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by 맑은편지

내 키가 작아질 때
너는 얼마만큼 자랐느냐.
사각 사각 내 육신이 깍일 때마다
네가 깊어지고 또 깊어지길 소망했다.
내 무른 심이 쉽게 부러져
네 글씨가 서툴게 될 때마다
숲에서 도끼날을 받아들이던 그날처럼 아리고도 아렸다.
내 망각의 발로 지워지지 않는 후회가 많았고
세상 위를 구르다 떨어져 속이 자주 멍들었지만
또박 또박 한 글자씩 네가 힘주어 써 내려갈 때마다
내 몸엔 새잎이 돋고 봄꽃이 피는 듯 하였다.
나는 이렇게 작아져 서랍 속 깊은 곳에서 이리 저리 구를테지만
기억하마. 내 몸으로 눌러쓴 네 깊고 깊은 글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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