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사이에 정답은 없다

"남편이 사과하면 그냥 사과로 받아들이세요."

-오은영 리포트 결혼 지옥, 물불 부부의 솔루션 장면 중


어느새 결혼 한 지 10년이 되어간다.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와 자유에 대한 갈망이 찾아온 어느 날, 내게 들려온 한마디가 있다. "남편이 사과하면 그냥 사과로 받아들이세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띵 하고 멍해져 버렸다. 내가 그동안 무얼 원했었던 걸까.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을 원래 폭력적인 사람인 것처럼 만들어 버린 건 아니었을까. 반성하게 됐다.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던 그때부터 내가 현명한 사람이었다면 결혼생활에 굴곡이 지지 않았을 텐데, 그땐 왜 그랬을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나의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남편의 툭툭 던지는 말에 상처가 되더라도, 한 박자 쉬고 이렇게 말했으면 좋았을 텐데.


"당신 말을 들어보니 나도 생각을 해봐야겠네."


그땐 왜 몰랐을까. 그저 내 상한 기분만 생각하고 남편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웠다. 남편 또한 결혼 생활이 처음이라 아내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서툴렀기에,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 수도 없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결혼 한 지 10년이 되어가니 이제야 알겠다. 화난 말투와 기분 나쁜 말들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는 것을. 그는 논리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말하고 있는 건데, 나에겐 잔소리로 들렸던 것이다. 그의 말에 나를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는데 난 그저 말투가 거슬려 일일이 그에 대응하다 보니 남편도 나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앞으로 그럴 땐 화를 누르고 이렇게 말해야겠다. "당신 말을 들어보니 나도 생각을 해봐야겠네."


지금껏 부모교육이란 수업을 들으며 나 메시지, 비폭력 대화, 무패 방법 등을 배웠는데도 이렇게 내 가습을 울린 적은 없었다. 그저 이론에 가까운 말들이었고, 실제 남편과의 대화에서도 활용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방송에서 실제 부부의 사연을 접하고 그에 맞는 조언을 들으니 확실히 무엇이 중요한 건지 깨닫게 됐다. 사연 속 부부의 상황과 우리 부부의 상황이 온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남편과의 대화에서 엇나가지 않는 법을 알게 됐다. 그 사람이 내게 분노를 표현하게 된 데에는 나의 원인도 있었고, 그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기에 "생각해 볼게" 이 한마디가 더욱더 와닿았다.

대화법에 대한 공부가 헛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대화법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하기 전에 상대방의 말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는지 잘 몰랐었는데 이제 좀 감이 잡히는 것 같다. 상대에 대한 내 생각이 정리가 되고 나서 대화법을 잘 사용한다면 대화의 흐름이 원활해져 소통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말에 무조건 기분 나쁨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은영 박사의 조언처럼 구구단을 외우듯 상대방의 말에 반응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바로 감성과 이성을 오가는 말이다. 남편 혹은 아내가 상대의 말에 기분이 상했다는 것을 표현했을 때 이렇게 이야기하면 된다.


"(이성)아~그래! 생각은 서로 다른데 일단 당신이 기분 나빴다니까, (감성) 기분이 안 좋으면 나도 안 좋지.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여보!"


지혜롭고 현명해야 한다는 말이 괜히 하는 말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자신의 감정과 욕구 모두 중요하나, 부부 사이에 있어서 순조로운 대화와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의 말에 먼저 지혜롭게 반응을 해주어야 한다. 그다음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잘 정리해 전달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결혼 지옥이란 프로그램에서 오은영 박사가 마지막으로, 출연한 부부에게 솔루션을 주는데 오은영 박사가 아내에게 한 말로 인해서 남편과의 관계를 다시 드려다 보게 됐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내 생각과는 달라도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남편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남편이 내게 함부로 대한만큼 나도 따끔하게 돌려주어야 한다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오은영 박사의 한마디로 인해서 부부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남편이 사과하면 그냥 사과로 받아들이세요."


출연한 부부의 경우, 임신 6개월 때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했고 그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겨 간혹 남편이 무섭다 느낄 때도 있다 했다.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건 용인될 수 없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남편이 아내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했다. 그럼 아내는 그 사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부부 사이는 딱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려운 것 같다. 죄를 지으면 고소를 하고 그 대가를 달게 받지만 부부 사이에서는 죄를 죄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 같다. - 범죄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진 않겠지만 - 부부 사이에선 서로를 심판할 수 없는 것 같다. 상대에게 잘못을 하고 상대가 나로 인해 기분이 나빴다면 반드시 분명한 말로 사과를 하면 된다. 그럼 상대는 사과를 받아들이고 용서를 하면 된다. 평생 함께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기에 서로에 대한 배려와 용서가 없이는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 계속 문제를 떠안고 함께 사는 것은 지옥일 것이다.


결혼 지옥, 모두가 공감할 제목이 아닌가 싶다. 서로가 죽도록 미울 때도 있지만 되돌아보면 아무 일도 아닌 순간이 많았다. 지난 10년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면 그동안 나의 모습은 너무 여렸던, 의지하고픈 어린아이였다. 반복 되어 왔던 똑같은 갈등을 이젠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이다. 앞으로도 또 다른 갈등이 없지는 않을테지만, 상대의 말에 같이 반응하여 큰 다툼으로 번지지 않도록 한 템포 쉬어가야 겠다.


"그래, 생각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