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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푸른솔 Sep 30. 2015

잘츠부르크에서의 카우치서핑 2

마음씨 좋은 형 Niko와 그의 친구들

오늘은 드디어 (빈필과 주빈 메타와 핀차스 주커만) 예매한 공연을 보러가는 날이었다. 일요일이라 공연은 오전 11시쯤이었던 것 같다. 공연을 보고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맥주를 한 잔 했다. 유럽에서의 일요일이라 쉬는 곳이 많아 들어갈 만한 곳을 찾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 나는 식당에 들어갈 때 웬만하면 안쪽 자리를 좋아하는데, 유럽 사람들은 바깥쪽 야외 자리를 선호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영업중 식당 아무 곳이나 들어가 (물론 안쪽 자리에서) 맥주 한 잔을 시켰다. 맥주를 마시다보니 유럽 사람들이 바깥쪽 야외 좌석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날씨가 더워서 땀이 스멀스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대체적으로 냉방 환경이 좋지 않다. 나도 이 이후에는 그늘만 있다면 그냥 밖에 앉아서 맥주를 마셨다.

보기만해도 시원한 Hirter 맥주

식당에 와이파이가 되길래 카카오톡을 켜서 생존신고를 하던 도중에 친구 한명이 내일 모레(8월 6일) 공연을 보러 잘츠부르크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친구는 공연을 보기 전에 잘츠부르크를 둘러본다고 해서 나도 함께하기로 했다. 친구가 인절미 믹스를 한국에서 가져왔는데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내게 준다고 했다. 이미 빈에서도 감자전을 해서 약간 감자전에 질려있었는데 호스트에게 새로운 한국 요리를 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니코의 집에 온 지도 3일째이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내일은 저번에 구해놓은 다른 호스트에게 가야한다. 하지만 니코와 많이 친해져서 내일 바로 떠나기가 아쉬웠고 짐을 다시 싸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번거로울 것이었다. 그래서 니코에게 3박을 더해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은근슬쩍 내일 인절미 믹스를 받아온다는 이야기와 함께. 인절미를 영어로 몰라서 rice snack 정도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니코는 쿨하게 나를 3박 더 재워줄 수 있다고 했고 인절미가 기대된다고 이야기했다. 방으로 돌아와서 구해놓은 호스트에게 미안하다고 연락을 한 후, 내일 일정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할슈타트(Hallstatt)라는 곳으로 결정했다.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라는 니코의 추천을 듣고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을 검색해본 뒤에 잠을 잤다. 내일은 혼자서 간다. 셀카를 찍을 수 있다.

할슈타트의 파노라마

오늘도 날씨가 좋았다. 8시쯤 집을 나섰다. 할슈타트를 가는 방법은 버스를 타고 Bad Ischl이라는 곳에 가서 기차로 갈아타 할슈타트에서 내린 후, 배를 타고 마을로 들어가면 된다. 딱히 어려울 것은 없었다. 약간의 팁이라면, 바트 이슐(Bad Ischl)에 가기 위해서는 잘츠부르크 중앙역(Salzburg HBF)에서 150번 버스를 타야하는데, 같은 150번 버스라도 바트 이슐(Bad Ischl)까지 안가고 그 전 정거장에서 돌아오는 버스가 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는 버스의 최종목적지를 잘 보고 정류장의 노선도를 잘 확인해야 한다. 유럽에는 이런 경우가 많은데 아마 인구가 적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법이 아닌가 한다.

한글이 적혀있다. 잘츠부르크(Salzburg)의 Salz는 소금이라는 뜻.

 할슈타트에 가까워질수록 관광객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신기했던 것은 한국 사람이 정말 많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말이 쓰여 있는 상점도 있었다!!) 오랜만에 듣는 한국말은 어색하긴 했지만 반가웠다. 할슈타트는 마을 자체가 크지도 않아서 한 바퀴 돌아보는데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선착장이 있는 곳에는 외국인 관광객(특히 한국인)이 많았고 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니 사람들이 수영하는 곳이 나왔다. 이 부근엔 관광객이 잘 오지 않는 곳 같았다. 수영복만 있었으면 바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수영복이 없어 포기했다. 사진이나 열심히 찍으면서 돌아다녔다. 할슈타트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혼자 여행하기는 별로 안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이나 부부가 오면 여유롭게 구경하고 수다 떨면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수많은 커플들 사이에서 나는 그저 마을을 휙휙 둘러보고 셀카나 찍고 맥주나 한 잔 했기 때문이다.


적당한 시간이 되자 배를 타러 돌아갔다. 배 시간을 잘 못 잡으면 잘츠부르크로 돌아갈 수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배에서 내리자 기차는 금방 왔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한국인 부부랑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카우치서핑 여행이야기를 하자 놀라워했고 걱정된다며 먹을 것을 조금 나에게 챙겨줬던 기억이 난다. 바트 이슐(Bad Ischl)에 도착한 후 버스가 올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슬슬 걷다보니 작은 천이 나왔는데 너무 더워서 무작정 내려가 발을 담갔다. 정말 시원했다. 가만히 있었으면 좀 쉴 수 있었을 텐데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서 쉬는 모습을 셀카로 담으려다 쉬지는 못했다. 뭐 그래도 괜찮은 사진을 건졌으니 만족했다. 돌아오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여행하느라 피곤했는지 버스를 타고 오는 내내 졸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일찍 잤다.

그 괜찮다는 사진. 바트 이슐(Bad Isc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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