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로봇 드림

by 무화


ARE YOU ALONE?



그래서그럼에도 불구하고에 관해 생각했다. 이 접속사들이 가지는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

외로움과 쓸쓸함에 대해,

인력과 척력에 대해.



두 지점은 각각 다른 발화점을 갖고 있다. 타오르는 시간도 다르다. '그래서' 만나는 대상은 도구가 되고 효용성이 떨어지면 폐기된다. 퇴적층처럼 켜켜이 쌓인 시간들은 대상을 감싼채 기억을 뭉개고, 파편화되어 박혀버린 무수한 기억의 조각들은 이리저리 밀려다니다 가끔은 융기되어 찌르기도 한다.


차마 소거하지 못한 기억을 안고 대상은 주체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그 과정은 미화된채 철저히 무력하다.



Do you remember

The 21st night of September?

Love was changin' the mind

of pretenders

While chasin' the clouds away



모두 잊어도 좋아. 근데 그 춤 기억나?



아니, 모두 기억해야 해.
철문을 부수고, 계속 항의하고,
숨지 말고 함께 춤을 췄어야 해.




속절없이 눈물이 흐른건 관계의 마지막이 애달파서가 아니다. 주체의 목적성과 그저 거기까지일뿐인 알량한 마음이 괘씸했기 때문이다. 유효기간이 끝난지도 모르고 매일 밤 꿈속에서 걸어가는, 심지어 매우 산뜻한 그 발뒷꿈치에 매달려있을 슬픔이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뚫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로봇 드림

마조리 프라임

패스트 라이브즈

세 작품은 각각 감정, 기술, 시간이라는 렌즈로, 사라진 관계를 바라본다.

그 속에서 우리는 늘 같은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끝난 관계는 정말 끝난 걸까.



아니면, 마음속에서는 다른방식으로 작동하는 걸까.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면 달랐을까.



그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2025년 4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