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출근은 끝났지만, 여정은 계속된다

마침표가 아닌 출발점에서

by ANNA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첫 투어를 마쳤고, 첫 투어 중 곧바로 두 번째 출장지 스케줄을 배정받았다.
귀국해서는 며칠 쉬고 다시 나가고, 또 며칠 쉬고 다시 나가는 일정이 이어졌다.

순차적으로 일이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그 당시 폭발적이었던 스페인 여행 수요 덕분에

치고 받고, 치고 받고, 다시 치고 받는, 속칭 '치받'의 시간들로 일 년을 채웠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빨래만 겨우 말리고 다시 짐을 싸서 나가는 일의 반복이었고, 시차적응을 걱정할 틈도 없이 몸은 한국에서도 유럽의 시간으로 살았더랬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까지 한 해 동안 나는 한 달 평균 두 번, 거의 스무 번이 넘게 스페인·포르투갈로 출장을 다녔다.

몸도 힘들었고 서비스업을 하며 생전 겪어 보지 못했던 수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그 모든 순간은 내가 원해서 선택한 일이어서, 미친 듯이 다녀도 힘든 줄 모르고, 오히려 신나게 반복했던 시간들이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행복하게 일했던 순간들이었고, 지금 여행사를 차리게 된 모든 바탕은 그 시절 몸소 겪었던 경험들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은 코로나를 지나며 꿈에 그리던 트레킹 전문으로 확장되었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그 첫 투어는 지금도 마음속에서 가장 처음의 출발점으로 남아 있다.


살기 위해 시작했던 걷기와 산행은 트레킹으로 첫 해외 패키지를 경험하며 꿈이 되었다.

관광통역사로 시작해 해외여행 인솔자, 가이드로 이어진 시간 끝에서 나는 결국 여행사 대표가 되었다.


모든 것이 기적과 우연, 그리고 행운의 조합이었을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간절히 꿈꾸는 사람은 결국 그 꿈을 꾸는 모습에 닮아간다고 한다.

늘 꿈을 품고 있으면 기회를 알아보는 눈이 생기고, 그 기회를 포착해 붙잡는 순간들이 쌓여 마침내 성취로 이어진다.


이것은 기적이 아니라, 꿈을 놓지 않은 시간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마무리하며


돌이켜보면 이 이야기는 경단녀의 재취업 성공기를 쓰기 위해 시작된 글이 아니었다.
살기 위해 선택했던 길 위에서, 우연처럼 보였던 선택들이 어떻게 하나의 방향이 되었는지 그 과정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다.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시절, 나는 서비스업의 세계를 거의 알지 못했다.
여행하며 돈을 번다는 막연한 환상만 품은 채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전혀 다른 세계에 뛰어들었고, 그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그 혹독한 시간들 속에서 나는 일을 배웠고, 사람을 배웠으며, 무엇보다 나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경력이 멈춘 줄 알았던 시간은 사실 다른 방식으로 단단해지고 있었다.


이 브런치북은 경단녀가 다시 일하게 되기까지의 기록이자, 한 사람이 자기 삶의 방향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이 이야기는 하나의 막을 내린다.

하지만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음 시리즈 〈여행이 일이 된다면〉에서는
화려해 보이는 여행업과 인솔 업무의 이면, 그 안에 숨겨진 고충과 현실을 조금 더 솔직하게 풀어보려 한다.

여행을 사랑하지만, 여행을 일로 선택한 사람의 이야기로.


나는 오늘도 출근한다.
이번에는 여행이 일이 된 그 이후의 세계로.

이전 12화그렇게 초짜 인솔자의 첫 비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