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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Aug 27. 2021

#03. 식겁한 두 번째 모녀 캠핑

자나 깨나 안전운전!

첫 번째 캠핑을 무사히 다녀오고 자신감이 충만해진 나는 바로 다음 캠핑을 준비했다.

https://brunch.co.kr/@puppy3518/45


캠핑장을 알아봄과 동시에, 첫 캠핑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회고해보고 더 나아진 캠핑 환경을 위한 준비도 함께 했다.(또 질렀다는 의미)


문제 1. 캠핑장 와이파이는 느려

와이파이 네트워크가 빠르지 않아 아이에게 내 휴대폰의 핫스팟을 연결해주었으나, 설거지 등을 하러 자리를 비웠을 시 인터넷이 끊긴다. 아이는 짜증을 낸다. 또는 엄마와 연락이 닿지 않아 불안해한다.

-> 솔루션: 에그를 사자


문제 2. 텐트 안의 변기는 부끄러워

나는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고 딸이 사용할 포타포티는 텐트 안에 두었는데 아이가 너무 민망해하는 것이 아닌가.. 엄만데 뭐 어때? 하기엔 아이가 많이 자랐구나.. 

-> 솔루션: 화장실 텐트를 사자


문제 3. 오수통 사이즈가 너무 커

편하게 물을 쓰기 위해 워터 캐리어를 사는 것까진 좋았다. 멀리 개수대까지 손 씻으러 왔다 갔다 안 해도 되니.. 다만, 사용한 물을 받을 용도로 산 음식물 쓰레기통의 부피가 큰 것 같다. 하는 일에 비해 차 안 공간을 꽤 차지하는 그 녀석이 눈에 거슬린다.

-> 솔루션: 접이식 양동이를 사자


문제 4. 주방용품 정리할 공간이 없어

주방용품 등을 수납할 캠핑 박스를 구매한 터라 유튜브 등에서 본 예쁜 선반은 오바야~ 했는데 왠 걸.. 박스 위에 물건을 올려두면 안의 물건을 꺼낼 때 불편하고, 그냥 어딘가에 올려둘 곳은 없고.. 이래서 인디언 행어나 선반을 사는 거구나!

-> 솔루션: 선반을 사자




간단한 추가 지름이 완료된 후, 우리는 두 번째 캠핑을 떠났다.

양평 숲 비룡 캠핑장으로 출발!


거의 다 왔을 즈음, 한참을 비포장 도로를 가야 한다는 후기처럼 길고 긴 비포장 도로가 나왔다. 그래도 4륜 모드로 바꾸고 천천히 운전하며, 이제 막 연둣빛으로 변하는 경치를 감상하며 드라이브하는 재미가 있었다.

연두에 가까운 4월의 초록


구불구불 비포장 도로를 한참 가다 보니, 캠핑장 입구가 나온다.

비룡 캠핑장은 지정 사이트가 아닌 도착해서 자리를 잡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2륜 모드로 바꾸고 속도를 낮춰 사이트를 찾아본다. 


여기는 뭔가 전문가스러운 캠퍼들이 많은 것 같다. 카라반도 보이고 큰 텐트, 루프탑 텐트.. 그리고 그분들은 거의 명당자리를 꿰차고 있으며 표정이 꽤 여유롭다. 


개수대와 매점이 있는 입구 쪽은 이미 꽉 차 있고 산 쪽으로 올라가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다. 한쪽이 길어야 텐트를 도킹할 텐데, 그럴 만한 공간이 나오는 사이트가 보이지 않는다. 


산으로 계속 올라갈 순 없어 차를 돌리는데, 큰 차로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손에 익지도 않았고, 돌릴 공간도 협소하여 어라운드 뷰를 켜고 조심스럽게 차를 돌렸고, 내려가려는 찰나..


뒷바퀴가 쿵 떨어지는 느낌과 함께 붕~하며 다시 제자리로 올라온 느낌이 동시에 났다.

이게 뭐지? 뭔가 사고가 날 뻔한 거 같은데 안 난 느낌은? 

차를 돌려 출발하는데 뒷바퀴가 낭떠러지 쪽으로 빠짐과 동시에 다행히 엑셀을 밟고 있어서 앞바퀴 힘으로 빠져나온 것. 건너편에서 식사하고 있던 가족들이 손가락질하며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육안으로도 차가 꽤 크게 덜컹 했었나 보다. 만약, 엑셀레이터가 아닌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더라면..

차 무게에 계곡 낭떠러지로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식은땀이 난다. 아이는 옆에서 운전 좀 조심히 하라고 잔소리를 해대는데 놀라서 그런지 귀에도 안 들어온다. 힘 좋은 차에 고마워하며.. 운이 좋았음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덜덜 떨며 다시 아래로 내려오니 카라반이 있던 명당이 고새 비어있다. 

