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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Aug 08. 2019

길치,꼬마화가; 연포해수욕장 세 번째 방문

조금 아쉬운 후기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사람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아 나만 생각한다면 휴가 시즌에 가진 않았을 테지만, 방학 때 한 살 차이 나는 사촌 언니와의 휴가를 오매불망 기다릴 아이 생각에, 동생과 가는 휴가에 늘 참여하고 싶어 하셨던 엄마 생각에 추진하게 되었다.


동생이 자영업을 해서 평일이면 언제든 사업장으로 불려 가야 할 수도 있기에 어쩌다 보니 동생네에서 한 시간 거리의 연포 해수욕장을 또 가게 되었다.


연포 해수욕장은 이번이 세 번째 방문.


첫 번째 방문

2014년 10월 동생 추천으로 처음 방문하게 된 연포 해수욕장은 서해의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덜 상업적이고 조용했으며 무엇보다 숙소 바로 앞이 바다라 이동이 편하기에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물론, 덜 발전된 곳이라 숙소의 컨디션은 포기해야 한다.

숙소에선 호미를 빌려주어 물이 빠지면 눈먼 조개가 우리한테 잡힐 린 없겠지만 조개잡이도 할 수 있다.


이모를 기다리며 조개잡이하던 (땅을 파던) 4살때의 꼬마화가



두 번째 방문

2016년 여름, 동생과 휴가지를 고르다 연포 해수욕장의 기억이 참 좋았기에 큰 고민 없이 또 연포를 선택하게 되었다. 역시 조용하고 덜 상업적인, 그러나 있을 건 다 있는.. 무엇보다 숙소 앞은 바다, 숙소 뒤는 주차장이라 여자 둘이 아이도 챙기고 짐도 들어야 하는 상황에선 현명한 선택이었다.


다 씻겨놨는데 바로 누워버리는 아이들..


일단, 서해의 바다색은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물이 얕고 음주가무가 목적인 관광객이 적어서 그런지 모래사장이 깨끗해 아이들이 누워버려도 괜찮다. 어린아이를 혼자 케어해야 하니 깊고 물살이 센 동해의 바다와 많은 사람들, 그리고 장거리 운전.. 여러 가지를 생각해도 서해가 적당했던 것 같다.


바닷가 휴가의 꽃은 조개구이


동생과 조개구이를 먹으면서도 바로 옆 모래사장에서 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고, 참 좋은 기억만 남았던 연포해수욕장이다.



세 번째 방문

그리고 올해 여름휴가, 이번에도 3년 전과 같은 이유로 연포 해수욕장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숙소 컨디션이 리모델링을 하고 (사진 상으로는) 꽤 괜찮았기에 큰 고민 없이 결정하게 되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라면 엄마가 같이 가시게 되었다는 것.


하루 차이로 숙박비가 많이 차이 나기에 일요일에 출발하였더니 차도 안 막히고 교통체증 없이 너무 쉽게 연포에 도착하였고 세 번째라 그런지 익숙하기까지 하다. 숙소는 세시부터 체크인이라 일단 차에서 아이들 수영복을 갈아입혀 해변가로 나갔다.


10살, 9살이 된 아이들


아이들끼리만 두면 위험하니 나도 같이 물에 들어가고, 엄마와 동생은 그늘막에서 짐을 지키고 있었는데 날씨가 더워 엄마가 꽤 힘들어하신다.


이번 휴가는 삼대가 같이 왔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엄마만 생각하면 시원하게 관광을 할 수 있고 몸도 풀 수 있는 곳을 정했을 텐데 아무래도 방학인 아이들을 위해 휴가 온 게 목적이니.. 엄마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 싶다.


체크인 시간이 되어 아이들도 씻길 겸 숙소에 갔는데 확실히 리모델링해서 깨끗하긴 하나 다 망가진 샤워기에 온수 냉수 조절이 안 되어 냉수가 나오면 차갑다 난리, 온수만 나오면 뜨겁다 난리다.

