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너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친구였지
쓰는 언어가 다르고
낯도 좀 가리는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너 나름의 방식으로
가만히 있거나 움직였어
덩치가 커서 어슬렁거린다는 말이 어울렸어
같이 살면서
장난을 칠 때도, 짜증이 날 때도 물기 일쑤였지
한 번은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뒷목을 무는 테라피를 했는데
까만 털만 잔뜩 먹었지
여전히 물고
사실 너가 물든 할퀴든 싫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
바보 같은 도밍고
머리는 크고 목소리가 이상하게 높고
이불 속에 있는 걸 좋아한 친구
답답하지도 않아?
친구
어쩐지 너는 늘 친구라고 부르게 돼
나도 서툴고 너도 서툰 시기에 만나서 그런 걸까
샤워할 때 옆을 지키느라 잔뜩 젖어버린 도밍고
겁먹을 때 말고는 표현을 잘 안 해서
검은 바위 같았던 도밍고
그렇다고 듬직한 건 아니고 바보 같았던 도밍고
도밍고
일요일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뜻도 발음도 명랑해서
마음에 품고 있다가 너에게 주었지
주로 밍고야라고 불렸던 도밍고
니 이름이 어때
인간이 아닌 내 첫 친구
나와 사는 동안, 내 동생과 사는 동안
또 마지막에 나랑 함께한 하루 동안
서운한 건 없었어? 같이 살 길 잘했어?
집에 돌아오면 너 덕분에
너의 멍청한 표정 덕분에
얼마나 여러 번 내 마음이 명랑해졌는지 몰라
너 살던 대학교 캠퍼스,
망원동, 신길동, 합정동, 수색동
모두모두 잘 있어
미안한 마음도 차차 내려놓을 게
너는 자잘한 거 신경 안쓰는 쿨한 고양이니까
사느라 수고 많았어
안녕 도밍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