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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Mar 02. 2022

캠핑 휴식기 프로젝트1 (갬성옥상 시즌2)

가만히 못 있는 병

작년 10월, 매주말 캠핑과 글램핑을 하고 깔끔하게 겨울엔 쉬겠다 결심했었는데.. 드디어 봄이 코앞이다.

캠핑을 쉬는 겨울 동안 못했던 공부도 하고 쉬면서 재정비하려던 게 계획이었는데..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지?

지나고 보니 큰 프로젝트를 3개 마무리 졌기에 새로운 캠핑 이야기를 올리기 전 썰을 풀어볼까 한다.



갬성 옥상 시즌2

오늘의 집 콘테스트 수상 경력에 빛나는 우리 집 옥상! 누구나 꺼려하는 오래된 빨간 벽돌 다세대 주택의 옥상을 나름 적은 돈과 공수로 꽤 개성 있게 꾸몄었고.. 나름 만족했었다.


https://brunch.co.kr/@puppy3518/31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던 2020년.. 싸리 울타리에선 정체불명의 하얗고 먹으면 안 될 듯한 새 생명이 자라기 시작했다. 걷어버리기엔 낮은 난간에 울타리가 해주는 역할도 나름 컸기에  일단 유지했는데.. 문제는 바닥 데크! 시각적으로는 흠잡을 데 없이 너무 완벽하게 파란 하늘과 싸리 울타리와 어울리는 데크였지만 내구성만큼은 내 맘 같지 않았던 것이다. 쩍쩍 갈라지는 데크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다 어느 날 노란 버섯이 군데군데 자라나는 걸 발견하고 감성을 포기해야 할 때가 된 것을 깨달았다. 


일단 다 치우자!

썩은 데크와 울타리를 최소 열 번은 왔다 갔다 하면서 모두 치웠다. (우리 집은 원형계단이라 사람이 하나하나 옮겨야 한다. 게다가 세 식구 중에 노약자를 빼면 나 혼자다.) 다 걷어내고 나니 이전에 했던 방수가 터진 곳도 보이고 오래된 지붕(약 30년)이 떨어진 곳도 발견되었다. 뜯은 김에 방수도, 지붕도 새로 합시다!! 마침 우리 집 같은 노후주택 지붕 교체 장인을 알게 되어 너무 고맙게도 방수&지붕 공사를 한 번에 할 수 있었다. (까다로운 집인데 쿨하게 응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깔끔 깔끔~ 그러나 이것은 내가 원하는 최종 옥상의 모습은 아니다. 너무 차갑고 위험하다.

이번엔 돈을 들여! 제대로 안전과 감성 + 사생활 보호, 세 가지 목적을 다 달성하겠다.



갬성 옥상 시즌2 꾸미기!

겨울에 바쁠 거라며? 공부한다며? 시험도 봐야 한다며? 물론 시험도 봤고 할 거 다 했지만.. 

저렇게 벌거벗은 채로 둘 수 없었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다고!


부족한 수납공간을 채워줄 조립식 창고도 조립하고, 포근하게 잔디도 깔았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소품들과 함께 옥상 캠핑도 했다. (딱 한 번밖에 못해 아쉽다)



그러나, 겨울은 너무 추워

늘.. 준비하고 만드는 것은 자신 있는 편이지만.. 바뀌는 환경에 내 속도가 따라가긴 힘들다.

몇 주 동안 실컷 옥상을 꾸며놨더니 날씨가 너무 추워졌다.

난로를 펴도 너무 추웠기에, 굳이 옥상에서 뭔가 먹고 놀아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옥상을 실내처럼 만들자!

하지만 여러 제약이 있다.

기성품 텐트를 두기엔 우리 옥상은 너무 작다. 

옥상 감성을 살리기 위해선 하늘이 보여야 한다. 아무리 찾아도 그런 제품은 없다.

그렇다면, 우레탄 창으로 다 막아보는 건 어떨까?


지칠 정도로 옥상에서 난방효과 + 감성을 모두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하다 결국, 우레탄 창을 3면 제작하여 연결해보기로 결론이 났다. 옥상 사이즈를 꼼꼼히 재어 업체에 맡기고 약 3주간 잠시 맘 편하게 옥상을 잊을 수 있었다.


그 사이 내린 눈.. 우리 집 옥상에 수십 마리의 오리가 잠시 왔다 갔다. 네! 초등학생이 삽니다.



눈물이 나지만.. 완성!

사이즈를 정확히 쟀다고 생각했지만 우리 집 옥상을 너무 과대평가했고, 우레탄의 무게를 너무 과소평가했었던 걸 깨달았다. 폴대를 세우려면 조금씩 들여서 연결해야 한다는 걸 간과했던 것이다.

그리고 우레탄을 고정할 수 있는 벽도 없고.. 이틀 동안 퇴근하자마자 헤드렌턴을 끼고 사다리에 서서 축축 쳐지는 우레탄을 연결하기 위해 꽤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 천정 지지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없으니 빨랫줄을 연결하여 지지대를 만들고 그 지지대가 처지지 않기 위해 또 연결하여 다른 기둥에 묶고.. 


손끝이 다 터질 정도로, 목 뒤가 뻣뻣해질 정도로 우레탄 천막을 설치했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한 이유는.. 딸이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에 파자마 파티를 하기 때문..


딸과 친구들에게 즐거운 기억을 남겨주고 싶어 퇴근하자마자 헤드렌턴과 목장갑을 끼었다.

결과는?? 




나쁘지 않다. 

딸과 친구들은 이곳에서 즐거운 파티를 했고, 이 후로 한파가 몰아치고 (우리는 그때 제주도 여행을 가고) 바로 1월, 2월을 보내면서 쉴 공간으로서의 역할은 하지 못했지만.. 덕분에 바람을 막아주어 집이 조금 더 따뜻했던 것 같기도 하다.


즉, 한 번 제대로 쓴 꽤 비싼 우레탄을 걷을 때가 왔다.

내년에 또 쓸까? 왠지 가을부터 이제 사이즈 맞는 기성품이 나오지 않았으려나 검색할 것 같기도 하다.

우선은 우레탄을 걷어야 할 때다.

크게 활용은 못했지만.. 덕분에 추운 날 옥상에 나갈 때 포근했고, 뭔가 실내의 느낌도 났다.

딸과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파티를 파란 잔디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준 것만으로도 역할은 다 했다 싶기도 하다. 


이번 주말에 미련 없이 걷을 계획이다.




피곤하면 운동해서 푸는 나에게 주변에서 말한다.

피곤할 땐 그냥 쉬어. 언니는 좀 자. 


그러나 나도 몰랐는데.. 최근 나에 대해 좀 더 잘 알게 된 느낌이 든다.

나는 계속 움직여야 하고, 뭔가 만들어야 하고.. 고쳐야 한다.

가만있을 때는 일하거나 또는 개인 시간에 해야 할 것들에 대해 계획 세우느라 바쁘다..

그것들이 스트레스 요인이 아니고, 나를 움직이는 활력소가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옥상 꾸미기! 나름 만족스러운 프로젝트였다.

나의 포근한 옥상! 이제 봄이니 제대로 즐기고 싶다!

캠핑을 자주 다닐 테지만, 그 외에 옥상을 활용할 수 있게..

이번 주말엔 꼭 우레탄을 걷고 청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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