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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May 16. 2024

라이킷 수, 뭣이 중한디  

살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는 '원하는 걸 모두 다 할 수는 없다'이다. '비밀은 없어'라는 드라마의 주인공 송기백처럼 마음속 이야기를 다 들어낼 수는 없다. 어느 정도 가면을 써야 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 지어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지금 상황에서 내가 돈을 써야 하는지, 쓰지 말아야 하는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이든 행동이든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글쓰기도 이와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떤 이야기든 하소연을 하듯 뿜어낼 수 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간단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주제를 한정지어야 한다. 일기가 아닌 공개적인 글쓰기를 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것 중의 하나는 '내 생각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이다. 조회수가 많은 인기 있는 글처럼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나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글쓰기 이외에 다른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을 뿌리치고 어떻게든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내 글이 화제가 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아직 멀었나? 나 왜 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왜 써야 하지? 안 쓰고도 살 수 있는데.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작품이 아닌, 순수 나의 이야기를 쓰고 있어서일까? '왜 내 이야기를 써야 하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글을 쓰다 보면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다. 글 쓰는데만 시간을 소요하다 보면, 책을 읽으며 글쓰기 공부를 해야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장력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얼마나 어떻게 정돈하여 전달해 내는가가 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내 이야기를 글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생생하면서도 담백하게 써 내려가야 한다. 이해하기 쉽게 말이다. 한 번 읽으면 한눈에 쏙 들어오는 문장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이 읽고 많이 쓰다 보면 내가 왜 글을 쓰는지 그 이유를 찾아낼 수 있을까? 직업으로서 작가라면 하나의 주제를 정해 그에 맞는 글을 써내면 될 텐데, 내가 왜 쓰고 있지?라는 의문이 드는 것을 보면, 나 스스로를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까?


작가는 위키백과에 위하면 예술과 취미 분야에서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때 작품이 반드시 문학 작품일 필요는 없으며, 문학 작품인 경우에는 저술가라고 불리지만, 일반적으로 작가라고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인, 소설가, 극작가, 각본가, 기고가, 방송작가, 사진가, 만화가, 삽화가, 화가를 작가라 부른다. 예를 보면 모두 직업인으로서의 작가인데, 수입이 없이 자신의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모두 작가라 말할 수 있을까? 作家(작가). 作은 지을 작으로 짓다, 만들다, 창작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한자의 뜻을 보면 만드는 사람 모두를 작가라 부를 수 있을 듯하다. 글쓰기로 수입이 있든 없든,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꺼내 놓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작가인 것이다. 우리의 삶 또한 자신의 선택과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삶은 만들어가는 것이라 본다면 모든 사람을 작가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글의 장르에 따라서 글의 형식이나, 표현방법이 달라질 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어떻게 써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고 생각한다. 왜 써야 하냐고 묻는다면, 모두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말하지만 각자 마음속에 삶에 대한 고민들과 여러 감정, 생각들이 있는데, 나누면 나눌수록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삶에 여러 생활 방식들이 있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오롯이 혼자이고 싶은 사람은 없는 듯하다. 관계를 통해 사실이나 생각, 의견, 감정들을 나누며 살아간다. 글쓰기는 정보 전달의 수단이기도 하고, 공감의 매개체이기도 하다. 나누며 살아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


나는 조회수가 많든 많지 않든, 댓글이 달리든 달리지 않든 글을 써왔다. 글을 쓰면서 제안도 받아보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기회가 닿지 않았다. 처음 브런치를 하며 출간제안을 받는 것을 상상하며 설렘을 느끼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안을 받든 받지 않든 묵묵히 써 내려가야 하는 것이 나의 몫임을 깨달았다. 가끔씩 달리는 공감의 댓글을 보며 내 이야기를 누군가 읽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구나 싶어 안도한다. 만약 블로그나 브런치 등 온라인에 글을 쓰며 반응이 없어 속상해하거나 그만 써야겠다 마음먹었다면, 자신의 이야기는 자신 밖에 할 수 없으므로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써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발견하기 위해 글을 쓴다

- 조앤 디디온 Joan Did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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