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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나 Jan 25. 2024

레트로

워크맨을 선물 받았다

사람을 통해 어떤 가수를 알게 됐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그 가수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는 이제 다른 노래를 듣고

나와 만나지 않는다


네모나고 투박한 문을 열고

분홍색 테잎을 넣는다

요즘에도 노래가 그렇게 나오냐

할머니에게 그렇다고 답했다

레트로가 대세예요

레트루? 그게 뭐냐

레트로요, 옛날 거요


테이프 감기는 소리가 들린다

트르륵 소리를 내며 다음 노래로

문에 달린 작은 창을 들여다보면

둥글게 말린 테이프가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간다


워크맨의 심장은 이렇게 움직이는구나

한쪽에서 반대편으로

같은 속도로

다 넘기고 나면 한 번 죽는다

내가 되감는 만큼

다시 살고

그만큼 죽고

여러 개의 심장을 갖는다

그게 좋아

사람 말고 워크맨과 다녔다


그놈의 레트루가 뭐냐 밖에 좀 나가라

레트루요? 할머니 말대로 이건 진짜예요 다 만져진다고요


내가 잠드는 동안 워크맨은

몇 번이고 죽어가고

죽을 걸 알면서도 환생했다


죽는다고 했다가 자기를 죽이려다가

죽었다고 했다가 사는 사람들을 안다

반대편으로 넘어갔다가

되감기로 한 사람

트르륵

당신도 이제 이런 소리를 갖게 됐어요


잠드는 동안 떠올린다

투박하고 아름다운 여러 개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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