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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Aug 30. 2021

#04. 2박 3일 캠핑 도전!

우리도 해보자! 2박 캠핑!

지난 4월, 두 번째 캠핑 후 5,6월은 경주 여행, 가족 여행 등으로 캠핑 갈 여유가 없었다.

https://brunch.co.kr/@puppy3518/46


힘들게 일만 하다 오는 캠핑이 아닌 깨끗한 호텔에서 자고, 다 준비되어 있는 펜션 여행을 하며 캠핑의 맛을 슬슬 잊어가고 있던 어느 날, 아이가 시크한 표정으로 "엄마, 요즘 왜 캠핑 가자고 안 해?" 하고 묻는 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엄마랑 캠핑 가는 거 좋았어? 캠핑 갈까?" 그랬더니 눈도 안 마주치며 "그래~".


이 정도 반응이면 정말 정말 가고 싶은 거다. 훗! 그럼 나는 또 바로 준비하지. 


캠핑을 준비하기 전, 지난번 캠핑을 회고하고 앞으로 계획과 함께 솔루션을 찾아본다. (직업병인가?)


두 번째 캠핑 회고

문제 1. 둘이 있으니 심심하다.

어른인 나는 계속 일을 해야 하니 아이도 나름 심심하다. 그래서 자꾸 유튜브만 보게 된다.

- 솔루션 > 친구와 친구 딸을 초대하자!


문제 2. 1박은 가성비가 안 나온다.

세팅하고 먹고 자고 짐 싸서 오는 캠핑에 살짝 현타가 왔다.

-  솔루션 > 2박 하자!


그러나 친구를 초대하고 2박을 하려면..

걱정 1. 잘 곳이 없다.

캠핑장이지만 명색이 차박, 차에선 둘 밖에 잘 수가 없다. 

- 솔루션 > 야전침대 2개를 사자! (+ 침대 위 매트까지 구매)


걱정 2. 8살 친구 딸이 올라가기엔 차가 높다.

- 솔루션 > 발판을 사자! (요건 잘 산 듯. 딸도 잘 쓴다.)


걱정 3. 아직 어린 친구 딸이 자다가 떨어지면 어쩌지?

- 솔루션 > 트렁크 네트를 사자! (돌아다니며 자면 네트도 소용이 없었음)


걱정 4. 여름인데 더울 것이다.

- 솔루션 > 워터 저그와 선풍기를 사자! (워터 저그는 바로 반품. 얼음물로 대체)


걱정 5. 쿨러가 작을 것 같은데..

- 솔루션 > 28L 쿨러를 추가로 사자! (쿨러는 캠핑 후 당근행. 이유는 본문에서..)


걱정 6. 장마철이라 비가 많이 올 것 같은데..

- 솔루션 > 김장 봉투를 사자! (텐트는 방수가 되니 올 때 김장 봉투에 담아오기로.. 그 봉투 어딨더라..)


걱정 7. 이 시국에 공동 샤워실을 써도 될까?

- 솔루션 > 사람없을 때 머리부터 감고, 마스크 쓰고 나머지를 닦자. (상상에 맡김)





운 좋게 가고 싶던 캠핑장의 나름 오션뷰(+갯벌 뷰) 명당에 2박을 예약할 수 있었다.

딸과 나는 하루 먼저 가있고, 친구 모녀는 다음 날 조인하는 플랜.


아이가 둘인 친구는 큰딸만 데리고 캠핑에 조인하게 되어 매우 신난 상태였고, 아이랑 같이 놀 수 있는 동생과 나도 같이 놀 수 있는 내 친구가 온다니 이번 캠핑이 꽤 기대되었다.

그리고, 이제 쌩초보 딱지를 떼고 누군가 초대할 수 있는 캠퍼로서 한 단계 성장한 느낌까지 받았다.


2021. 07 우리의 세 번째 캠핑


금요일 오후 반차를 내고, 하교한 아이를 데리고 바로 강화도 "햇솔 캠핑장"으로 출발!

