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방파제 끝

by 맑은편지

아침신문에 황동규 선생의 시가 실렸다. 동해 어느 작은 포구의 방파제를 소재로 쓰신 시인데 시의 내용보다 같이 적힌 황동규 선생의 출생연대가 눈을 잡았다.

1938년, 아버지와 동갑이다. 황동규 선생의 시를 읽으면서 아버지가 편하게 마음을 꺼내놓고 싶은 자리는 어디였을까 생각했다. 황동규 선생의 시처럼 어느 작은 포구의 방파제 끝이었을까. 공교롭게 아버지의 고향은 서해바다의 어느 작은섬인데 아버지는 고향의 갯가 어느 모퉁이에 늘 마음을 꺼내놓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못한지 오래됐다. 가끔 얼굴을 뵙고 문안을 드릴 뿐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무엇이 그리우신지, 어디에 마음을 내려놓고 싶으신지 헤아리지 못했다.

이제 수수꽃다리가 피기 시작하고 머지 않아 오월인데 아버지의 방파제 끝을 생각한다. 아무 걷힐 것 없이 망망한 바다가 보이는. 나는 아버지에게 그 방파제 끝이 되어드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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