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고, 비도 오고, 그리 안 춥고, 내일은 금요일이고
아마 작년엔가 본 영화 <러브 어페어>. 94년 작이라니, 벌써 25년 된 옛날 영화다.
줄거리만 슥 보면 ‘이게 말이 되나?’ 싶은, 그런 영화다.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한 눈에 반하고, 어쩔 수 없이 헤어지고, 극적으로 재회하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현실에선 없지 싶은 판타지 같은 스토리.
그런데 감독은 이걸 말이 되게 풀어낸다. 어찌나 설득력 있던지, 찔끔 눈물까지 흘리게 만든다.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명작이구나 싶은 영화를 봤을 느껴지는 그런 포만감.
작업실 쇼파에 누워 OST를 들으니, 그때 그 느낌들이 툭툭 올라온다.
밤이고, 비도 오고, 그리 안 춥고, 내일은 금요일이고.
간만에 꽤 행복한 저녁이다.
이런 순간들 덕에 죽지 않고 사는 것 같다.
달리다가 잠시 쉴 때 안겨오는 편안함.
적당히 달달한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