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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사랑을 그대에게

우리 집 아침풍경

너무도 평범한 하루의 시작, 그 끝엔 나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남편을 향한 사랑이 있었다. 전날 끓여둔 김치찌개와 김이나는 갓 지은 밥, 그리고 남편이 애정하는 돈가스와 빨간 제육볶음이 있었다. 찌개는 있지만 반찬이 없는 아침밥상에 서운함을 느낀 남편을 생각해 냉장고과 냉동고를 털어 아침밥상을 차렸다.


결과는 대만족이었을까? "웬일로 돈가스를 다 했어?" 란 남편의 말이 들려오자 오늘 아침밥상 대성공이라고 누군가 내 귀에 속삭이는 듯하다. 잘 차려준 아침밥을 먹어야 아내에게 대접받는다고 생각하는 남편을 위해 부산히 움직여 차린 밥상을 보며, 나는 좀 이따 먹어도 괜찮지, 아이들을 먼저 챙겨야지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다. 근로자인 남편은 오늘도 회사에 간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출근하게 된 남편을 위해 일어나자마자 남편이 일어난 것을 확인하고 부엌으로 향했다. 밥통에 밥이 부족한 것을 확인하고 얼른 쌀을 씻어 밥을 안쳤다. 취사버튼을 누르고 김치찌개에 콩나물을 넣어서 끓이는 동안 돈가스를 튀겼다. 데워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적당히 붓고 냉동되어 있는 돈가스를 넣었다. 넣자마자 튀어 오르는 기름을 막기 위해 덮개를 씌운 후 행주를 집어 주변에 튄 기름을 닦았다. 음식을 만들면서도 계속해서 행주로 전기레인지와 주변을 닦는 동시에 기름이 튀어 미끌거린다는 남편의 잔소리가 들려올 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적당히 노릇하게 잘 익은 돈가스를 키친타월을 깔아놓은 접시에 올려두고 다음 요리에 들어갔다. 어제 마트에서 사 온 빨갛게 양념된 돼지고기에 시부모님 표 토마토를 잘라 넣었다. 고추장과 물엿을 추가하니 식당에서 파는 것처럼 그럴싸한 맛이 났다. 시부모님의 사랑이 더해져 풍성한 식탁이 된 듯 뿌듯했다. 완성된 제육볶음을 식탁에 올려놓으며 "토마토 넣어서 고기랑 같이 볶았어"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다 모여 함께 아침 식사를 하는 자리가 되었다. 새벽같이 출근하는 남편이기에 아이들과 아침밥을 먹는 날은 주말이 아니면 어려웠다. 여유로운 평일 아침 식탁 풍경이었다. 첫째 아이는 특제 소스라며 돈가스 소스에 마요네즈를 섞어 돈가스를 찍어 먹었다. 아이들 모두 맛있게 아침밥을 먹었다. 아이들이 밥대신 시리얼을 먹을 때면 아침밥 제대로 먹이라고 볼멘소리를 하던 남편은 흐뭇한 미소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셋째의 식판에 콩나물 국을 담으며 "김치찌개는 매우니까 콩나물국 먹자"라고 말했다. 아이들 식사에 꽤나 신경 쓴 것처럼 남편 들으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남편은 아이의 식판에 반찬을 올려주며 "이제 컸다고 식판에 담아 먹네"라고 말했다. 어쩐지 애정이 듬뿍 담긴 것 같다. 아이들과 남편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부지런히 움직여 요리한 보람을 느꼈다.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특히 아침밥상이 주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아내가 만든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출근하는 남편에게 힘이 되고 자부심이 되리라 생각한다. 은연중에 느껴지는, 아내가 만든 밥을 먹고 출근하는 남편이라는 사실에 어깨에 힘이 들어간 듯 보였다. 아내의 사랑에 힘을 얻어 기분 좋게 출근 준비하는 남편의 모습이었다.


콩나물이 들어간 시원한 김치찌개를 국물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비운 남편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 먹은 그릇을 싱크대에 갖다 놓았다. 근로자의 날이어서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는 셋째는 아빠 손을 잡고 학교 가는 첫째 언니를 배웅했다. 그리고 조금 늦게 등교하는 둘째는 화장실에 있는 아빠에게 큰소리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외쳤다. 남편은 이에 화답하듯 "잘 갔다 와."라고 말했다. 경쾌한 음악처럼 기분 좋은 인사였다.


오늘 아침 나는 가정의 안정과 행복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평소와 달리 아침밥상을 차리는 것에 신경 썼다. 오로지 남편을 위해서였다.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맛있게 식사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즐겁게 요리했다. 남편에게는 가정이 주는 안정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라오면서 아침밥상을 통해 할머니와 엄마의 사랑을 느껴왔던 남편이기에, 잘 차려진 밥상으로 안정감을 느끼고자 했던 것은 당연했다.


나는 밥상을 차리며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행복을 느꼈다. 나만을 생각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행복이었다. 몸은 바빴지만 마음만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감사와 기쁨 그리고 사랑으로 충만해진 나 자신을 볼 수 있었다. 온전히 줌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웠다. 남편이 느끼는 행복이 나에게 닿았기 때문이다.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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