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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Aug 24. 2021

#01. 모녀 캠핑 준비

맥시멀 캠핑으로 가는 지름의 흐름

작년 겨울, 여행도 외출도 편하게 하지 못하고 지낸 지 약 1년이 되어가자 나와 아이는 갑갑증에 힘들었고, 무엇보다 이전에 나들이하며 해소했던 것들을 할 수 없으니 관계 또한 더 안 좋아졌다고 느껴졌다. (물론 외출하지 못하는 게 유일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러던  어느 날, 내 눈에 띈 것은 캠핑 유튜브 영상..

모르는 사람들이 짐 풀고 텐트 치고 먹는 게 다일뿐이지만 묘한 매력이 있었다.


평소, 일과 육아에 힘든데 여행 가선 편한 데서 자야지! 하는 게 나의 철칙이었고, 아이가 어릴 때 글램핑장에서 큰 사고를 당할 뻔한 이후로 캠핑은 거들떠도 안 봤었는데 말이다.

아이가 두 돌 때쯤 되었을 때 처음 글램핑을 하러 갔다. 밖에서 침대에서 노는 아이를 보고 있었는데 아이가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고, 침대와 천막 사이 공간으로 떨어졌다는 걸 발견했다. 허겁지겁 텐트 뒤로 달려가니 높진 않지만 낭떠러지였고, 텐트를 고정시키기 위한 말뚝이 군데군데 박혀있었다. 천만다행으로 말뚝 사이 풀숲에 떨어져 있는 아이를 발견했지만, 그 이후로 캠핑은 생각지도 않게 되었다. 지금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억이다.


낮이 되면, 나는 밖에서 자는 걸 싫어하고, 공동으로 화장실이나 욕실을 쓰는 건 더더욱 꺼려하는 사람이기에  캠핑이란 유튜브 안에서만 재밌는 거일 거라며 현실로 돌아왔다가, 밤에 일과가 끝나면, 모로 누워 잔잔한 음악과 함께 전문가 같기도, 서툴기도 한 유튜버들의 캠핑 영상을 보며 힐링이 되며 빠져들기 시작했다.


주로 유명한 전문 캠퍼보다는 초보들의 영상이 더 재미있었고, 그들의 영상은 나도 해볼 수 있겠다는 용기와 함께 당장 해보고 싶다는 갈망까지 함께 주었다.


바로 시작하기엔, 내 안에 이성이 좀 성장한 것인지 이전같이 바로 지르진 않고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그래서, 근처 카라반에서 아이와 1박을 해 본 결과, 아이도 정말 좋아하고 불멍 또한 너무 매력적이었던 것이었다.

아.. 이것이 캠핑의 맛이구나.


해보자! 캠핑!

평소 추진력이 내 장점이요. 무모함이 단점이에요.라고 늘 얘기하는데..

역시 나의 장단점이 모두 발휘되어 일사천리로 캠핑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나 혼자 텐트를 칠 수 있을까?


텐트는 무겁고, 부피도 크고, 어렵고, 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그래! 그럼 차박이다! (노지 아닌 캠핑장에서의 차박)


텐트를 치는 건 접어두고, 차박을 알아보았다.

당시 내 차는 트랙스였고,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트랙스 차박도 은근 많이 하는 듯했다.


그러나, 트랙스는..

작다. (잠이야 잔다고 쳐도, 짐은 어디다 두지?)

완벽하게 평탄화가 되지 않는다. (헤드레스트와 시트를 빼라고 한다. 나에게 너무나 어려운 태스크)


그러고 보니..

뒷좌석이 불편하다고 장거리 갈 때 힘들어하시던 엄마가 떠올랐다. 


그래 차를 바꾸자!

갓 2년 된 트랙스, 6천도 안 탄 차를 떠나보낼 생각을 하니 서운하기도 했지만.. (게다가 퍼펙트 블랙으로 다른 트랙스에 비해 높고 예뻤음) 바꿀 차를 고르는 재미는 서운함을 덮고도 남았다.


캠핑 영상을 접어두고, 차박에 적합하고 엄마도 편한 차(중요)를 고르는 데 집중했다.

완벽한 평탄화와 뒷좌석의 독립 시트가 기본 조건!


후보 1. 펠리세이드

- 좀 기울어졌지만 평탄화 가능 O

- 뒷좌석 독립 시트 O

- 회사가 마음에 안 들어 패스 (고생한 사연이 있어서..) 


후보 2. 티구안

- 수입차인데 좋은 가격

- 맘에 안 드는 평탄화 X

- 뒷좌석 독립 시트가 아니라 패스 X


후보 3. 트래버스

- 거의 완벽한 평탄화 O

- 뒷좌석 독립 시트 O

- 넓은 실내 (차 인테리어는 원래 심플한 걸 좋아함)

- 너무 커서 가장 후순위였으나 실물을 보고 바로 결정! 

- 연비와 수리 비용이 비싸다는 게 단점이라지만, 자주 안 타고 아직 수리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체감하진 못하고 있다. 다만 세금이 트랙스의 3배 넘는 듯.


트래버스! 너로 정했다.

캠핑을 결심하고, 차를 선택하고, 계약서를 쓰기까지 걸린 시간 약 3주..

