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을 들고 가는 개미
너도 아름다운 걸 갖고 싶구나
내 화병은 몇 달째 속이 비었다
시드는 걸 신경쓰느라 자주 침울했다
화병에 갇힌 나를 꺼냈다
꿈을 꿨다고 말하고 싶을 땐
어제 꿈에서, 라고 해야 할지
오늘 꿈에서, 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알려지지 않은 영역과
시간을 비행하는 친구들
여전히 우리는 꿈 밖에서 만난다
단지 이것만 신비롭다
여기저기서 만나
글을 쓴다는 건 뭘까
하는 얘기들을 나눈다
이 이야기는 만화경 같아서
컵을 엎지 않으려면 더듬어야 한다
아, 그러니까 그, 그…
이런 식으로
뒤집어지려는 나를
오늘도 더듬다 돌아왔어
아무래도 글을 쓴다는 건 병이다
내 오랜 유일한 병은
도서관에 가면 좋다
종이를 넘기다 넘어지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나는 가만히 앉아
발에 채고 주저앉고 구른다
나는 두툼해지고
도서관을 빠져나가는 것은 어렵다
여기가 진짜고
저 밖은 거짓인데
이후엔 뭐가 있냐고 물으면...
뒤? 아니면 다음? 하고 되물어야지
넘어지는 사람인지 확인해봐야지
큰 우산을 혼자 써도
젖어버리는 큰 비
진짜사람들만 젖고 있는 시
이후는 이렇게 시작된다
나는 병들지만 이 시는 정말이야
아는 것이 무작위로 편집되는 꿈같은
개미
빗물에 떠내려간다
꽃잎을 놓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