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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묘우 Apr 24. 2022

ep5. 호스트의 기쁨은 게스트의 피드백만 한 게 없죠

다양한 손님들과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들


지난 시간 동안 하우스 메이트들과 오랜 시간을 지내며 워낙에 살림살이는 몸으로 익혔던 바, 

입실 준비를 하는데에 큰 문제는 없었어요.

친구들이 뭐하냐고 주말마다 전화를 줄 때면

"나? 나 지금 집안 청소해" 주로 이렇게 답하곤 했죠.

그래서 저는 한 때 '청소년'이 아닌 '청소니'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게 자랑은 아니었으나 이제 일을 하면서는 자랑이 되었죠.


손이 빨랐고, 동선도 금세 익혔으며 몸 쓰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이게요.  숙소를 직접 관리하시는 분들이 매번 '힘든 일 선택하셨다'라고 말씀하시는 이유는  분명 존재했어요.


연박 손님들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 한 달에 20팀만 받아도 화장실 청소는 월 40번에 이불 베개커버도 월 40번씩 갈아야 하고 수백 장의 수건을 정리하며 비품을 채워 넣는 일은 생각하기에 따라 매우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죠. 화장실 청소할 때마다 저는 웃겨요.


"이야 내가 일 년에 화장실 청소를 700번이나 하게 됐네, 대박이다~~~" 하면서 쓱쓱 싹싹.


그런데 이렇게 해서 평생을 지낼게 아니라 어느 과정을 보내는 중이라고 생각하니 이 또한 삶의 테스트 같기도 하고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또 요령이 생겨서 금세 금세 끝내기도 하니까 여전히 저는 아직도 그렇게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는 듯합니다.



어찌 됐던,






나의 착각


숙소를 운영하면서 몸 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바로 사람 상대하는 일이라는 거예요.

-지금부터 적는 이야기는 제가 경험한 이야기일 뿐 보편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저는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어요.

왠지 아이들이 손님으로 묵으면 엄청 어지럽혀질 거라는 생각에 미리 긴장하고 들어갔던 적이 있었죠.

하지만 정작 아이들과 함께 오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깔끔하게 머물다가 퇴실을 하시는 거예요.

혹시 벽에 낙서를 하는 건 아닐까, 혹시 넘어져서 다치는 것은 없을까, 무언가 떨어뜨리진 않을까... 등등

(참고로 저는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어찌 지낼지는 익히 말로만 들어서 상상하게 되어요)


어떤 이유일까 생각해보니 


여행에 와서는 여행답게, 쉬고 싶다...


는 생각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집에서도 아이들도 챙기고 밥도 하고 집안일도 하는데, 나와서까지 요리를 하는 분들은 거의 없었던 거예요.  정말 간단히 사서 먹고 숙소에서는  편안하게 쉬시다 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정말 신기했어요. 긴장했던 것과 달리 매우 심플한 입실 준비.

새삼 엄마들이 진짜 힘들었겠구나 마음으로 공감이 가니, 아이들과 함께 오는 분들을 위한 도구들을 미리 세팅해두어야겠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잠시라도 오셔서 온전히 쉬다가 재충전하여 돌아갈 수 있도록요.






이번엔 조금 재미있는 건데요, 숙소를 가장 잘 활용하는 팀(?)이 어떤 분들이실지 감이 오시나요?

바로 여자 친구들끼리 여행 오신 팀들이에요. 집안 곳곳에 마련된 소품과 가구들을 활용하여 사진도 찍으시고 주방 도구들도 골고루 사용하며 요리도 하고 테이블도 플레이팅 하여 소꿉놀이하듯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가시는 듯해요. 마당이며 침실이며 키친이며 예쁜 사진도 많이 찍고 정말 즐거이 숙소를 누리고 가시는 분들!! 이렇게 찍은 사진으로 항상 리뷰도 잘 남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숙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요,

퇴실하시면서 남겨주시는 손님들의 피드백이에요.




송악산에서 주웠다며 정말 탐스럽고 고운 솔방울을 남기고 가신 분(이 솔방울은 아직도 저희 숙소에 디피 되어 있습니다^^)부터

마치 편지를 써주시듯 긴 후기를 보내주신 분도 계시고요, 엽서에 고이 감사의 인사를 적어 남겨주시는 분들도 계셔요. 하나같이 이렇게 좋은 곳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또 오시겠다는 분들의 피드백이 가장 행복합니다.



정말 소중한 후기 중 하나는

결혼 전 연애시절에 오셨다가, 신혼여행으로도 오시고, 시간이 지나 아이를 낳고 셋이서 오신 분들도 계셨어요.  그러고 보면 장소가 우리에게  주는 기억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이렇게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느끼게 됩니다.

물론 모든 손님들이 편안하고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실내에 담배냄새가 밸 만큼 피고 가시는 분들부터 기본적인 분리수거조차 하지 않고 가시는 분들,

살펴보면 거칠게 사용하고 가신 흔적을 볼 때마다.... 정말 속이 상합니다.

운영규칙들은 있으나 정말 기물이 파손되지 않는 이상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것도 쉽지 않고요,

그렇다고 해서 호스트들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할 거예요.






바라건대

숙소라는 곳을,

누군가가 여러분들을 위해 자신의 공간을 경험케 하고자 

잠시 내어주었다는 생각으로,

애정을 가지고 머물다 가시면 어떨까 합니다.

일을 하고 나서 보니 저도 어딘가에 가서 머물 때, 좀 더 격을 차리고 움직이게 되더라고요.

"내 돈 주고 내가 쉬러 간 건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간을 자유롭고 편안히 즐기는 것과 격 없이 거칠게 사용하는 것의 경계는 분명 다르다고 생각해요.

다시 오고 싶은 장소는 장소 자체가 주는 매력도 있지만 그곳에서 내가 어떤 감정으로 머물렀느냐도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사람과 사람이 '공간'이라는 매개를 두고 만나는 곳이 바로 숙소, 그리고 호스트와 게스트가 아닐까 싶어요. 호스트 역시 다시 만나고 싶은 게스트들이 분명 있답니다^^

서로가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마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느낄 수 있어요.

이렇게 오늘도 저희 감성 숙소를 찾아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무한한 감사와 애정과 다정함을 보내봅니다.


#제주에서민박하기 #제주여행 #제주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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