

적어도 오늘을 사는 지금은, 나는 이혼 후 얻은 진정한 자유로움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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