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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기 Feb 10. 2019

<어제와 오늘_13>

춘천과 짱


서울의 정돈되지 않은 야경은 볼 때마다 기묘하다.


얼마 전, 마을버스에서 무심코 바라본 풍경은 SF의 한 장면 같았다. 서울 구석에 자리한 ‘춘천’ 닭갈비, 이제는 한물 간 유행어 ‘짱’ 노래방, 지 혼자 세련된 느낌의 이자카야까지. 여기에 노랗고 붉고 퍼런 이런저런 불빛이, 비치고 반사되고 뒤섞인 모습은 딱 그거였다.


사이버 펑크.


나는 이런 혼란함이 싫지 않다. 오히려 말끔하게 정돈된 불빛을 내뿜는 서울은 때론 어색하다. 미디어에서 서울의 야경이라며 내보내는, 높고 반듯하며 유려한 풍경들 말이다.


실제 서울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도시적 근사함을 지닌 서울의 밤 풍경은 그리 많지 않다. 춘천과 짱이 뒤범벅된 혼란한 풍경이 예사로 발견된다. 뿐만 아니라 여기가 내가 아는 서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낡은 풍경도 적지 않다.


그럴싸한 서울의 밤도 좋지만, 나는 이런 불안정한 서울의 밤이 조금 더 끌린다. 이 도시에서 먹고, 일하고, 노는 사람들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도시에 살면서 혼란함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이유야 다 다르겠지만, 대부분 매일 혼란한 밤을 건너며 살아가고 있지 싶다. 나도 그중 한명이고.


그래서 저 춘천과 짱이 동시에 번쩍이는 서울의 밤은, 보기에 편안하다. 나를 보는 것 같은 느낌.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저 밤을 걷다보면 든다.


글 & 사진 김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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