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면 서평의 7단계 중 전환은 가장 짧다. 한두 문장, 길어야 한 문단이면 끝난다. 그러나 이 짧은 구간이 서평의 성패를 가른다.
전환은 책 소개와 본론 사이에 놓인다. 책 소개까지는 정보의 영역이다. 이 책은 누가 썼고, 무엇을 다루며, 어떤 특징이 있다. 그러니까 객관적 사실의 나열이다. 본론부터는 해석의 영역이다.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읽었고, 이런 질문을 던졌으며, 이런 답을 찾았다. 이는 주관적 시선의 전개다.
정보에서 해석으로의 도약이 ‘전환’에서 일어난다. 도약이 매끄러우면 독자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만, 어색하면 독자가 멈칫한다. ‘갑자기 왜 이 이야기가 나오지?’라는 의문이 생기면 몰입이 깨진다.
전환이 하는 일은 세 가지다.
첫째, 방향을 튼다. 책 소개까지는 책을 향해 있었다. 전환에서 시선이 돌아간다. 책에서 나에게로, 정보에서 질문으로, 객관에서 주관으로. 이 방향 전환을 독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전환의 첫 번째 역할이다.
둘째, 질문을 도입한다. 점선면 서평의 본론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전환은 그 질문을 자연스럽게 꺼내는 자리다. 책 소개에서 짚은 특징이나 내용을 발판 삼아 “그래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로 이어진다.
셋째, 기대를 만든다. 전환을 읽은 독자는 “이 서평이 어디로 가려는지” 감을 잡는다. 질문이 던져졌으니 답이 나올 것이다. 그 답이 궁금해서 계속 읽는다. 전환은 본론을 향한 추진력을 만든다.
전환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실제 서평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보자.
패턴 1: “나는 이 책을 ~ 으로 읽었다”
가장 직접적인 방식이다. 책 소개를 마친 뒤, 자신의 읽기 방식을 선언한다.
『칼의 노래』 서평에서는 이렇게 쓴다.
“나는 이 소설을 두 개의 질문으로 읽었다. 하나는 이순신을 향한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순신을 둘러싼 세계를 향한 질문이다.”
『과학산문』 서평에서도 같은 패턴이다.
“나는 이 책을 두 개의 질문으로 읽었다. 하나는 두 과학자의 시선은 무엇이 다른가에 관한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 다른 시선이 어떻게 만나는가에 관한 질문이다.”
이 패턴의 장점은 명확함이다. 독자는 이 서평이 두 개의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임을 바로 안다. 점선면 구조를 정직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다.
패턴 2: “그러나/그런데”로 방향 틀기
책의 겉모습을 말한 뒤, '그러나' 또는 '그런데'로 방향을 튼다. 표면 아래 숨겨진 것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칼의 노래』 서평에서 책 소개 부분을 보자.
“이 소설은 겉보기에 전쟁의 기록이다. 칠천량의 참패, 명량의 기적, 노량의 최후. 그러나 김훈이 정작 기록하고 싶었던 것은 전투가 아니었다. 명료한 것이 아닌 흐릿한 것. 전투와 전투 사이, 승리와 승리 사이에 웅크린 한 인간의 고독이었다.”
‘겉보기에’와 ‘그러나’가 핵심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로 중요한 것이 다르다는 신호를 준다. 이 틈에서 질문이 나온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서평에서도 비슷하다.
“이 책은 겉보기에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위로 에세이다. 그러나 한 꺼풀 뒤집어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패턴 3: 책의 특징에서 질문 끌어내기
책 소개에서 짚은 특징이 자연스럽게 질문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자본주의 리얼리즘』 서평에서는 책의 핵심 명제를 소개한 뒤 이렇게 이어간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민낯을 낱낱이 끄집어내는 정치·경제 비평서다. 그러나 속으로 들어가 보면 완전히 다른 차원의 논의가 전개된다. ... 피셔는 멀쩡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계의 표정에서 미세한 '균열'을 읽어낸다.”
‘균열’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 균열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 곧 질문이 된다.
전환에서 피해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 너무 길게 쓰지 않는다. 전환은 다리다. 다리 위에서 오래 머물면 안 된다. 한두 문장이면 충분하다. 전환을 한 문단 이상 쓰면 본론 진입이 늦어진다.