오예! 저기 내 자리!


간소하게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


도착해서 텐트 연결하고 장비 꺼내 밥을 하면, 점심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 쿨러 위에 도시락 올려두고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다. 그리고 피칭&세팅 시작.


처음보다 그럴싸해진 모양새 + 개인 화장실


딸이 부끄럽지 않게 화장실을 쓸 수 있도록 화장실 텐트도 설치하니 꽤 그럴싸하다.

이제 우르사 텐트 설치는 접수!


피칭 후 마시는 맥주는 꿀맛이라면서요?


꿀맛을 즐기기엔 심란한 뒷 배경


이번엔 아이한테 정리하는 걸 같이 해볼래? 하고 제안했으나 들은 체 만 체인 게 좀 서운하기도 하다.

지난번엔 말없이 따라와 큰 불평 없이 지낸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나도 욕심이 좀 생기는 지 아이와 같이 꾸미는 재미도 느끼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니 서운한 맘이 살짝 든다. (다음번에 다시 시도하기로..)


둘이 하룻밤 자는데도 뭐 이렇게 정리할 게 많은지 하나하나 정리하다 보니 또 밤이 되었고, 저녁 해 먹고 치우고 자느라 뭐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와서 같이 놀자 해도 차에 누워 유튜브만 보고 있던 아이를 멍하니 바라봤던 내 모습과 개수대에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며 치우고 정리했던 것만 기억에 남는다.


이게 내가 원하던 캠핑인 걸까?

이렇게 차에서 유튜브만 보고 있고 나는 일만 할 거면 왜 여기까지 와서 하고 있는 거지?




이번엔 무시동 히터 열기 출구를 트렁크 쪽으로 돌리고 잤더니 뜨겁지 않게 잘 잤다.

선루프를 통해 하늘을 보니 날씨가 참 좋다.


흔한 차박 뷰

전 날 밤 약간 센치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는데, 맑은 하늘과 비행기 같다며 장난치는 아이 덕에 기분이 좀 나아진다. 기운 내서 집에 갈 준비!


캠핑을 해보니 세팅하고 치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1박은 가성비가 안 나오는 느낌이다. 코로나로 캠핑장 샤워실을 사용하긴 조심스러워서 하룻밤 자고 집에 와서 씻는 게 딱인데, 바로 치우고 나오자니 아쉽고 그렇다.


2시간 여 펼친 짐들을 다시 정리하는 것도 꽤 힘이 든다. 아이가 도와줘봤자 큰 도움은 안 되겠지만 차에 앉아 관심도 없는 아이를 보며, 내가 같이 캠핑을 온 건가 아님 따님을 모시러 온건가 머리가 복잡해진다.

 

더워지길래 아이에게 매점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먹고 싶은 간식을 좀 사 오라고 해보았다. 웬일로 순순히 매점으로 출발하고 봉지를 들고 오는 모습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내 커피도 사왔길래 많이 많이 고맙다고 칭찬해주었다.


11살 아이가 혼자 뭔가를 사 오는 게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편의점이 좀 떨어져 있는 주택에 살기에 아이 혼자 뭔가를 사러 나가본 적이 없다. 이런 작은 과제 하나가 아이에겐 신선할 일일 테고, 그로 인한 성취감에 기분이 좋아진 아이는 차에서 나와 웬일로 산책을 하자고 한다. 


이제야 제대로 보는 캠핑장 전경


우리 사이트 바로 밑에 얕은 계곡


아이와 캠핑장을 산책하며, 서운한 마음 접고 요 산책의 기억만 마음에 남기자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점점 나아지겠지. 좋은 날씨에 포토존에서 사진도 남기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 뒤 아쉬운 맘을 접고 이제 집으로..


고맙다. 새야. 가는 길에 선물을 투척하다니!

 



이렇게 두 번째 캠핑도 무사히 마무리했다.

큰 사고 날뻔한 상황을 피한 것만도 한없이 감사해야 할 테지만, 시큰둥하고 너무나도 무관심한 딸의 반응에 약간의 마음의 상처도 함께 했던 그날..(엄마도 사람이니깐요)

그래도 이렇게라도 나오지 않았다면 이제 막 초록이 되어 가는 연둣빛의 4월의 산을 딸과 함께 볼 기회는 없었을 거다.


서로 나누지는 않았지만.. 우리 마음엔 4월의 연둣빛 산의 추억이 남았을 거다.



이리하여.. 또 부족했던 것들을 찾고, 솔루션(지름)을 도출하여 그다음 캠핑을 계획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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