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얼마 전 아파트에서 사람이 죽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고독사라고.
구급차와 경찰차 여러 대가 내는 불빛이 저녁 내내 요란했다. 밥을 먹고 담배를 피러 나가다, 시체가 실려 나오는 모습을 봤다.
마스크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한 것. 방독면이라고 해야 하나. 남자는 꽁꽁 싸맨 시체를 구급차에 싣자마자, 마스크인지 방독면이지 모를 것을 벗어재꼈다.
동시에 “으아아!”라고 남자는 소리쳤다. 아마 부패한 시체의 냄새 때문인 것 같았다. 나는 잘 모르는 냄새지만, 남자의 비명이 이해가 됐다. 비명 대신 그가 외치고 싶었을, 이런 저런 말들도.
추정컨대, 죽은 이가 안타깝고 가여워 내지르는 비명은 아니었지 싶다. 아마 자신을 위한 비명이었겠지.
왜인지 남자가 안쓰러웠다. 마치 우리 같아서였을까. 그냥, 그날은 그랬다.
비명을 지르고 싶은 날이 있다. 꿈이고 나발이고 그저 살기 위해 휩쓸리다, 차이고 찢기고 베이고 상처받는 그런 날. 시체 썩는 냄새를 종일 맡아야 하는 서러운 날.
하지만 그런 날, 대체로 우리는 소리 내지 않는다. 버텨야 하는 많은 날들 중 하루일뿐이라며, 그저 속으로 삼키고 만다.
이런 은폐는 강함인가, 성숙인가. 아니면 서글픔인가. 대체 뭘까. 이 과격한 어른의 인내는.
이 밤, 그날의 남자와 매일 비명을 누르고 귀가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조금 춥다.
글 & 사진 김대욱