마침 수도권은 4단계가 시작되었으나, 강화도는 제외라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2박을 해야 하고, 사람도 두 명 느니 짐이 많다. 분명히 세팅하려면 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준비하다 힘 빼는 게 무의미하다는 건 지난번의 경험으로 배웠기에 저녁으로 간단하게 치킨을 사서 캠핑장으로 출발했다.


평일에 아이와 구불구불 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것만 해도 꽤 여유롭고 즐거운 추억이었다.


도착한 캠핑장은 생각보다 넓고 좋았고, 다음 날 친구도 온다니 짐을 내리고 세팅하는 것조차 즐거웠다.


엄마는 텐트를 칠 테니, 너는 치킨을 먹거라.


사실, 나는 튀긴 닭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저녁도 잘 챙겨 먹지 않으니 딸이 야외에서 저녁 먹는 동안 후딱 텐트 치고 정리하는 걸 선택했다.


턱을 들고 눈을 게슴츠레 뜨고 보면 오션뷰


이제 너무나 쉬워진 세팅


두 번 해봤다고, 무겁고 나에게 달려들던 텐트는 너무 쉬운 상대가 되어버렸고 짐 정리도 많이 빨라진 듯하다. 캠핑장 냉장고 상태가 괜찮으면 쿨러의 음식들을 옮겨놓을 생각으로 냉장고에 가보니.. 이런! 냉장고가 아닌 냉장고방이다. 냉동방과 냉장방이 따로따로.


나는 왜 28L 쿨러를 추가로 샀단 말인가.. 쾌적하고 성능 좋은 냉장고방에 음식물들을 옮겨두는 걸로 정리 끝!


나름 신경 쓴 인테리어


나름 친구가 온다고 신경 써서 정리하였으나 그래도 복잡하다. 

간단히 맥주 한 캔 하며 쉬고 싶은 건 사치. 새로 구입한 3D 펜 조수 하느라 엉덩이 붙일 틈 없다 밤이 되었다.

(하지만 내일은 친구가 오니까요!)


왜 사줬을까? 잠시 후회했던 3D 펜




다음 날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빗소리가 심상치가 않다.

더울까 봐 창문을 열고 가림막만 씌우고 잤는데 비도 들이치고 춥기까지 하다. 결국 차에 시동을 켜고 창문을 닫은 것 까진 좋았는데.. 바로 시동을 끄고 차 문을 잠가도 환하게 켜진 불이 꺼지질 않는다. 곤히 잠든 아이가 깨서 하루를 다시 시작할까 봐 겁이 나던 순간이다. 차박 단점 하나 추가요. (10분쯤 지난 후 꺼졌다. 그러나 오밤중의 10분은 꽤 길었다.)




원래 쉬는 날 움직이려면 맘처럼 몸이 움직여주질 않는 것이 국룰이라, 당연히 느지막이 올 줄 알았던 친구인데.. 아침 일찍 도착해버렸다.


꼭두새벽에 출발했을 텐데도 와인 여러 병과 이것저것 먹을 거까지 꽤 많이 챙겨 온 준비성에 한 번 놀라고, 자다 바로 나온 듯한 정성에 두 번 놀랐다.


친구도 연년생 남매를 키우느라 해방 타임이 꽤 그리웠을 터, 100% 해방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더 말 통하는 딸만 데리고 일상에서 탈출하는 느낌이었을 거고 그를 도운 게 나라는 게 꽤 뿌듯했던 순간이다.


엄마들은 알 거다. 그 느낌이 뭔지.


큰맘 먹고 해방 타운에 온 친구의 부지런함 덕에 오전부터 와인으로 시작한 하루..

무슨 중요한 얘기를 한 것도 아니고 딱히 기억나는 주제도 없지만.. 수다 떨고 아이들을 챙기느라 바빴지만..

그래도 그냥 즐거웠던 순간.


다만, 여러 기대를 갖고 따라온 친구 딸의 기분이 심상치가 않다.