3일간 어떻게 이 샤워기로 씻겨야 할지 걱정이다. 게다가 꼬마화가는 침대가 없네, 호텔이 아니네 하며 고급 코스프레를 하기 시작했고 믿던 엄마조차 이런저런 불평을 하신다.


야생, 문명 두 가지 상황에 스위치 하는 능력이 탁월한 나로선, 이 정도면 훌륭한데 기껏 놀러 와서 불평부터 하고 보는 모습에 살짝 서운함도 느껴졌다. 무엇보다 공짜로 휴가 온 삼인이 말이다.


그러나 나도 숙소에 살짝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장 큰 방을 예약했기에 다섯 명 이어도 추가 금액을 내야 하는지 잘 몰랐는데 동생이 잠시 내려간 사이 아이가 두 명인 걸 봤다며 2만 원씩 2박 추가 요금 4만 원을 요구받았다. 홈페이지를 보니 명시가 되어 있길래 4만 원을 추가 지급했고 바비큐는 3인으로(숯의 양) 세팅을 부탁드렸다. 그런데 사장님이 세팅하러 오신 것 같은데 금세 가시기에 뭘 가지러 가셨나? 했더니 그릴에 부탄가스를 연결해주고 가신 거다. 부탄가스 2개에 15000원? 게다가 두 번을 구워 먹었어도 가스 한 개도 다 안 썼기에 환불을 요청할까 했으나 그냥 말았다.


그리고도 냉장이 잘 안되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냉장고, 우리는 얼음을 얼려 음료를 시원하게 해서 마실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얘기하니 원래 안 그랬다며 우리한테 슬쩍 덮어 씌우려는 것부터 샤워기는 고쳐주지도 않았고 지저분한 이불 상태 등.. 아마 이번이 연포의 마지막 방문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식당.. 몇 개 없었지만 활기찬 분위기였던 이전의 느낌과 달리 큰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해변가엔 두세 군데 운영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휴가 마지막 밤이니 조개는 먹어야겠다며 자리를 잡고 조개찜을 시켰는데.. 잘 먹다가 소라를 깠더니 아이들이 화장실 냄새난다며 기겁을 한다. 아이들이 예민한 줄 알았는데 상한 소라였고 우리는 조개찜 먹는 걸 멈추고 칼국수로 마무리를 했다.


식사 후 아이들과 약속했던 불꽃놀이..

우리는 아이들 수준에 맞는 걸로 간단히 하고 아이들은 모래밭에서 그림을 그리며 놀고 우리도 밤바다 바람을 쐬며 앉아 있었다.


그러던 중 우리 바로 옆에서 터지는 폭죽들.. 술에 취한 남자와 여자들 무리가 아무 데나 폭죽을 터뜨리는 바람에 위험하여 다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즐거운 아이들





귀도 얇고 호객행위에 잘 넘어가는 대표적 호갱 스타일이 나이지만, 그래도 상대방에게 상술의 느낌이 느껴지면 확 거부감이 드는데.. 이번이 그랬던 것 같다.


나름 관광지라고, 리모델링했다고 컨디션에 비해 높은 가격을 지불했으나 그에 합당한 서비스, 아니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아이 한 명 더 왔다며 재빠르게 추가 요금을 요구했던 숙소 주인들은 물 조절이 안 되는 샤워기를 끝내 고쳐주지 않았다.


아마 이 번이 연포의 마지막 방문이 될 것 같다.


물론 아이들은 정말 잘 놀았고 동생도 휴가와 일을 동시에 볼 수 있었고 엄마도 같이 가셨기에 의미 있는 휴가였긴 했다.


서울에서 태안가는 초입이라 접근성 좋고 가족들이 와 조용히 놀기 좋은 연포.. 숙소와 식당들이 조금 더 발전하면 좋을 것 같은데 관광객이 줄어들어 오히려 후퇴하는 것 같아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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