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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Oct 18. 2022

소풍 도시락

김밥이 아니라 다행이야


다음 주 금요일에 딸아이가 생애 첫 소풍을 간다. 코로나로 멈춰있던 체험학습이 다시 시작되며 조금씩 외부활동을 하더니 이제는 소풍이 두둔, 하고 다가온 것이다. 작년에 어린이집을 다닐 때에는 일절 없던 이벤트들이 유치원에선 하나둘씩 생기니 기쁘면서도 설레고 약간은 두렵기도 하다.


도시락 경력이 1년 남짓 되나 그것은 내가 먹을 것에 한정되어있고, 요새는 과일 위주로 싸 가므로 명함을 내밀기 부끄럽다. 네이버나 인스타에 유치원 소풍 도시락만 쳐봐도 엄청난 수준의 도시락이 주르르륵. 스크롤바를 다 내릴 수가 없다.


남편은 일찌감치 김밥을 사 간지라 소풍 도시락의 낭만이 나와는 다르다. 우리 엄마,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언니와 내 도시락을 손수 싸주던 분이다. 정갈한 데다 맛도 있어서 난 아직도 그 김밥을 제일 좋아한다.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점심시간 친구들과 모여 도시락 뚜껑을 열 때 누구도 부럽지 않은 우리 엄마표 김밥 도시락에 담긴 사랑을.


예전엔 김밥을 많이 쌌던 것 같은데 요새는 유부초밥, 소시지, 주먹밥 등 종류도 다양해진 것 같다. 게다가 디자인도 예쁘게 들어가서 차마 먹기 어려운 것들도 많이 보인다. 안 하면 안 했지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어느 정도는 해내고 싶은 성격이라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일단은 잊지 않게 리락쿠마 2단 도시락을 쿠팡에서 주문해 두고 하원 길에 소풍의 주인공에게 슬쩍 물어본다.


김밥이 좋아, 유부초밥이 좋아?


녀석의 대답에 방향이 결정된다. 대충 메뉴를 꾸리고 본격적으로 준비에 돌입하려고 한다.


생애 첫 도시락의 성공적 완성을 위하여!

그 안에 넘치는 사랑을 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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