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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푸른솔 Sep 30. 2015

런던에서의 카우치서핑 2

유쾌한 아저씨 Sergio, 히치하이커 Oto와 함께

 오늘도 역시 아침으로 시리얼을 먹었다. 세죠는 일하러 나가면서 길을 간단히 알려줬다. 오토가 교통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어 해서 우리는 목적지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우린 걸으며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데 오토가 히치하이킹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히치하이킹에 카우치서핑이라니 이거야말로 최고의 조합 아닌가. 위험하지는 않았냐는 나의 질문에 오토는 “물론 위험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가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을 때 네 앞에 차를 세워주는 사람은 항상 좋은 사람이야. 그렇지 않으면 멈추지도 않을 테니까.”라고 대답했다. 

 걷다보니 고딕 양식의 커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사박물관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여기서 촬영했다고 한다. 아직 입장시간 전이라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나와 오토는 줄이 생각보다 길어 놀랐지만 입장이 시작되자 금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다른 영국의 박물관처럼 여기도 입장료가 없었다.

나는 관심이 별로 없어서 그냥 사진이나 찍어주며 수다나 떨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곳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이왕 따라다니기로 했으니 흥미 있는 척을 하며 구경을 했다. 무료이기도 하고 시간도 많으니 상관없었다. 이 이후에도 과학 박물관을 갔지만 역시 나는 흥미가 떨어졌었다. 이 박물관을 끝으로 나는 유럽에서 박물관을 단 한 곳도 가지 않았다. 

 박물관 관람을 끝내고 오토와 걷고 있는데 카우치서핑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 카우치호스트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아직 전화로 연락을 못해서 약간 걱정이 된다고 말했더니 오토가 자신의 폰을 내밀며 전화를 써도 된다고 했다. 그냥 전화는 비싸지만 Skype를 이용한 전화는 매우 싸다며 나에게 어플을 추천해줬다. 공중전화 이용이 어려운 나에게 이건 아주 엄청난 팁이 되었다. 

 다음 목적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밤에 있는 클래식 공연 말고는 딱히 계획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말한 김에 티켓을 확인 했는데.... 잠시 동안 폰을 쳐다보던 나의 얼굴은 이내 굳어졌다. 아.... 밤 공연이 아니었구나... 공연 시작시간은 지금부터 30분 후였다. 어쩌지. 패닉에 빠졌다. 당장 wifi를 쓸 수가 없어 오토에게 핫스팟을 켜달라고 해주었다. 공연장인 위그모어 홀(Wigmore hall)을 찾아보니 지하철을 타면 15분 거리라고 적혀있었다. 가는 길을 확실히 숙지한 후 오토에게 간단히 인사한 후 위그모어 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위그모어 홀. 그냥 봐도 할아버지 할머니분들이 대다수다.

 다행히도 공연은 볼 수 있었다. 전력질주로 뛰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시간이 여유가 있었다. 표를 받고 자리에 앉으니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도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이 만이 보였고 나는 맨 앞자리였는데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처럼 많은 시선을 받게 되었다. 

 공연을 보고 좀 걷다가 집에 돌아오니 세죠와 오토가 있었다. 오토는 내일 다른 곳으로 떠난다고 했다. 세죠는 나와 오토에게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어딜 가든 조심하고 여행길에 행운이 있길 바란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연락하고, 너희에게 나의 집은 언제든지 열려있어.” 오토가 내일 떠나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을까? 세죠의 고마운 말에 왠지 모를 따듯함을 느꼈다.  


오토가 떠나기 전날 밤

 그 이후 셰죠의 집에 7월 4일까지 묵었다. 원래 7월 2일까지만 묵기로 되어있었지만 파리에서 카우치호스트가 구해지지 않아 세죠에게 양해를 구했다. 세죠는 흔쾌히 허락해주었고 세죠가 일하러 나가는 동안 나는 런던 시내를 돌아다녔고 밤에는 간단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 잠이 들었다. 세죠는 내가 파리로 떠나는 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나를 되도록 멀리까지 배웅해주었다. 작별인사를 하고 쿨하게 돌아서서 갈 길을 가려고 노력했다. 이런 것에 익숙해져야겠지. 문득 런던 시내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벌써 익숙해졌나보다. 떠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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