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에서 독자의 관심을 끌었다. 서평 쓴 사람이 어떤 맥락에서 책을 만났는지 보여주었다. 이제 독자는 궁금하다. 그래서 그 책이 뭔데?
책 소개는 이 궁금증에 답하는 자리다. 이 책이 무엇인지, 어떤 책인지 알려준다. 프롤로그가 ‘나와 책의 만남’을 다뤘다면, 책 소개는 ‘책 자체’를 다룬다.
책 소개가 없으면 독자가 길을 잃는다. 서평자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따라갈 수 없다. 책 소개가 너무 길면 독자가 지친다. 서평을 읽으러 왔는데 줄거리 요약만 읽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러므로 적절한 분량에 필요한 정보만 담아야 한다.
책 소개에 담아야 할 것은 세 가지다. 기본 정보, 핵심 내용, 책의 성격.
기본 정보는 책의 신상명세다. 저자가 누구인지, 어떤 장르인지, 언제 출간되었는지, 어떤 배경을 다루는지. 독자가 책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정보다.
핵심 내용은 책이 무엇을 다루는지다. 소설이라면 줄거리의 뼈대. 에세이라면 주요 주장. 논픽션이라면 핵심 논점. 세부 사항은 필요 없다. 큰 그림만 보여주면 된다.
책의 성격은 이 책만의 특징이다. 다른 책들과 무엇이 다른지, 어떤 점이 눈에 띄는지. 이 부분이 책 소개를 단순한 요약에서 서평의 일부로 만들어준다.
기본 정보는 간결해야 한다. 우리가 백과사전을 쓰는 건 아니니까.
나쁜 예를 보자.
“김훈은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기자로 활동했으며, 1994년 단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으로 등단하여 2001년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정보는 정확하지만 너무 많다. 독자가 알아야 할 것은 이 정도가 아니다.
좋은 예를 보자. 『칼의 노래』 서평에서는 이렇게 쓴다.
“모두가 아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이다. 그가 백의종군을 시작할 무렵부터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의 삶.”
두 문장이면 충분하다. 무엇을 다루는지, 어느 시기를 다루는지. 이것만 있으면 독자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저자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 조금 더 소개할 수 있다. 책의 출간 배경이 중요한 경우 언급할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만, 간결하게.
핵심 내용은 선택의 문제다. 무엇을 담고 무엇을 뺄 것인가.
소설의 경우 줄거리 전체를 요약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 그러나 전체를 요약하면 맥락이 훼손될 뿐 아니라 스포일러가 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줄거리 중에서 서평의 논점과 연결되는 부분만 선정해야 한다.
『칼의 노래』 서평에서 핵심 내용은 이렇다.
“이 소설은 겉보기에 전쟁의 기록이다. 칠천량의 참패, 명량의 기적, 노량의 최후. 그러나 김훈이 정작 기록하고 싶었던 것은 전투가 아니었다. 명료한 것이 아닌 흐릿한 것. 전투와 전투 사이, 승리와 승리 사이에 웅크린 한 인간의 고독이었다.”
서평자가 주목한 것은 전투가 아니라 ‘고독’이다. 그래서 줄거리 전체가 아니라 이 방향과 연결되는 부분만 선택했다.
에세이나 논픽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책의 모든 장을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서평에서 다룰 논점과 연결되는 부분을 선택한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서평에서는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쉬울 정도”라는 지젝의 말을 인용하며 핵심 명제를 짚는다. 책 전체의 논지를 나열하지 않고, 서평이 집중할 지점을 선택한 것이다.
선택의 기준은 간단하다. 이 정보가 없으면 독자가 내 서평을 이해할 수 없는가? 그렇다면 넣는다. 없어도 이해에 문제가 없는가? 그렇다면 뺀다.
기본 정보와 핵심 내용만 있으면 요약이다. 책의 성격을 짚어야 서평이 된다.
책의 성격이란 이 책만의 특징이다.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책들과 무엇이 다른가.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만의 관점이나 문체는 무엇인가.
『칼의 노래』 서평에서는 이렇게 쓴다.
“여기에 당시 국제정세와 소설적 상상을 배합하여 다큐멘터리처럼 복원했다. 소설과 다큐. 이 모순된 지점에서 이 책의 결을 느낄 수 있다.” 이순신을 다룬 책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소설과 다큐의 모순’이라는 독특한 결을 가진다.
『과학산문』 서평에서는 이렇게 쓴다.
“물리학자와 천문학자가 두 계절에 걸쳐 편지로 나눈 대화다. … 과학자가 산문을 쓴 것인지, 산문가가 과학을 인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모를 경계에서 ‘경직’은 유명무실해지고 ‘유연’이 피어오른다.” 과학 에세이는 많다. 그런데 이 책은 두 과학자가 편지를 주고받는 구조, 그리고 경직과 유연 사이의 경계라는 특징을 가진다.