둘째, 질문을 설명하지 않는다.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이라며 질문의 의의를 장황하게 설명하면 흐름이 끊긴다. 질문은 던지고 바로 답으로 넘어간다. 질문의 의미는 답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셋째, 갑작스럽게 전환하지 않는다. 책 소개와 전환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어야 한다. 책 소개에서 언급한 특징, 내용, 성격 중 하나가 질문의 발판이 되어야 한다. 아무 맥락 없이 “그런데 나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고 쓰면 어색하다.
전환에서 질문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방식 1: 두 질문을 한꺼번에 제시
전환에서 점과 선에 해당하는 두 질문을 모두 밝히는 방식이다.
『칼의 노래』 서평: “나는 이 소설을 두 개의 질문으로 읽었다. 하나는 이순신을 향한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순신을 둘러싼 세계를 향한 질문이다.”
『과학산문』 서평: “나는 이 책을 두 개의 질문으로 읽었다. 하나는 두 과학자의 시선은 무엇이 다른가에 관한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 다른 시선이 어떻게 만나는가에 관한 질문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구조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독자는 서평의 전체 그림을 미리 본다. 점과 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고 읽기 시작한다.
방식 2: 첫 번째 질문만 제시, 두 번째는 나중에
전환에서는 점에 해당하는 질문만 제시하고, 선에 해당하는 질문은 점을 전개한 뒤에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서스펜스가 있다는 것이다. 독자는 첫 번째 질문의 답을 따라가다가, 두 번째 질문이 등장하면서 시야가 확장되는 경험을 한다. ‘아, 여기서 방향이 바뀌는구나.’라는 깨달음이 생긴다.
어떤 방식이 더 좋은가. 정답은 없다. 서평의 성격과 독자에 따라 다르다. 구조를 명확히 보여주고 싶으면 첫 번째 방식, 읽는 재미를 높이고 싶으면 두 번째 방식이 낫다.
전환을 쓰는 순서를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책 소개의 마지막 문장을 확인한다. 거기서 어떤 특징이나 내용을 짚었는가. 그것이 전환의 발판이 된다.
다음, 방향 전환의 신호를 준다. ‘그러나’,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나는 ~에 주목했다’ 등의 표현을 활용한다.
다음, 질문을 던진다. 점에 해당하는 질문, 또는 점과 선 모두를 제시한다. 질문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마지막, 바로 본론으로 넘어간다. 전환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서평의 전환 부분을 보자.
책 소개: “이 책은 겉보기에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위로 에세이다. 그러나 한 꺼풀 뒤집어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전쟁 중인 나라의 처참한 현실이 잿가루처럼 눈앞에 아른거리고, 화약 냄새가 시간을 가로지른다. 그러나 담담하다. 이런 건 일상이라는 듯, 작가는 편의점에 껌 사러 가는 아이처럼 동시대를 쓰고, 스포트라이트 너머의 사람을 말하며 희망을 전한다.”
전환: “나는 이 책을 두 개의 질문으로 읽었다. 하나는 작가가 왜 무감각한 사람들을 변호하는가에 관한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독재 권력이 어떻게 침묵을 강제하는가에 관한 질문이다.”
책 소개에서 ‘담담함’과 ‘스포트라이트 너머의 사람’을 짚었다. 이것이 ‘무감각한 사람들’과 ‘침묵’이라는 질문의 키워드로 이어진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두 질문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다. 첫 번째 질문은 작가의 시선을 묻고, 두 번째 질문은 권력의 작동을 묻는다. 점과 선의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전환에서 이미 암시하고 있다.
전환은 가장 짧지만 가장 중요한 구간이다. 정보에서 해석으로 넘어가는 도약이 여기서 일어난다.
전환이 하는 일은 세 가지다. 방향을 틀고, 질문을 도입하고, 기대를 만든다.
전환에서 피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너무 길게 쓰지 않는다. 질문을 설명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전환하지 않는다.
전환은 한두 문장이면 충분하다. 책 소개에서 짚은 것을 발판 삼아 질문을 던지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간다.
다음 장에서는 본론의 첫 번째 단계, 점을 다뤄보자. 첫 번째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방법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