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니스(Newness), 사랑의 3요소 사이의 방황
야한 영화로만 치부되긴 아까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는 만나기 어려웠는데, 오랜만에 추천하고픈 영화가 생겼다. (남자 주인공도 마음에 쏙)
썸네일만 보면 '야한 영화'로만 기대하고 클릭할 법한데, 실상은 사랑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
'뉴니스(Newness)'이다.
(영화의 결말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마틴과 가비는 매일 데이팅 앱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 데이트하는,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LA의 젊은이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자유로운 데이트는 항상 즐거움만 선사하진 않는데, 그것은 그 여러 번의 데이트 중에 나를 이해해 주고 내가 이해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기 때문이다. 이는, 원하는 대로 낯선 이와 사랑을 나눴음에도 절정을 느끼지 못해 그 허전함과 허무함을 메꿔보려 또다시 데이팅 앱을 켜는 가비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다.
마틴과 가비는 각각 다른 이와의 불만족스러웠던 데이트 후에, 데이팅 앱을 통해 서로를 만난다. 죽이 잘 맞고 함께 있으면 많이 웃게 되었던 둘은 결국 마틴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만난 지 이틀 만에 동거를 결정하는 서양의 쿨함이란...)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의 신비함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연애 초반의 설렘이 사그라들자, 그들의 본래 성향인 ‘자유로운 연애’에 대한 갈망이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싸우고 난 다음날 둘은 각자 바람을 피우게 된다.
바람을 피우며 잠깐의 스릴은 즐겼지만, 서로가 소중했던 그들은 전문상담을 통해 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하기로 하고 각자의 내면에 자리 잡은 ‘새로움(Newness)을 향한 갈망’을 털어놓고 인정한다.
여기서 인정한다는 의미는, ‘Open relationship(자유연애)’을 시작한다는 것이며, open relationship은 서로 파트너가 있음에도 서로 솔직하기만 하면,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의미이다. (쿨내 나는 서양의 사랑...)
스트립퍼의 선정적인 몸짓 아래 흥분하는 남자 친구를 보며 쾌감을 느끼거나, 함께 쓰리썸을 즐길 여자를 골라오는 등 둘은 open relationship의 '쾌락'만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고 시작한다. (유교가 근간인 한국 사회에서 자라온 나에겐 적잖은 충격...)
그러나 모든 관계가 내가 원하는 선까지만 발전하기는 어렵듯이, 잠깐의 스릴만 즐기려고 했던 새로운 관계들에 둘 다 마음을 열게 되고, 이는 서로에게 진짜 자유로움(헤어짐)을 맞이하게 한다.
이내 서로를 잊을 수 없었던 그들은, 내면 깊이 자리 잡은 ‘Newness’에 대한 목마름을 참고,
시간이 가면서 지루해질 것이 뻔하지만 서로를 깊이 신뢰할 수 있는 이 관계에 헌신하기로
'다짐'하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영화에선 무엇을 말하나?
이 영화는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영화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완전한 사랑'을 어떻게 만들 수 있나? 에 대한 질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혼이 보편화되고 만남과 헤어짐이 점차 casual 해 지는 세태 가운데)
영화는 주인공 커플을 통해,
완전한 사랑은 새로운 어떤 시도가 아니라, '인내와 노력'에서 완성된다고 결론짓는다.
30년간 사랑을 연구한 한 과학자는 사랑의 3요소를 이렇게 꼽는다.
1) 성욕(캐주얼한 사랑): 성적 충족을 위한 갈망
2) 로맨틱한 사랑 : 사랑 초기의 희열감, 강박 관념
3) 애착 : 장기간 짝에 대한 평온함과 안정감
이 세 가지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캐주얼 섹스는 캐주얼하지 않다. 오르가슴을 겪으면 도파민이 치솟는다. 도파민은 로맨틱 사랑과 연관되어 있다. 그래서 캐주얼 섹스를 한 사람과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오르가슴을 겪으면 애착과 연관된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바소프레신이 분비된다. 그래서 누군가와 사랑을 나눴을 때 무한한 조합을 느낄 수 있다.
장기간 짝에게 깊은 애착을 느꼈지만, 다른 사람에게 강렬한 로맨틱 사랑을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 성욕을 느낄 수도 있다.
출처 : 로맨틱한 사랑에 대한 연구, Helen Fisher 'Why we love, why we cheat'
"요약해서 우리는 한 번에 한 사람 이상의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인내와 노력'이 없이는 한 사람과의 사랑을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 점에서 이 영화가 사랑의 본질과 속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사랑의 첫 시작은 성적 갈망에서 시작되었더라도, 결국 종착지는 애착(평온함과 안정감)이 아닐까?
지금, 나의 사랑은 어느 단계일까?
Loves all of you. Love your curves and all your edges. All your perfect imperfections. John Legend의 'All of me' 가사 중에서
* 이전에 '결혼 이야기'의 리뷰를 포스트 하였는데, 같은 의미를 담고 있어 공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