트랙스를 떠나보낼 때 서운하면 어쩌지.. 했던 건 기우였고,

거대한 새 차의 위용에, 캠핑을 다닐 기대감에, 앞으로 예정된 지름에 신나기만 했다.


이제 미니멀하게 캠핑 준비만 하면 된다.

미니멀하려고 차도 샀으니, 짐은 간소하게 준비해보자.


그러나, 막상 준비하려니 뭔가 불안하다..

자는 거, 먹는 거, 쌀 거, 놀 거, 안전할 거.. 살 게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우리는 차에서 자야 하는데 그 짐들은 다 어쩌지?

안 되겠군. 도킹 텐트가 필요하겠어. (텐트 치기 싫어서 차박으로 정하고, 차도 바꾼 거 아녔니?)

이렇게 합리적인 이유들로 살 것들이 늘어갔고.. 택배가 몰아치기 시작하고 첨에 응원해주던 엄마의 눈빛도 점점 싸늘해져 갔다.


생활공간 시리즈

폴라리스 우르사 도킹 텐트  (짐 보관 및 요리하고 식사할 장소 필요)

자충 매트 2개 (잘 때 배기면 안 되니까, 만족) + 에어펌프 (유튜버가 하길래 따라삼)

감성 이불 세트 (예쁨, 부피가 큰 게 단점)

디바스토 이동식 무시동 히터  (차에 구멍은 내기 싫고, 이동식으로 지름.. 가격이 ㄷㄷㄷ, 그러나 만족)

탄소 전기담요 2개  (미니멀 캠핑이니 대형 배터리는 안 살 것이므로 구입, 별로 안 따뜻하고 잘 빠짐)

포타포티, 화장실 텐트  (캠핑장을 못 가봐서 화장실이 멀거라 생각.. 당근 하고 싶지만 썼으니 킵)

저전력 히터 (너무 저전력이라 안 따뜻함, 올해는 난로를 사기로..)

램프 (들은 건 있어서 크레모아 구입, 만족)

차박 가리개, 차박 매트 (여자들이라 필수템)

잡화 (일산화탄소 경보기, 릴선, 포타포티 용품, 보조 배터리..)


주방 공간 시리즈

우드 롤 테이블 (감성 + 부피를 고려, 그러나 생각보다 무겁고 크다, 바꾸고 싶은 아이템 1위)

의자 2개 (원래 있던 것 활용, 커서 바꾸고 싶다.. 바꿨다 오늘..-ㅂ-)

구이 바다 버너 (냄비도 포함이고 작고 예쁘기까지, 2번 사용 후 점화가 안되어 실망한 아이템)

코펠 세트 (구이 바다 냄비를 자주 씻어 사용하려고 했으나, 그래도 필요할 것 같아 구입)

티타늄 식기 (접시, 그릇, 수저, 젓가락, 집게, 국자 등 - 그러나 아이가 쇳소리 난다고 기겁하여 나무 식기 추가 구입)

스탠리 하드 쿨러 15리터 (필수템, 만족)

스탠리 런치 박스 + 도마 (식기 수납용, 굳이 안 사도 되었지만 예쁘니 만족)

양념통 세트 (필수템, 만족)

릿지 몽키 워터 캐리어, 접이식 양동이 (최대한 안 움직이고 물 쓰겠다는 의지, 만족)

설거지 용품 (설거지 통, 일회용 수세미 등)

캠핑 박스 (주방용품들 수납)

접이식 선반 (주방용품 정리)

주방 잡화 (칼, 가위, 병따개, 와인 오프너..)


그 외.. 기타 등등


이제 텐트 하나 넣었을 때..  이 때는 몰랐지



원래 준비성이 철저한 성격이기도 하고, 처음 하는 캠핑이라 요즘 예민의 극치를 달리는 아이가 불편할까.. 최대한 편하게 지내면서 캠핑에 적응시켜야지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사다 보니 저 큰 트렁크 공간은 꽉 차게 되었고.. 미니멀 캠핑을 준비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맥시멀의 최강을 달리게 되었다.


아직 테트리스 하는 기술도 없기에 얼기설기 짐이 꽉 차 버렸다. (사진을 못 찍어놔서 아쉽다)

그러나 큰 차에 식구는 셋이니 뒷 공간은 어차피 안 쓰는 공간이고, 어디서 보아하니 트래비스는 원래 견인도 하는 차라 뒤에나 무거워야 더 안정적이라는 글을 보고 일단 안심을 했다. (검증은 안되었습니다. 주워들은 것)


돈도 많이 쓰고, 몰아치는 택배와 이게 다 올바르게 산 물건들이 맞는가 하는 의심까지.. 여러 복잡한 마음까지 맥시멀 한 짐에 보태져서 캠핑을 준비하던 처음의 설렘은 좀 퇴색되었지만 그래도 이제 떠날 준비가 되었다는 것에 뿌듯하기도 했었다.



장비는 다 구비했고, (차까지 바꿨음 말 다했죠)

이제 아이와 알콩달콩 신나는 캠핑을 다니는 이야기를 올려야 하는데..

과연 그랬는지.. 저 장비들로 만족을 했는지.. 아이와 관계는 더 좋아졌는지..

부족한 글솜씨나마 올려보려고 합니다.

(오늘 또 캠핑용품이 왕창 와서 찔림에 쓰는 글이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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