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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유나 Jul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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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을 들고 가는 개미

너도 아름다운 걸 갖고 싶구나

내 화병은 몇 달째 속이 비었다


시드는 걸 신경쓰느라 자주 침울했다

화병에 갇힌 나를 꺼냈다


꿈을 꿨다고 말하고 싶을 땐

어제 꿈에서, 라고 해야 할지

오늘 꿈에서, 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알려지지 않은 영역과

시간을 비행하는 친구들


여전히 우리는 꿈 밖에서 만난다

단지 이것만 신비롭다

여기저기서 만나

글을 쓴다는 건 뭘까

하는 얘기들을 나눈다


이 이야기는 만화경 같아서

컵을 엎지 않으려면 더듬어야 한다

아, 그러니까 그, 그…

이런 식으로

뒤집어지려는 나를


오늘도 더듬다 돌아왔어

아무래도 글을 쓴다는 건 병이다

내 오랜 유일한 병은


도서관에 가면 좋다

종이를 넘기다 넘어지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나는 가만히 앉아

발에 채고 주저앉고 구른다

나는 두툼해지고

도서관을 빠져나가는 것은 어렵다


여기가 진짜고

저 밖은 거짓인데


이후엔 뭐가 있냐고 물으면...

뒤? 아니면 다음? 하고 되물어야지

넘어지는 사람인지 확인해봐야지


큰 우산을 혼자 써도

젖어버리는 큰 비

진짜사람들만 젖고 있는 시

이후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병들지만 이 시는 정말이야

아는 것이 무작위로 편집되는 꿈같은


개미

빗물에 떠내려간다

꽃잎을 놓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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