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12월 6일) 중요한 행사가 잡혀 있었다. 수기 공모전이 있기에 열심히 썼는데 (그것도 일에 치여 지내면서 짬짬이 쓴 글로 제출!) 그게 당선이 된 것이 아닌가. 1회 수기 공모전이라 경쟁률이 어떠했을지는 모르나, 당선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는데, 수상자로서 행사에까지 초대를 받고, 수기를 바탕으로 ‘발표’까지 하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기뻤더랬다.
언제나 그렇듯 끝나지 않는 학교 일 사이에서 새벽에 틈을 내고, 늦은 밤에 틈을 내고 내서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정해진 탬플릿에 내용을 집어넣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도 그렇게 힘들었었다. 괜히 발표한다고 했나, 그냥 거부할 것을 그랬나, 하며 후회했지만 약속한 것을 뒤엎을 수도 없다는 마음에 어찌어찌 마감 기한을 맞춰 발표 피피티까지 보내고 나니 11월 말이었다.
정신없이 보내는 하루하루 속에 12월 6일에 행사가 있다는 것 자체를 까먹고 지냈다. 발표 연습은커녕 내가 뭐라고 썼는지 조차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서 어제를 맞이했다. 생각보다 큰 규모의 행사에 놀라며, 두근두근, 발표 순서를 기다렸다. (사실, 혹시 사람들 앞에서 어버버- 하며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할까 봐 지하철 타고 이동하면서 몇 번 연습을 하긴 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며 시작된 발표. 첫마디를 뭘 할까, 어떤 말을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중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친 지 13년이 되어가는데요... 오늘이 가장 떨리는 순간입니다.”
라며 이야기를 열자, 응원의 박수가 쏟아진다. 처음 보는 사람들, 오래전에 봤다가 지금은 멀어진 사람들, 기억 저편에 있다가 불현듯 떠오른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주는 따뜻한 눈빛이 어찌나 힘이 되던지, 그때부터는 스크립트 볼 생각도 안 하고, 준비한 피피티 보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주최 측에서 제게 말씀하신 시간은 10분인데요. 제가 국어선생님이라 말이 조금 길어져서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라며 시작한 발표는 물 흐르듯 편하게 진행되었다. 떨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오히려 한 번 말이 트이니 매끄럽게 이어졌다. 경청해 주는 청중의 눈빛도 한몫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강한 눈빛은 멈칫하는 순간이 사라지게 해 주었다. (강연 때 청중의 반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깨달았다.)
살아온 이야기, 사는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담은 발표를 마쳤다. 앞으로 지금처럼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단상에서 내려오는데 묘한 뿌듯함이 차올랐다. 모두가 손뼉 쳐주는 그 순간,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강연 잘 들었어요. 선생님." 하는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심지어 행운권 추첨에서 5만 원 상당의 쿠키 세트도 받았다.)
돌아가는 길,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생각했다.
오길, 잘했다고.
바쁜 일정 쪼개서 오기를 너무나 잘했다고.
만약, 바쁘다는 이유로(요새 안 바쁜 현대인 어디 있겠는가.) 혹은 귀찮다는 이유로 오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 어쨌거나 와서 무엇이든 하고 나니 배우는 것도 느끼는 것도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면 언제나 무언가를 할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았다. 대학 시절도,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난, 늘 시간을 쪼개고 쪼개며 살았다. 힘에 부쳐 포기하고 싶은 때도 많았지만 포기한 적이 많지 않았던 것은 그로 인해 얻는 게 꼭 한 개는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육아하며 일하는 게 힘들면서도 올해는 이것저것 많이 도전하고 살았다.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실제 독립출판에 성공하여 곧 책이 나온다.
수업 분야 연구도 꾸준히 하고 있고,
해보고 싶었던 수업 공개도 무려 4차례 이상 진행했다.
힘이 드는 것은 사실이나, 가만히 있다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을 많이 얻었다. 글쓰기 프로젝트는 글 쓰는 감을 잃지 않게 해 주었고, 독립출판은 내 필명이 들어간 책을 내게 선사하였으며, 수업 연구를 통해 앞으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고, 수업 공개를 스스로 해 보면서 선생님들이 왜 수업 공개를 꺼려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를 얻었다.
그래서, 난, 지금 내가 무척이나 행복하다.
이 모든 것이 어찌 되었던 도전하고, 부딪힌 덕이다.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하고 싶은 일을 어떻게든 해낸 덕이다.
이 마음 잊고 싶지 않아 글을 쓴다.
12월이라 더 바쁠 예정이다. 브런치 글은 계속 연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또 한 번 힘을 내어 시간을 쪼개 본다.
쪼갠 시간을 통해 얻는 것이 크기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듬고 하루를 알차게 살아보련다.
어제보다 오늘 1cm 나아지는 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