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

그 시작에서

by 유희경


25년 5월 5일 나에게 큰 계기가 있었다.


당일은 마음이 먹먹해 글을 쓰다가도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울음을 참으려다가도 '혼자 우는데 참을게 뭐가 있어' 하며 펑펑 울었다. 하지만 20대 때 슬퍼 울던 슬픔과는 달랐다.


캔뚜껑을 땄을 때처럼 '펑-' 하고 울었지만 금방 잦아들었다. 그러다 캔을 흔들어 다시 '핑-' 하고 터졌다. 점차 나는 탄산 빠진 콜라가 되었다.


그렇게 5월 6일엔 도서관을 가게 됐다. 무언가 집중할 게 필요했다.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 도서관에 갈 때조차도 늦은 시작에 일어나 가는 것에 대해서도 부채감을 느꼈다. 이날의 나는 집에 앉아 있을 수 없어 도서관으로 탈출한 사람이었다.


3시간

쉼 없이 손에 잡히는 책을 읽었다. 집에서 하루 종일 읽겠다고 붙들고 있던 양보다 훨씬 많았다. 더 중요한 건 글을 마음으로 읽고 있었다. 인생에 밖으로 이룬 게 하나 없지만 내 길의 주인은 나라고, 살면서 오는 굴곡의 흐름이 반복됨을 느꼈다. 원인은 마음 저편 어딘가에 있는 것이다.


챗지피티한테 물었다.

병원에 가란다.

나는 말했다.

돈 없어.





내 마음 저편의 원인을 알고 싶었다. 중학생 때 심리학도가 되고 싶었던 그때도 나는 스스로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대학교 입학 후 교내에서 진로상담하며 하게 된 심리 상담이 있었다


비가 오는 날 자신을 그려주세요



지금 보니 저때도 봄이었구나


나의 그림에 상담사분은 걱정 어린 눈으로 물어보았다.

“왜 우산을 안 쓰고 있어요?”


그러게 말이다. 나는 비가 오면 항상 우산을 쓰는 사람인데 왜 그리지 않았을까?


상담사님은 내가 외부로부터 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피할 생각 없이 그저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셨다.


내리는 비를 피할 생각 없이 온몸으로 맞고 있던 것이다.


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의 활기참은 온데간데없이 나는 무기력에 잠긴 채로 입학했던 터였다.


그래도 정신없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혼자 생각에 잠길 틈이 없었다.


무기력했던 나는 한 달 안에 사라지고 동아리생활과 대외활동, 경진대회에 참가하며 바쁜 대학생활을 보냈다.


무언갈 향해 달려가지만 그 무언가가 나도 무엇인지 모르고 달려 나갔다. 대학생활의 목표가 취업인 주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방향 없이 무모해 보였다.


그렇게 목표가 뚜렷이 없던 나는 방황했다.


졸업이 다가오고 아직 취업하지 못한 나를

교수님이 도와주시려던 것도 거절하고 취업센터에서 소개해준 곳도 스스로 거절한 것이다.


나는 고집불통이었다. 아니 고집불통이다.


나는 왜 대학을 나왔나


대학교를 졸업 후 취업준비생이 되었다. 그러나 취업에 뚜렷한 목표가 없으니 만 30살의 청년이 누릴 수 있는 것에 매몰돼 연결되지 않는 시도만 남발하고 있었다.


어찌어찌 자격증 시험이 붙고 회사에 지원을 하는데 어느 순간 두 손 두 발 놓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분명 무언가에 취해 있던 기간이 있었지만 정신 차려보니 나이만 먹은 인간이 되어 있었다.





이런 내가 현실로 다시 돌아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봄이었다.


20대를 통틀어 내가 가장 나답게 존재할 수 있던 시기가 바로 봄의 연애였다.


나의 부족함과 장점을 알고 성찰할 수 있었고 타인에 대한 애정을 일깨워주었다.


주변에서 쥐여준 선택이 아닌 온전히 나 스스로 선택한 것으로 이루어진 것이 연애였다.


오래전 헤어진 그가 나랑 비슷한 성향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첫 연애가 늦은 만큼 연애에 큰 조급함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가 이미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몇 년이나 지나 최근에서야 알았다.


지나간 인연의 소식을 듣고는 복잡한 심경을 겪는 내가 너무 어리석었다.





나는 지금 누구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

새벽빛이 커튼틈새로 넘어오기 전에 커튼을 열어 동이 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 누워 있을 수 없었다.



고통도 슬픔도 웃음도 몇 초 만의 표정변화일 뿐


무기력하던 나는


한순간에 후회와 슬픔과 자괴감에 요동치는 심장을 느끼며 지금의 '나'를 느끼게 됐다.


그러면서 희한한 경험을 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에 둥근 구멍이 난 발등이 보였고 다시 떨어지는 불꽃에 환상통을 느꼈다.

그러면서 고통에 울부짖으며 희열을 느꼈다.


나는 '고통을 느끼는 나 자신'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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