책의 성격은 서평으로 가는 다리가 된다. “이 책은 이런 특징이 있다”라고 말한 다음, “그래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책의 성격을 짚지 않으면 프롤로그에서 본론으로 점프하는 느낌이 난다. 책의 성격을 짚으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다.
소설 서평에서 늘 고민되는 것이 스포일러다. 얼마나 밝혀도 되는가.
원칙은 간단하다. 서평의 논점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밝힌다.
『칼의 노래』 서평에서 이순신이 노량해전에서 죽는다는 것은 밝혀도 된다. 역사적 사실이고, 이 서평의 핵심이 ‘이순신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서평은 “그가 백의종군을 시작할 무렵부터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의 삶”이라고 말한다. 결말을 밝히되, 그 과정의 세부는 밝히지 않는다.
추리소설이나 반전이 있는 소설은 더 조심해야 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반전이 무엇인지 밝히면 독자의 읽는 재미를 빼앗는다. 이런 경우에는 “결말에 의외의 반전이 있다” 정도로 암시만 하고 넘어간다.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서평을 쓰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불가능하지 않다.
핵심은 ‘무엇이 일어나는가’보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가’에 집중하는 것이다.
사건을 나열하는 대신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면 스포일러 없이도 깊이 있는 서평을 쓸 수 있다.
책 소개는 전체 서평의 10~15%가 적당하다. 2,000자 서평이라면 200~300자.
위치는 프롤로그 바로 다음이다. 프롤로그에서 “나는 이런 상태에서 이 책을 만났다”라고 했으니, 바로 이어서 “이 책은 이런 책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프롤로그와 책 소개 사이에 단락을 나눌 수도 있고, 자연스럽게 이어붙일 수도 있다. 프롤로그의 마지막 문장이 책을 언급하고 있다면 이어붙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프롤로그가 책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로 끝났다면 단락을 나누는 것이 낫다.
책 소개를 쓰는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기본 정보를 한두 문장으로 쓴다. 저자, 제목, 장르, 무엇을 다루는지. 꼭 필요한 것만.
다음, 핵심 내용을 선택한다. 줄거리나 논점 전체가 아니라, 내 서평과 연결되는 부분만. 이 정보가 없으면 독자가 내 서평을 이해할 수 없는지 자문한다.
다음, 책의 성격을 한두 문장으로 짚는다. 이 책만의 특징. 다른 책과 무엇이 다른가.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인가.
마지막, 세 요소를 자연스럽게 엮는다. 기본 정보 → 핵심 내용 → 책의 성격 순서가 일반적이지만, 글의 흐름에 따라 순서를 바꿀 수 있다.
『칼의 노래』 서평의 책 소개 부분을 보자.
“모두가 아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이다. 그가 백의종군을 시작할 무렵부터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의 삶. 여기에 당시 국제정세와 소설적 상상을 배합하여 다큐멘터리처럼 복원했다. 소설과 다큐. 이 모순된 지점에서 이 책의 결을 느낄 수 있다. 모순은 극단을 전제한다. 직선을 규정하는 두 개의 점. 그것은 삶과 죽음이고, 보편과 개별이면서 이순신과 독자다. 그러므로 이 책은 별처럼 먼 곳의 역사였을 뿐인 그때와 지금을 접붙인다. 모래처럼 흩뿌려진 타인과 타인을 엉겨 붙게 한다.”
*기본 정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 백의종군부터 노량해전 전사까지. 시간적 범위를 알려준다.
*핵심 내용: 국제정세와 소설적 상상을 배합해 다큐멘터리처럼 복원. 책의 방법론을 간결하게 설명한다.
*책의 성격: 소설과 다큐의 모순. 삶과 죽음, 보편과 개별의 대비. 이 책만의 결을 짚는다.
이어서 서평자는 “이 소설은 겉보기에 전쟁의 기록이다. … 그러나 김훈이 정작 기록하고 싶었던 것은 전투가 아니었다”라며 자신의 해석 방향을 암시한다. 책 소개가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가는 다리가 되고 있다.
책 소개는 프롤로그와 본론 사이의 다리다. 독자에게 “이 책은 이런 책이다”라고 알려주는 자리다.
책 소개에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기본 정보, 핵심 내용, 책의 성격. 기본 정보는 간결하게, 핵심 내용은 서평과 연결되는 것만, 책의 성격은 이 책만의 특징을 짚는다.
분량은 전체의 10~15%. 길어지면 요약이 되고, 짧으면 독자가 맥락을 잃는다.
다음 장에서는 책 소개에서 본격적인 해석으로 넘어가는 ‘전환’을 알아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