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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나 Jul 19. 2024

소통의 시

뉴스 속보,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탄다

나 저기에 갔었어

대부분의 배경은 사건에 의해 정렬된다

정리, 배열 혹은 배치

조립 혹은 조작일 가능성도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이제 그때와 다르고

내가 있는 기억 속에서

혹은 이 시 안에서

나는 파리의 소매치기를 조심한다

파리의 두려움을

꼭 쥐고서

주위를 둘러보다

모자 쓴 사내와 눈이 마주친다

옹알이가 시작될 아기처럼

무언가 말할 듯

응시한다

죽어있던 게 살아난다면 이런 것이다

짤랑이는 장난감을 쫓다 말고 가만히

멈춰 서서 나와 눈 맞추는 고양이

나만 너를 본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대화한 적 없는 연인처럼

나는 네게 어떤 상처를 줬어?

이제라도 묻고 싶은 응시

간밤에는

신을 잃어버린 누군갈 위해 신을 만들다

당신에게 신이 생겨버려 신을 만들 필요가 없어진 슬픔을 알았어 그 꿈에서 나는 신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당신을 위해 이제 막 배워가는 사람이었을까?

살아있던 게 죽는 것은 이런 것이다

꿈에서 깨는 것

내가 만든 신을 신지 않기로 한 그 사람을

영영 기억해내지 못하는 것

내가 누군지도 알 수 없고

내가 만들던 신의 필요가 몽땅 사라진

슬픔만 영영 지니는 것

눈 마주치면 도망칠 준비를 하는 기특한 길고양이

기특하지 기특하고 기특해도

이 시는 그게 아니야

이 시는

우리집 고양이가 나를 빤히 바라볼 때

살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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