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날
빨간 날, 작업실에 나와 앉아 있다. 오래간만이다. 휴일에 여기서 멍 때리고 있는 건.
작업실이 겨울엔 좀 춥다. 더위는 에어컨으로 해결했는데, 추위는 결국 못 잡았다. 못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집만큼 안락하다는 느낌은 없다. 그래서 일이 있다면 모를까, 겨울엔 평일이 아니면 잘 안 나온다.
오늘은 있을만하다. 지금 밖의 온도는 영상 12도. 여기도 별로 안 춥다. 지긋지긋했던 겨울이 가긴 가려나 보다.
작업실을 얻은 지 한 4년 가까이 된 것 같다. 겨울 빼곤, 외부 일정이 없으면 거의 매일 나왔다. 나와서 뭔가를 했다. 결과는 이랬다.
어떤 건 성공. 어떤 건 실패. 어느 날은 성공. 어느 날은 실패.
인생은 중간으로 수렴되려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지난한 행군이 아닌가 싶다. 즉, 평범하고 싶어 혹은 중간이라도 가려고 악을 쓰는 것.
봄이 오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 한다. 쉬는 날 혹은 이르거나 늦은 시간, 별 일 없더라도 나와서 계속 뭔가를 하려드는 생활.
나는 쉬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지만, 동시에 평범한 사람이 중간으로 살려면 보통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안다.
올해도 큰 욕심은 없다. 목표는 중간이다. 일단 오늘은 대충 실패. 과연 내일은 어떨지.
글 & 사진 김대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