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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달팽이 Jan 04. 2024

목차 구성을 마무리하며

책쓰기 전용 노트 맨 앞장에 '목차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적은 A4 용지를 붙여 놓았다. 책 쓰기를 위한 글을 쓰거나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보기 위함이었다. 목차를 일일이 읽으며 시작을 한다. 이상하게도 힘이 나고 영감이 떠오른다. 종이 위 글자가 힘이 있어지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글씨도 작고 삐뚤빼뚤했다. 남편과의 관계 발전을 위해 말을 더욱 또렷하면서도 명확하게 하기 위한 마음가짐처럼 씩씩했고 더없이 자신감이 넘쳤다. 남편에게 또 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불안에 떨었던 그때와 확연히 달라진 것처럼 종이 위 글씨는 목차를 처음 구성하기 위해 했던 메모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울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을 내보이고 있었다.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박나래가 무엇에 도전을 할 때마다 '~는 기세다'라는 자막이 뜨는데 책 쓰기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책 쓰기는 기세다.' 기세의 사전적 의미는 '기운차게 뻗치는 모양이나 상태, 남에게 영향을 끼칠 기운이나 태도'다. 글쓰기에 임하는 각오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꼭 해야만 하는 숙제처럼 기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책쓰기에 이끌려 몰입이 되었다. 결과물에 달릴 평가나 분석은 생각지 않았다. 두렵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내 삶의 한 축이 되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남편과의 다툼으로 남편이 방문을 닫고 들어가거나 겁이 나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떨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싶게 큰일(?)이 나지 않았다. 서로 기분이 상하거나 상처가 될 때도 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 가족은 함께 모여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퇴근 후 신발을 벗자마자 시작된 잔소리의 크기가 줄은 것인지, 남편의 말에 마음이 상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남편이 이렇게 해라며 지적을 하면 알았어라고 말하며 그때의 상황에서 남편의 욕구와 감정을 생각해 보게 된다. 남편에게 당신은 이럴 때 이렇게 느끼니 이렇게 하길 원하는구나라고 말을 한다. 


요즘엔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때 긴 의자에 남편과 내가 같이 앉곤 하는데 간혹 남편은 장난치듯이 "왜 옆에 앉아?"라고 묻는다. 이에 나는 "당신이 좋으니까 그렇지~."라고 말한다. 그 뒤에 오는 남편의 답변이 기상천외할 때도 있지만 그 말에 마음이 상해 곱씹지 않게 되었다. 남편에게 "너무 행복하면 불안하다던데 당신도 그런 거구나"라고 말하면 남편은 무언의 동의를 하는 것 같다. 우리의 일상은 그렇게 물결이 일렁이듯 흘러갔다.


책 쓰기를 시작해 에피소드를 정리하며 책의 주제를 설정하고 구성을 마치기까지 모서리가 있는 네모나 세모처럼 꺾임이 없이 물이 흐르듯 흐름을 탔다. 어느샌가 어렵겠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그냥 하면 되지'라는 생각뿐이었다. 열심히 해야지! 란 각오로 매 순간 다짐을 해야 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 같다. 보통 마음에 짐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내려놓으세요'라고 말을 하는데 나 또한 '이렇게 써도 될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란 생각을 내려놓았다. 완벽하려고도 생각지 않았다. '일단 이렇게 올려보면 소장님께서 피드백을 해주실 것이고 나는 그에 맞게 수정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니 불안함이나 두려움이 나를 가로막지 않았다. 원래부터 그런 마음은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몸이 피곤하거나 힘이 들 때도 있지만 마음만은 즐거웠다.


머릿속엔 온통 책 쓰기로 가득한 일상이어서 책 쓰기를 위한 시간을 안배하려 하니 몸이 바빠졌다. 책 쓰기에 대한 생각이 가득한 채로 집안일을 했다. 하지만 책쓰기 때문에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아 조금 더 계획적으로 움직였다. 남편이 일어나기 위해 맞춰둔 알람 시간에 나도 그 시간으로 알람을 설정해 두었다. 글을 쓰고 조금 늦게 자더라도 그 알람에 벌떡 일어나 남편 방으로 향했다. 잠시나마 남편 옆에 누워 출근할 때까지 같이 시간을 보냈다.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할 때 남편이 아침마다 먹던 강황가루를 우유에 타 갖다주었다. 그런 일상이 그리 오래된 것만은 아닌데 출근할 때마다 못 일어난다며 불만을 말하던 때가 언제였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고민하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었다. 고민했던 아이의 교육문제도 남편과 잘 논의를 하게 되었다. 모든 문제의 근원이 해결된 것은 아니지만 때마다 잘 대응하게 됐다. 아이들의 마음 상태도 잘 들여다보려 했다. 아이가 안아달라 하면 안아주고 머리가 아프다 하면 병원에서 처방받는 해열진통제를 먹이고 머리를 주물러주었다. 둘째 아이가 관심받고 싶은 행동을 하면 늦게라도 안아주었다. 아이들의 마음이 다칠까 전전긍긍하거나 해결하려 애쓰지 않았다. 간혹 아이의 지난 기억과 지금의 기억이 아이 내면에 상처로 자리 잡아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그런 걱정도 '독립'을 주제로 한 책쓰기 덕분에 해소가 되고 있다. 나 또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으므로 지금의 흔들림도 모두 성장을 위한 초석이 될 거라 믿는다.


오늘도 나는 건강한 독립을 위해 이 길을 걸어간다. 뚜벅뚜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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