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5_1/4]
•우선 내 일부터 하자.
‣맹자를 읽어보면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건 생계유지가 돼야 도덕과 인간다움이 발현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인간관계에도 맹자의 이말은 고스란히 적용됩니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할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경제적 수입을 위한 일이든 꿈을 위한 일이든 상관없습니다. 단지 눈을 떴을 때 할 일이 있고 인생에서 추구하는 바가 있어야 관계의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인간관계는 생존의 하위 영역입니다. 그러므로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게,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이 중심이고 생활의 지속을 위해 관계를 맺는 게 올바른 방향이죠. 예를 든다면 고시 공부를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사람을 안 만나고 공부하는 게 능률이 오를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사람을 적당히 만나야 공부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 내가 추구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관계를 달리 활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제가 하고픈 말은 홀로 행복할 수 있어야 인간관계를 잘 맺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자기 혼자서도 행복하기 힘든 사람이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관계를 늘려나가는 건 그다지 현명한 태도가 아닙니다.
단적인 예로 우리 주변에는 외로움을 참지 못해 연애를 시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외로움을 잘 느끼는 사람은 혼자 정 많고 혼자 서운해 하고 혼자 잘해주고 혼자 상처 입습니다. 한 마디로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 호의, 관심, 친절, 조언 등을 베풀면서 그게 배려인 줄 압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 아주 부드러운 형태의 폭력으로 작용합니다. 그걸 잘해주는 것이라고 오해하면 자기뿐만 아니라 상대까지 곤혹스럽게 합니다.
홀로 있을 때 할 게 없다는 건, 나아가 타인과 관계 맺기를 해야만 행복을 느낀다는 건 항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입니다. 즉 관계에 기대어야만 행복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류의 관계 형성은 앞서 고찰한 헌신, 희생 같은 불필요한 사고를 발생시키고 나아가 배신, 이용 같은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너는 나 같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건 정말이지 자기 자신에게 속는 겁니다. 정확히는 내 잘못인데 자기를 돌아보지 않고, 타인에게 문제의 원인을 전가하는 일종의 방어기제거든요. 왜 그렇냐면 애초부터 이 질문은 이런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나도 너 같지 않았구나.”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요. 내가 더 높은 온도를 끓었다고 해서, 감히 내가 더 사랑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불편한 이인삼각을 했다고 말하는 게 더 진실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므로 제가 제시할 전략도 단순합니다. 우선 자신의 욕망을 찾으셔야만 합니다. 가능하면 홀로 성취할 수 있는 영역이나, 타인의 도움이 조금만 필요한 일이면 더 좋겠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이런 욕망을 실천하고 달성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달성해야 할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누군가는 돈을 위해 또 누군가는 자아실현을 위해 몰두하겠죠. 만약 관계에 관한 욕구가 큰 분이라면 돈을 버는 게 제일 좋을 겁니다. 경제적 풍요를 이룬 후에, 그 부를 타인을 위해 쓰면 관계가 쉽게 확장되니까요.
결국 우리는 타인을 위해 살 수 없습니다. 관계를 위해서도 살 수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우리를 위해 살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보다도 타인을 우선해서 살아버리는 순간 나의 주체성은 흩어집니다. 그러니 언제든 자기 욕망을 찾고 그걸 실현해나가는 쪽에서 행복을 구하셔야 합니다. 홀로일 때 행복하지 못하면 함께일 때는 다른 형태의 불행을 맞이하게 됩니다. 바로 옆에서 나를 돌봐줄 것 같던 사람도 때로 타인보다 못한 존재가 되고는 하거든요. 그건 상대가 성실하지 못하거나 초심을 잃어서가 아닙니다.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권태를 견뎌낼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인간에게 초지일관한 영원‧불멸성을 기대한다면 그거야 말로 비인간적이고 타인의 욕망과 주체성을 무시하는 행동입니다.
그러니 언제나 내 일을 찾고, 내 일부터 합시다. 만약 타인이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괜히 간섭하고 싶거나, 내가 원하지도 않는 조언을 누군가가 해댄다면 마음속으로 이리 말합시다.
“Do Your J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