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을 만드는 서평의 설계도
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 남는다. 감동, 의문, 불편함, 혹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잔상들. 그것을 글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에, 노트에, 아니면 누군가에게 보내는 메시지에. 그런데 막상 쓰려고 하면 막막하다.
줄거리를 요약해 본다. 쓰고 나니 이건 서평이 아니라 그냥 줄거리다. 느낀 점을 써본다. “감동적이었다.”,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추천한다.” 틀린 말은 아닌데 읽어보면 밋밋하다. 남들이 쓴 서평과 비슷하고, 나만의 목소리가 없다. 책에서 분명히 무언가를 느꼈는데 그것을 글로 옮기는 순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나도 그랬다. 오랫동안 책을 읽고 글을 썼지만, 늘 비슷한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평 쓰는 법에 관한 책도 읽어봤다. 도움이 됐다. 서평이 무엇인지, 독후감과 무엇이 다른지, 어떤 마음으로 써야 하는지 알게 됐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에는 끝내 답을 얻지 못했다.
‘나만의 해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좋은 서평과 평범한 서평의 차이는 해석에 있다고 생각한다. 줄거리 요약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감상도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책을 새로운 각도로 비추고, 독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깊이를 보여주는 것. 그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그것이 해석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서평 안내서는 그 해석을 ‘서평 쓰는 사람의 역량’에 맡겨버린다. 많이 읽고, 많이 쓰고, 경험을 쌓으면 언젠가 해석이 깊어질 거라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나에게는 부족했다. 나는 더 구체적인 것을 원했다. 지금 당장 따라 할 수 있는 방법, 다시 써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구조, 누구나 적용할 수 있으면서도 결과물이 평범하지 않은 원리.
그렇게 점선면 서평이 시작됐다.
출발점은 아주 단순한 질문이었다. 왜 눈은 두 개일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은 각각 조금씩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본다. 뇌는 두 이미지의 차이를 계산해서 거리감을 만들어낸다. 한쪽 눈을 감고 세상을 보면 평면처럼 납작해 보인다. 두 눈을 뜨면 비로소 입체가 된다. 두 눈 사이의 거리가 세상의 깊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서평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나의 시선으로 책을 읽으면 평면적인 감상에 머문다. 그러나 서로 다른 두 시선으로 같은 책을 바라보면, 그 사이에서 깊이가 생기지 않을까. 점은 첫 번째 시선이다. 선은 두 번째 시선이다. 면은 두 시선이 만나면서 펼쳐지는 입체적 풍경이다.
이 생각을 실제 서평에 적용해 봤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고 두 개의 질문을 찾았다. ‘왜 이순신은 죽음을 각오했는가’와 ‘이순신의 죽음을 원하는 적은 누구인가’. 첫 번째 질문은 이순신의 마음속을 향한다. 두 번째 질문은 그를 둘러싼 세계를 향한다. 안과 밖. 방향이 다른 두 질문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그 둘이 만나는 지점에서 주제를 끌어냈다. ‘사면초가, 거대한 무의미, 그것이 곧 삶.’ 효과가 있었다. 서평이 달라졌다. 예전보다 깊어졌고, 나만의 시선이 생겼다.
같은 방법을 다른 책에도 써봤다. 김상욱과 심채경의 『과학산문』에서는 ‘물리학자와 천문학자의 시선은 무엇이 다른가’와 ‘시선은 어떻게 만나는가’를 짝지었다. 안으로 파고드는 시선과 밖으로 뻗어가는 시선. 정반대 방향인 두 시선이 어떻게 같은 곳에 도달하는지 따라가 봤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에서는 ‘작가는 왜 무감각한 사람들을 변호하는가’와 ‘독재 권력은 어떻게 침묵을 강제하는가’를 짝지었다.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는 것과 시대가 강요한 것 사이의 긴장. 두 질문이 만나는 자리에서 ‘침묵 속에서 들리는 것들’이라는 주제가 떠올랐다.
질문이 하나일 때는 답도 하나였다. 질문이 둘일 때는 답 대신 풍경이 펼쳐졌다.
이 방법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 쓰기가 막막한 사람들, 자기만의 시선을 갖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을 쓰기로 했다.
이 책은 서평 쓰는 법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질문에서 출발한다. 기존의 서평 안내서는 대체로 이렇게 묻는다. “서평에 무엇을 담을까?” 이 책은 다르게 묻는다. “책을 어떤 두 시선으로 바라볼까?” 담을 내용을 찾기 전에, 보는 눈을 먼저 정하는 것이다. 두 개의 시선이 정해지면, 담을 내용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구조가 해석을 이끌어낸다.
이 책에서 다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부에서는 점선면 서평이 왜 효과가 있는지 설명한다. 왜 두 개의 시선이 필요한지, 점과 선과 면이 각각 무엇을 뜻하는지, 좋은 점선면은 어떤 조건을 갖추는지. 2부에서는 점선면 서평을 쓰는 일곱 단계를 하나씩 안내한다. 프롤로그, 책 소개, 전환, 점, 선, 면, 에필로그. 각 단계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 실제 예시와 함께 보여준다. 3부에서는 다섯 가지 응용 방식을 소개한다. 인물을 교차하는 방식, 시간을 교차하는 방식, 질문을 충돌시키는 방식, 안과 밖을 교차하는 방식, 대립하는 개념을 교차하는 방식. 책의 성격에 따라 점과 선을 어떻게 다르게 잡을 수 있는지, 예시 서평과 함께 설명한다. 4부에서는 실제로 써보는 연습을 다룬다. 좋은 질문을 찾는 법, 장르에 따라 어떻게 적용하는지, 분량에 따라 어떻게 조절하는지, 자주 하는 실수와 해결법, 고쳐 쓰는 기술. 5부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잘 쓴 서평을 점선면 구조로 분석하는 법, 나만의 서평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법.
한 가지 미리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점선면 서평은 도구다. 도구는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구조를 그대로 따라 해도 좋고, 자신에게 맞게 바꿔도 좋다. 어떤 책은 점선면 구조와 잘 맞고, 어떤 책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책을 이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출 필요는 없다.
그래도 한 번쯤은 이 구조로 서평을 써보기를 권한다. 구조가 주는 것이 있다. 막막할 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알려준다. 생각이 흩어질 때 방향을 잡아준다. 평범하게 느껴질 때 깊이를 만들어준다. 구조 안에서 충분히 익숙해진 다음에 구조를 벗어나도 늦지 않다. 물방울이 물방울에 닿아서 더 큰 물방울이 되듯, 하나의 시선이 다른 시선과 만나서 더 넓은 풍경을 여는 것처럼, 구조는 우리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갈 수 있게 해주는 디딤돌이다.
서평은 결국 “이 책을 이렇게 읽어볼 수도 있어요”라는 제안이다. 줄거리 요약은 “이 책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어요”를 알려준다. 좋은 서평은 “이런 눈으로 보면 이 책이 더 깊이 보여요”를 알려준다. 점선면 서평은 바로 그 눈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두 개의 눈이 입체를 만든다. 두 개의 질문이 깊이를 만든다. 이제 함께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