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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Sep 08. 2023

브런치 앱을 삭제했습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브런치 앱을 삭제했어요. 


자꾸만 들어가서 확인하느라고 일에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알람만 껐는데 알람을 꺼도 계속 앱을 켜고 확인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예전처럼 조회수가 폭발하는 것도 아니고 라이킷이 계속 달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집착을 하게 되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말이에요. 


일 할 때에는 그나마 나은데요. 지하철 안, 버스 이동 중, 그리고 걸어 다닐 때에도 자꾸 브런치 앱에 접속합니다. 알람을 끄니까 더 자주 들어가더라고요? 이상하죠? 


처음엔 그만큼 좋아하나 보다 생각했어요. 브런치에 글 올리고, 누군가가 나의 생각에 공감해 준다는 것이 좋았어요. 그런데 자꾸만 제 소소한 삶의 영역이 사라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조회수를 확인하기 위해서, 혹은 라이킷에 반응하기 위해서 책 한 권 읽는 시간조차 만들지 않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죠.


그래서 아예 삭제해버렸습니다. 

처음엔 다시 깔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네가? 과연? 


그런데 오히려 좋더라고요. 처음에야 어색하지 나중엔 도리어 편했어요. 물론 폰에 설치한 앱만 삭제한 것뿐이긴 합니다만 그 자체로도 살짝 '잊히는?'느낌이 나더라고요. 아. 그렇다고 브런치에 글을 아예 안 쓰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패드나, 컴퓨터로 작성을 합니다. 폰으로 작성하질 않는다는 뜻이죠. 하하. 


그리고 조회수도, 라이킷도 가끔 확인합니다. 제 글에 대한 반응이 있다면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그걸 제 스스로 비교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가끔(아니 사실은 자주) 글에 표현하긴 했지만 제가 참.. 태생이 비교와 평가로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성격이거든요. 


무튼, 그러다 보니 저는 지금 이 글도 모두 잠든 시간에 노트북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번거로워요. 무척요. 폰만 있으면 이 정도 간단한 글은 뚝딱(?) 써내려 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노트북을 쓰는 순간 전원을 켜고 홈페이지를 열어 로그인을 하고... 벌써부터 절차가 복잡스러워서 시작하기 어렵기도 하죠.


하지만 약간의 불편함과 귀찮음을 이겨내고 노트북을 켜는 순간부터는 밀도 있게 글을 작성하게 됩니다. 사실 저 이 글 5줄 정도 쓰고 끝내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쓰다 보니 길어지네요. 쓰면서 생각이 줄줄 흘러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새는 마음먹고 노트북을 켭니다. 예전보다 자주 브런치에 들어오진 못하지만 적어도 시간을 꼭 내어 들어오려고는 합니다. 제가 목표로 한 '매거진'에 글을 쓰기 위해서요.


생각해 보면 그런 것 같아요.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편해지고 있지만 사실 편해지면서 안 좋아지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요. 예를 들어 현금 대신 카드를 쓰기 시작하면서 지출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어요. (제 경우에는) 거기에 심지어 스마트폰 결제(카카오 페이, 애플 페이, 각종 페이들)가 생겨나면서부터는, 심지어 생체 인증까지 시작되고서는 돈 쓰는 게 순식간이더라고요.


예전처럼 지갑에 현금 들고 다니면서 돈이 사라지는 걸 보질 못해요. 그저 계좌에 찍히는 숫자로만 돈이 인식될 뿐. 월급이 들어온 다음 날에 이곳저곳으로 빠져나간 흔적을 보면서 생각한 적 많아요.


아, 지금 난 뭘 하며 사는 거지? 


하고요.


어쩌면 우리가 편하려고 만든 것들이 우리를 지배(?) 하고 있는지도 몰라.


하고요.


하하. 너무 진지한가요? 비약이 살짝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아무튼 저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조금은 불편하게 살아보려고요. 그 시작이 브런치 앱이라는 게 좀 거시기하지만요. 


이 정도는 불편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이제 사랑하는 딸에게 편지 한 통 부치러 가려고요.

요새 도통 못 썼거든요. 노트북 켠 것이 아까워 글 쓰러 갑니다.


다들 좋은 밤, 편안한 밤, 그러니까 굿밤 되시길.




사진: UnsplashUjesh Krish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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