"갯벌도 있고 바다도 보이는 곳에서 캠핑을 할 거고 언니도 있는데, 언니가 잘 놀아줄 거야"라고 듣고 따라왔을 텐데, 차와 텐트에만 있으려니 재미가 없었겠지. 게다가 언니는 사춘기 초입이라 시크하다고!


거짓말은 아니나(갯벌(저 멀리), 바다(더 멀리), 언니(시크함) 모두 있음) 8살 아이의 기준에서 재미없음도 인정한다.


그래도 짬을 내서 비눗방울 놀이


3D 펜으로 반지도 만들고..


친구와 와인 마시랴, 아이들 챙기랴.. 바빴지만..

뭐랄까? 온전히 이동 없이 놀기만 한 하루라고 해야 할까?

내가 이렇게 한량처럼 산 적이 있었나? 싶게 하루 종일 놀기만 했다. 


꿀 같은 휴식


정말 하루 종일 놀기만 했다. 

2 박하니 이런 여유가 있구나!! 몰랐던 걸 알게 된 이 느낌!

더 놀자고 하는 친구에게 "우리 10시간 마셨는데 이제 자면 안 되겠니?" 하고 설득해서야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이들을 차에 눕히고, 야전침대에서 눈을 감는데..

친구 딸이 잠덧하는 소리에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불을 켜고 보니 아.. 곧 떨어지게 생겼다.


딸은 이제 11살이라고 뱅글뱅글 돌지만 원의 중심을 기준으로 돈다면, 아직 8살인 친구 딸은 머리를 기준으로 도는 듯하다. (설명하기 힘듦) 결국 다리가 차 밖으로 다 삐져나오고 안아서 눕혀 놓으면 또 빙 돌아 이젠 머리가 떨어지게 생겼어서 번쩍 들어 야전 침대에 눕히고 떨어지지 않게 짐들로 사수한 뒤 내가 차에서 잤다.




이 부지런한 모녀 같으니..

아침 7시에 깨서 도란도란 얘기하는 소리에 나도 깨어 아이들 아침을 먹이는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엄청나게 습한 밥통 속에 있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곧 비가 후두둑 쏟아지게 생겼다.


친구가 아이를 낳기 전엔 백패킹까지 했던 아웃도어 선수라 그런지, 일사천리로 짐 싸기를 도와주어 9시에 캠핑장을 나설 수 있었다. 


아.. 이렇게 한 사람의 힘이 크구나. (게다가 전문가)

늘 혼자 다니며 순차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것과 달리, 병렬로 모든 일을 같이 하니 한 시간도 안 되어 모든 짐을 다 정리할 수 있었다.


덕분에 날씨가 더 안 좋아지기 전에, 몸이 피곤해지기 전에 귀가해서 쉴 수 있었다.





처음으로 차에서 2박을 자봤고, 처음으로 친구도 초대해 여럿이서 캠핑을 즐길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다.


평소 "걱정 부자"라 불리는 나 답게 친구 모녀가 불편하지 않게, 2박을 지내면서 부족함이 없게 준비하다 보니 또 과하게 무언가 많이 사고 준비했음을 인정한다. 너무 훌륭했던 냉장고방에 깨갱하고 28L 쿨러는 바로 당근행 기차를 탔고, 정말 필요하신 분이 사가셨다. 


몇 달에 한 번씩 겨우 얼굴 볼까 말까 했고, 늘 모임에서 원하는 깔끔하고 예쁜 맛집에서 우아하게 먹는 자리에서 보다 자다 깨 바로 온 친구의 쌩얼도 신선하고 정겨웠고(내 모습도 마찬가지), 머슴처럼 걷어 부치고 도와주던 친구의 털털함에 추가적인 애정도 싹텄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당분간 여름 캠핑은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너무 덥고 습해서요)




우리는 이제.. 가을 캠핑(+ 동계)을 준비하고 있다.

나의 멈추지 않는 캠핑 용품 지름은 4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에 살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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